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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Dec 01. 2023

품고 있는 날개

엄마 없는 설움

내가 처음 엄마가 없어서 서러움을 느꼈을 때는 초등학생시절이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일 때는 동네에서 다 같이 놀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엄마들이 밥 먹자고 부르거나 혹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아빠와 같이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해가 질 때쯤 동네가 어스름 해지면 같이 놀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집에 갔고 나와 친오빠만 동네에 덩그러니 남았다. 우리는 오늘 저녁은 또 뭘 먹지 걱정하며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때에 엄마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엄마와 아빠는 모두 늦게까지 일을 했고 대충 저녁을 때우는 건 오빠와 나의 저녁숙제였다. 

나도 동네에서 놀고 있으면 갖지은 따뜻한 밥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계란찜이 다 되었으니 어서 와서 씻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불러주는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찍 퇴근해서 집에 오는 아빠와 손을 잡고 집에 들어가서 가족이 다 같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며 따뜻한 저녁밥을 먹고 싶었다.


오락실에서 돈을 뺏기고 오는 오빠를 돌봐주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타고 간 자전거도 뺏기고 돈도 뺏기면서 오락실은 왜 그렇게 자주 가는지.. 

오늘도 돈을 뺏겼다며 빈 손으로 오는 오빠에게 자전거는 어디 갔냐며 윽박을 질렀다. 

자전거도 오락실 앞에 뒀는데 나와보니 없더란다. 

화가 나서 오빠 손을 끌고 오락실로 갔다. 자전거 도둑은 못 찾았지만 오빠한테 돈을 뜯어간 놈은 찾았다. 

뻔뻔하게 앉아서 오락을 하고 있었고 우리 오빠 돈 내놓으라며 씩씩대는 꼬마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치 도베르만이라는 큰 개 앞에서 작은 치와와가 짓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오빠와 나는 터덜터덜 빈 손으로 오락실을 나오며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 

착한 건지 속이 없는 건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오빠를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오빠를 지키기 위해 나쁜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힘이 세지면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테니 내가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며 오빠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나는 반에서 날라리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동안 망도 봐주고 집에 아빠가 사놓은 담배가 있으면 부지런히 갖다 바쳤다. 

한 번은 나에게 담배를 권해서 마지못해 피워봤다.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너무 아팠다. 

집에 온 후로 3일을 내내 아팠다. 

걱정이 된 아빠는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담배 피운 걸 알게 되면 혼날까 봐 병원도 학교도 안 가고 버텼다. 

그렇게 3일을 죽다 살아날 만큼 고생하고 난 후로 지금까지 담배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파온다.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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