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고 있는 날개
캐나다의 대학생활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숨 쉴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은 몰아침의 연속이었다.
한 학기가 끝나기 전 까지는 몰아쳐대는 과제와 시험에 숨이 막혔다.
방학이 되기 전 까지는 숨 쉴 시간을 안 준다.
그러나 캐나다는 중간중간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해 준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일주일 정도의 리딩윅(Reading Week) 이라고 해서 휴가를 준다.
이때 못 했던 과제나 수업시간에 못 따라갔던 공부를 보충할 수 있고
집이 멀리 있는 친구들은 가족들을 만나고 올 수도 있다.
일주일의 리딩윅이 끝나고 다시 학교 생활이 시작되면 기말고사가 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1-2주 정도의 브레이크타임과 크리스마스 휴가를 준다.
물론 캐나다의 학교도 과제와 중간중간 쪽지시험들이 넘쳐난다.
특히 나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경우에는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찬데
쏟아지는 개인과제와 조별과제, 쪽지시험 등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힘들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캐나다 대학생활이 더 좋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시험시즌에는 스트레스프리 라고해서 학교 학생회에서
무료로 아침과 스낵을 나눠주기도 하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등을 학교 안에서 만질 수 있는 이벤트도 제공한다.
즉, 학교에서 학생들의 멘탈을 관리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은 한 아저씨가 강아지 두 마리를 교내에서 데리고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마음껏 귀여워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러면 여학생들은 무릎 꿇고 앉아서 강아지들을 쓰다듬으며 귀여워해준다.
그리고 아저씨는 앉아있는 여학생들의 가슴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고
이것은 누구를 위한 스트레스 프리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교내 도서관에 Writing, Math Centre가 있어서 언제든지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센터 내의 직원과 2학년생들의 튜터들이 있어서 내 전공별로 무료 과외를 받을 수 있다.
우리 과 담당 교수 중 한 명은 쓰기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했다.
그래서 한 학기당 두 번 이상 에세이를 쓰게 했는데
그중 한 번은 의무적으로 Writing Centre에 3번 이상 가서 첨삭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솔직히 속으로 욕하면서 한 번만 첨삭을 받을까.
다른 과제들도 많아서 시간 없어 죽겠는데 왜 이렇게 귀찮을걸 시키나.
하면서 욕을 많이 했었다.
Writing Centre에 들어갈 때 전공, 이름, 학번 등을 적고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면 내 차례에 선생님이나 튜터가 와서 첨삭을 도와준다.
에세이 쓰는 양식을 배우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렇게 3번을 받고 겨우 데드라인에 맞춰 에세이를 제출했다.
며칠 후 에세이 점수가 내 학생어카운트로 발표가 난다.
그중 많은 학생들이 F를 받았다.
그 학생들은 교수님 방으로 단체로 찾아가 항의했고
교수님은 그 아이들을 '찍'소리도 못 하게 한 마디로 제압했다.
손에는 Writing Centre에 들어갈 때 썼던 종이 복사본을 들고 있다.
"내가 제일 먼저 요구했던 사항을 너희들을 만족하지 못했어.
Writing Centre에 3번 이상 가서 첨삭을 받을 것.
이 종이에 너희들의 이름이 전혀 없거나 3번 이상 되지 않은 사람은 F를 받은 거야."
캐나다는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다.
내가 인정받고 싶다면,
일단 정직하자.
이게 내가 유학생활 1년 차에 배운 캐나다 정착 비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