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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9. 2022

사람 사이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기

사람 사이 오래도록 친하게 지내기

   2012


얼마 전 서른 여덟에 장가를 보낸 큰 아들을 끝으로 아이 셋을 다 결혼시켰다. 나보다 딱 10년 늦게 가는 녀석, 저 나이에 나는 벌써 지 누나와 동생까지 셋을 낳았는데….

그래도 친구들은 나더러 "딸 아들 다 혼인시켰으니 복이 많은 사람"이래. 

맞다. 나이는 자꾸 먹는데 결혼 안 한 자식을 가진 내 친구들도 많으니 그런 소리 들을 만하다. 내게 대한 친구들의 부러움이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어떤 친구는 아들 둘에게 "금년 내로 결혼하지 않을 거면 아예 나가서 따로 살아라"라고 선언했다 하고, 어떤 친구는 두 딸이 모두 버젓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가면 가고, 말면 말고" 아빠가 이제는 더 이상 신경 안 쓰기로 마음을 굳혔단다. 

아무튼 내가 정말 복을 받은 사람인지 몰랐다가 이번에 친구들 상황을 보고 복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혼이라는 것이 복인지 뭔지, 결혼생활이란 참 어려운 건데….

 그려. 큰 일 치를 때마다 든든하게 힘이 되어 주는 친구들, 그들에게 복이 많이 내리시기를 이제부터는 내가 빌어주어야 하겠다. 

특히 "요즘 40은 옛날 40이 아니니 걱정 마세요"라던 큰 아들의 큰 소리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아직 안 늦었다고.


지난 15년 동안 이뤄진 내 아이 셋의 혼사 때 내가 초대한 사람들이 조금씩 다르다. 청첩장 주소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축하해 주신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데 그 때마다 께름칙하게 남는 앙금도 늘 마음에 담고 다닌다. 그렇게도 친하던 사람들도 두 번째나 세 번째는 끊어진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을 오래도록 잘 사귄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단 사람을 알게 되고 친하게 지내면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대부분 내 잘못이 커서 사이가 멀어진 것이 안타까워 정말 반성을 하게 된다. 한 편으로는 세상에 털어놓기 민망한 사연도 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인간이 창피하기도 하다. 

멀어진 사람 중에는 촌수가 가깝기로는 형제도 있다. 촌수는 못 따지는 이웃사촌처럼 친했던 사람들에게 초대조차 못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인데, 관계를 잘 유지하려는 노력이나 표현은 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만 친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원인이고, 내가 잘못 처신한 탓도 있고,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그저 '멀리 사는 탓'으로 돌려야 이 내 마음이 좀 편안하겠다.  


  사람이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체로 가까이 살고 있으면서 ‘이해관계’에 얽혔다면 ‘남 같은 사이’가 되고,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다면 ‘친구 사이’이다. 크건 작건 조직과 권력의 상하관계가 얽혀 있다. 사이가 멀어지는 유형을 보면 금전이나 부주의한 말 등, 작은 감정에 의한 이해관계가 많다.

누군가가 시샘하는 이간질로 친한 사람 사이에 찬 물을 끼얹어 그만 멀어진 경우도 만만찮게 보는데, 살아보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도 하다. 내 남 없이 지나친 욕심도 문제다. 내가 엄청 잘나가고 게다가 잘 사는 걸로 오해하면 가족일지라도 멀어진다. 내가 누구에게든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실상을 숨기고 잘난 척을 한 것도 오해를 불러서 사이를 망치는 요인이 된다. 

가족 간이나 직장인 간의 종교문제도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고, 특히 딸을 가진 시어머니와, 엄마가 있는 며느리조차도, 고부갈등의 주역이 되는 불행도 일어난다. 


이런! 이따금이라도 안부전화도 한 통 못했네. 그 별 것도 아닌 전화도 한 통 못 나누다니!

아! 적극적으로 애로사항을 말하든지, 더 확실하게 관심을 나타내지 못했네!

늘 대접받기만 하는 위치에서 살다 보니 받는 것에만 익수과여 고마움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했구나!

늘 가르치고 지시하는 위치에서 살다 보니 세상살이 내 맘대로 안 된다는 걸 미처 몰랐네!

아쉬울 게 없는데 뭐 내가 왜?


그런 반성을 하면서, 이제부터는 전화라도 잘 사용하자. 안부전화라도 한 번씩 하자. 청첩을 받든지 부고를 받으면 큰 일을 맞이한 그 사람들에게 반드시 전화부터 하고 나서 찾아가자. 처음 만나는 사람은 좋은 인식을 확실하게 주도록 내 표정과 태도와 행동을 제대로 각인시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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