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한 스컹크 Jun 27. 2024

품고 있는 날개

영어공부 어떻게 하세요?

가끔 너랑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랑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어..

뭔가.. 프로즌의 올라프 같다고 할까?

너 영어공부 어떻게 했어?


어? 어떻게 알았어?

최근에는 디즈니꺼 '프로즌'보고 영어공부했어.

나 올라프 좋아해!!


응. 너 올라프 좋아하는 거 같아.

네가 영어를 쓰면 올라프가 말하는 것 같아.

올라프도 좋지만 너랑 어울리는 사람의 영어를 많이 보고 듣는 건 어때?

30대 여자의 영어를 듣고 사용해야지 7살 어린아이의 영어를 사용하면

나중에 취직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를 너는 알아들을 수 있을까?


맞는 말이었다.

한국에서는 귀엽고 애교 있는 게 허용이 되었다면 캐나다에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끔은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너의 영어를 부드럽게 바꾸고 싶다면 꼭 사용해야 하는 게 있어.

쉽지만 사용하지는 않는 영어.


그게 뭔데?


바로 

Please, Excuse me, Thank you.


나 이거 많이 사용하는데?


그래?

예전에 같이 장보고 나서 캐셔가 

"페이는 어떻게 할래?"

라고 물어봤을 때 너는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나?


"Visa Card"

라고 얘기했지.


더 부드럽고 나이스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면

"Visa Card, Please"라고 하는 거야.

너는 주로 단답으로

"Yes." "No."

하면서 딱딱하게 말할 때가 있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왕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싶다면

"Yes, Please"

"No, Thank you."

를 잘 사용해 봐. 그러면 한결 부드러울 거야.

"Visa Card Please."

"Please have a seat."

네가 아까 나한테 

"Seat down here."

이랬을 때 살짝 당황했다가 그래도 바로 이해했거든.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거야.

네가 일부러 무례하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해 주는 건 아니니 이왕이면 나이스한 표현을 입에 익혀두면 좋아.

그리고 또 하나!

네가 꼭 고쳤으면 좋겠는 게 있어.


뭔데?


"Yap" "Nop"하는 버릇이야.


"얍!" 하는 게 왜? 

올라프도 하는데?

"Nop"이러잖아.


올라프 영어 좀 잊어버려!

네가 저번에 은행직원이랑 통화하다가 은행직원이 전화 끊어버려서 속상하다고 운 적 있었잖아.

학교직원도 행정처리 해줄 때 너한테는 무례하게 대하고

네 친구한테는 친절했다며.


맞아 그랬었지.


네가 대답할 때마다 "얍"해서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네가 면접을 본다고 생각해 봐.

면접관이 질문했는데 면접 보는 지원자가

일반 친구들과 사용하는 단어를 쓸까 아니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사용할까?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

"얍"하고 대답하는 건 친구들끼리는 상관없어.

그렇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라든지,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던지 등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 사용하면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 사람의 그날 기분에 따라서는 너에게 뭐라고 할 수도 있지.

너도 무례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지는 않잖아. 안 그래?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네가 기분 나쁘지만 않다면 내가 같이 있는 동안은 최대한 너를 도와줄게.


나 기분 하나도 안나빠!

영어 빨리 늘었으면 좋겠어.

도와줘! Please~


그럼 오늘 하루 같이 돌아다니면서 네가 영어를 쓸 때마다

교정해야 될 것 같은 건 내가 바로바로 교정해 줄 거야. 그래도 괜찮아?


좋아 좋아!


이야기를 다 하고 우리는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로 관광을 떠났다.

폭포도 보고 배도 타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도 먹고 이것저것 눈으로 구경하며 쇼핑도 즐겼다.


내가 계산을 하려고 할 때

나는 여전히 "Visa Card"를 외쳤고

J는 옆에서 "Visa Card Please"라고 바로 교정해 줬다.

그러면 나는 바로 "Visa Card Please"라고 바꿔서 다시 말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시식해 보겠냐고 권유한 직원에게

"Yes!"라고 대답했다가

J가 "Yes Please"라고 바꿔주면

나는 다시 "Yes Please"라고 바꿨다.

J는 직원에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걸 설명해 줬다.

그러자 직원은 굉장히 밝게 웃으며 좋아했다.

솔직히 나이아가라 폭포 주위는 관광지라 많은 외국인들이 온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영어가 편한 것이 아니니 아무래도 나처럼

"Yes" "No"처럼 말을 하는데

때로는 나처럼 "얍" "놉"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긴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좋은 친구를 뒀다며.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서 영어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나를 응원해 줬다.


예전에 일본에서 온 Y가 생각났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 좋은 친구가 있어서 영어가 빨리 늘고 일도 잘 적응해서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도 좋은 영어친구가 생겼다.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기뻐하고 

그 친구가 진심으로 잘 되길 기도해서

나에게도 이런 좋은 친구가 온 것일까?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서 

캐나다에서 살아남자.

나는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열심히 배웠다.

J가 옆에 없어도

"Yes Please" "No Thank you"등

입에 붙이려고 또 말하고 또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에티켓도 알려주었다.

1.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꼭 팔로 입을 가릴 것.

손바닥으로 가려도 그 손으로 다른 곳을 만지면 손에 뭍은 침이 여기저기 뭍을 수 있으니

휴지나 팔 안쪽(입을 팔로 감싸안는 자세), 혹은 옷의 목 부분을 올려 입을 가리자.

이건 코로나 전부터 홈스테이 가족들이 강조한 것인데

아시아사람들이 유독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을 가리지 않는다고 많이 말해주었다.

위생상 좋지 않으니 꼭 가리고 하자.


2. Excuse me를 잘 사용하자.

길을 걷다가 앞에 사람을 앞질러서 가고 싶을 때도 캐네디언들은 "Excuse me"를 외치고 지나간다.

뒤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면 앞에서 길을 가던 사람이 놀랄까 봐

나 뒤에 있는데 지금 좀 지나갈게요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버스, 지하철 등에서 내가 내려야 하는데 앞에 사람이 길을 막고 있다면

"Excuse me" 혹은 여러 명일 경우에는 

"Excuse us"(나는 아이를 세명을 데리고 다녀서 이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말을 하면 앞에 사람들은 알아서 길을 만들어주고 비켜준다.


한국인들이 이 말을 잘 사용하지 않고 무조건 몸으로 밀거나 어깨를 치고 가버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은 나라가 작고 사람이 많아서 개인공간(Personal Space)이 작아서

다른 사람들과 빽빽하게 끼어서 있다거나 어깨를 치고 가는 일이 많아 익숙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사람과 가까이 있거나 갑자기 어깨빵을 당하면 기분이 상할 것이다.)

영어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개인공간이 넓은 편이어서 

모르는 사람이 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예민하고 싫어한다.


우리 딸도(7살) 학교에서 이 개인공간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온다.


양팔을 양쪽으로 쭉 폈을 때의 공간이 나만의 공간으로

이 공간 안에 들어와도 편한 사람은 나와 친한 친구나 가족

그 외의 사람이 이 공간 안에 들어왔을 때는

"미안한데 너 지금 너무 가까워. 조금 떨어져 줄래?"

하며 본인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찌푸릴 때가 있다.

내가 여행하거나 공부하러 간 나라의 예의와 에티켓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 문화를 최대한 존중해 주면 어떨까.

그러면 그 나라에 있는 동안 나도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품고 있는 날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