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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Jan 16. 2024

품고 있는 날개

캐나다에 도착하다

드디어 캐나다에 도착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나 혼자 무거운 이민가방 두 개를 들고 서있다. 

무엇을 챙겨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등에 메고 있는 백팩과 이민가방들은 무거웠다. 

이게 앞으로 내가 캐나다에서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이겠지.

‘영어도 잘 못 하고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려면 이 정도 무게쯤은 버텨내야지’ 

마음속으로 다시금 다짐하며 한발 한발 앞으로 걷는다.


“처음 입국심사에서 비자를 몇 개월을 받는지가 정말 중요해요! 다시 비자를 신청하려면 돈도 들고 서류들을 다 작성해야 되는데 공부하면서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 최대한 비자기간을 많이 받으세요. 학교 입학서류가 있으니 적어도 학교 입학하는 날짜까지의 비자는 받아야 해요.”

유학원 과장님의 말을 되뇌며 수속을 밟고 있다. 

한 명 한 명, 차례가 되면 공항 내에 비자담당자한테 가서 왜 캐나다에 왔는지, 얼마나 있을 것인지, 어디에 머무를 것인지 등 물어보고 도장을 찍어준다. 여기에서 받는 서류와 도장의 날짜가 중요하다. 

내 이름은 오타 없이 잘 쓰여 있는지, 생년월일과 북한이 아닌 남한으로 잘 표시되어 나왔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혹시 틀린 정보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수정을 요구해야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드디어 내 차례다.


나는 준비해 온 컬리지 합격증서 등 서류들을 들이밀었다. 

영어를 하려니 목구멍부터 바싹바싹 말라왔고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담당자는 내 서류들과 여권을 살펴보고 흔쾌히 도장을 찍어주었다. 

땡큐! 를 호기롭게 외치고 서류를 받아보니 이런!


내가 학교에 입학하는 날짜는 2014년 9월인데 내가 캐나다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2014년 7월이었다. 

두 달이 비는데?

나는 놀라서 담당자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담당자는 다음 사람을 처리하다가 불쑥 들어온 내 얼굴과 서류들에 당황했다. 나는 “쏘리쏘리”를 외치며 더듬더듬 말했다.

학교는 이때 시작하는데 왜 비자는 이렇게 주는 거야? 그럼 나 학교는 어떡해?

그러자 담당자는 본인은 원칙대로 했으니 불만 있으면 나중에 이민성에 직접 따지란다. 그러고는 짜증을 내며 비키라고 소리쳤다.

그래. 나머지 정보들은 다 맞았잖아. 그리고 용기 있게 잘 물어봤어. 시차 좀 적응하고 유학원 과장님과 상의하고 일을 해결하자. 잘했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서류들을 챙기고 나왔다. 


캐나다에서 나를 처음 맞이해 주는 사람은 파란 눈의 인상이 좋은 백인 할아버지였다. 내 이름이 쓰여 있는 종이를 들고 있었고 동양여자애가 어디 있나 열심히 찾고 계셨다. 나는 내 이름을 보니 반가워서 활짝 웃으며 할아버지에게 갔다. 마치 친할아버지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에 할아버지는 없었다. 엄마 쪽 아빠 쪽 모두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외국에 도착해서 처음 나를 픽업해 주는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픽업하느냐에 따라 외국에서 내 직업이 결정될 수도 있고 인생이 결정된다고.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좋았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나의 캐나다 집으로 출발했다. 나의 첫 캐나다 집은 어떨까. 어떤 가족들일까.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불안함과 걱정이 밀려왔지만 밖에 보이는 캐나다에 걱정은 잠시 잊고 마음껏 즐기자고 생각했다.

2월의 저녁 6시 캐나다는 눈이 많았고 어두웠다. 

한밤중처럼 가로등이 다 켜있었고 거리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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