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고 있는 날개
그런 날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유독 나에게만 뭐라고 하는 날.
나는 평소랑 똑같이 행동했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한 소리 듣는다던지,
그날따라 유난히 지적받는 그런 날.
그날이 나에게 그랬다.
아침에 학교를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왜 길을 막고 서있냐고 욕을 들었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누가 와서 뭐라고 지적해 댔다.
이 날 영어로 지적을 두 번이나 들었다.
이런 날은 집에 있어야 한다.
수업이 끝나고 부리나케 집으로 간다.
다행히 오전수업만 있었다.
이런 날은 운동이고 뭐고 얼른 집에 들어가서 몸을 사려야 한다.
다들 학업스트레스가 심한가 보다.
다행히 집에 오니 오후 2시가 좀 안되었다.
우연히 얼굴책에 들어가 보니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었다.
나를 항상 노려보던 인도남자 A군이 3일 전에 보낸
'Hi. How are you?"란 메시지였다.
나는 이제 읽었다며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오늘은 잘 보내고 있냐고 문자를 보냈고,
1분 뒤에 답장이 왔다.
'니 영어 정말 구려.
네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아는 척하지 마'
잉?
이 자식은 또 뭐야. 어이가 없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왜 다들 나한테 영어 못 한다고 지랄들이야.
나도 영어가 늘지 않아서 답답하고 속상한데,
왜 다들 나한테 뭐라고 하는 걸까.
갑자기 화가 났다.
영어를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나 자신에 화가 났고,
남들은 한-두 시간이면 끝냈을 과제를
하루종일 붙잡고 있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밖에서 동네 북 마냥 지적당하는 것도 모자라서
인도 놈에게 영어가 구리다는 소리나 듣는 나에게 화가 났다.
이젠 다 싫다.
다 짜증 난다.
영어고 영주권이고 그냥 편하게 말 통하는 한국에 가고 싶다.
마침 나는 한국에 돌아가는 1년짜리 오픈티켓이 있었다.
나는 화가 나서 당장 가방을 메고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내가 거래하는 은행인 Scotia Bank에 가서 통장에 있는 돈을 다 찾아서 한국으로 당장 돌아갈 거다.
나는 씩씩대며 은행으로 갔다.
은행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다행히 평일 낮이라 사람도 별로 없다.
한 여직원이 나를 오라고 손짓했다.
그 여직원 앞으로 가자 그 여직원은 활짝 웃으며 나에게
"Hi. How are you?"를 물었고
나는 "Not good"이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신분증으로 여권을 내밀며 통장에 있는 모든 돈을 찾아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