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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Feb 10. 2023

정신건강의학과

  보호자에게도 필요한 치유

 2023년 2월 7일. 화요일.

지난주에 남편의 4박 5일 입원 검사가 있었다. 금요일 오후에 입원하여 화요일 오전에 퇴원하였다. 주말 휴무를 빼고 정작 이루어진 의료 행위는 간단했다. 심전도 검사와 혈액 검사, 영양제와 항암 백신 투여.

 평일에는 입원실 예약이 어려우니 수요가 덜한 금요일 입원을 선택한 것이다. 같이 입원 수속 절차를 마치고 남편 혼자 입원실로 올라갔다.


 오늘은 퇴원 일주일 후로 예약된 외래진료에 남편의 보호자로서 행하였다. 진료 2시간 전 혈액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가 있었다. 아침 7시, 이른 시간에 남편 혼자서 다녀왔다. 병원이 지척에 있으니 다행이다. 검사를 다녀와서 식사를 하고 잠깐 휴식을 취할 여유도 있었다.


 10시 27분 진료 예약. 10분쯤 여유를 두고 도착했지만 11시가 다 되어서야 진료실로 들어갔다. 2주일에 한 번씩 항암 백신을 맞는다는 스케줄에 따라 다음 주 화요일 주사실 외래 진료가 예약되었다. 5분 정도 환자의 컨디션에 대한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고 검사 결과를 참조한 치료계획 설명이 있었다. 주로 남편과 선생님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갔다. 마지막 즈음, 조심스럽게 내가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환자가 많이 힘들어하는데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들이 이곳 의대 출신 안과 전문의라는 것을 알고 계신다. 아들과의 전화 상담으로 유익한 정보도 제공해 주셨다. 잠깐 남편에게 다시 눈길을 향하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환자 본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운동은 하십니까? 지난번 면역 치료의 효과 기간이 길고 앞으로 부작용은 적은 항암 백신 치료를 2주에 한 번씩 하니까 긴 시간 잘 지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으실 텐데요? 영양 주사 투여도 함께 처방하겠습니다. 뭐 다른 필요한 약이 있습니까?"


 진료를 끝내고 병원 복도를 돌아 나오는 순간 갑자기 한 마음이 생겨났다. 나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암환자의 보호자이자 배우자 역을 맡은 지 어언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남편은 이미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받고 있었지만 그리 잘 활용하지는 않았다. 수면제를 처방받아 오는 정도다.

 되돌아가서 간호사 선생님께 의논했더니 절차와 방법을 알려 주었다. 천천히 이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다. 의식하든 못하든 긴 시간 지속되는 스트레스가 버겁다.

 오후, 카페로 나오는 길에 친구 과 작은언니, 명과 전화 수다를 떨었다.


 카모마일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큰애가 보내준 심리학 책을 읽었다. 우도 라우흐플라이슈 著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성 성격 장애일 때>.

 잠깐 고개를 들어 창밖의 키 큰 나무들로 눈길을 돌렸다.


 연초에 브런치 작가님 다섯 명이 만나 함께 깊이 공감하며 나누었던  단어를 생각해 본. 至安. 평안함에 이르기, 평안함에 도달하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아이유, 이지은의 作中 이름이다. 李至安.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안에 이르는 구도의 길을 걷는 어린 그녀. 그 길은 헌신과 희생, 인내의 숨 가쁜 길이었다. 그 지난한 고통의 길은 따뜻한 공감과 적절한 도움으로 후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연대를 이루어주는 나의 아저씨, 박동훈役 이선균이 있었기에 돌파가 가능했다.

 의 인생도 녹록지 않은 무게의 어두운 힘에 짓눌려 휘청거리고 있었지만 사회적 약자, 무거운 짐을 힘들게 지고 가는 지안을 외면하지 않았다. 위험에 처해가면서까지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외로운 소녀가장, 이지안을 있는 힘껏 응원하고 보살폈다.

 지안 또한 실직의 절박한 위기에 처한 동훈에게 각고의 노력으로 마련한 구명의 동아줄을 건네준다. 은혜에 보답한 것이다.

 연대의 힘. 1+1=2가 아니다. 3이 될 수도, 7이 될 수도, 10이 될 수도 있다. 가장 완전한 숫자에 이를 수도 있다.


 내 곁에 존재하는 귀한 연대들. 세 아이들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진 따뜻한 이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생각한다. 막막한 시간, 힘들고 두렵고 울고 싶었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었던가?

 마음 졸였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이 시간, 고마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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