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구매 요령과 주의 사항
(사실 부록은 이 브런치북을 처음 쓸 때 기획된 부분은 아니었어. 근데 내가 소개하는 취미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추가하게 되었어. 명상 부록을 넣고 보니, (순서상으로는 이미 멀어졌지만) 오토바이 부록이 빠져 있는 게 아쉬워서 부득이 이번에 추가를 했어. ^^)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대사야. 만약 누군가 취미로 오토바이를 탈까 하는데 어떤 걸 사야 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위의 대사랑 똑같아. 왜냐구?
그래야 후회가 없어. 자, 오토바이를 타는 대다수가 남자니까, 그들의 기준으로 설명해 볼게. 만약 그대가 어떤 여자에게 첫눈에 반했어. 그러면 다른 이유가 필요해? 그 여자가 그대 눈에는 엄청 예뻐. 그러면 게임 끝이지. 그녀가 어떻게 살았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중요한 게 아냐. 그렇지? 그냥 그대 눈에 예쁘면 다른 모든 게 다 괜찮아 보이잖아.
한 여자에게 빠지면 다른 여자가 눈에 안 들어오지.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그녀의 단점을 나열해도 그대는 그 여자와 사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그치? 오토바이도 똑같아. 겉모습이 예쁘고 마음에 드는 게 선택의 제1 조건이야. 예쁘면 다른 부분도 다 그냥 넘어갈 수 있어. 만약, 다른 이유 때문에 마음에 드는 모델 대신 차선책을 선택하잖아? 두고두고 후회하는 마음이 남아. 그대가 사귀지 못했던 (당연히 너무나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그녀처럼.
사실,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긴 하지. 사람의 심리가 예쁜 거에 더 눈이 가기 마련이고, 물건은 예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고. 그런데 최소 수백만 원에서부터 수천만 원까지 줘야 하는 비싼 오토바이도 그렇냐고? 응, 그래. 예쁜 오토바이를 선택의 제일 첫 번째 기준으로 삼은 이유는 그것이 철저하게 나 혼자만의 탈 것이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자동차는 함께 탈 가족을 생각하거나, 유지비를 따지거나, 사회적인 지위도 고려하잖아. 그런데 취미로 타는 비싼 오토바이는 그럴 필요가 없거든. 오롯이 나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한 물건이야.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어. 그래서 더더욱 철저하게 개인적인 취향의 선택이 중요해. 요즘은 비슷한 가격의 같은 종류라면 모델에 따른 성능도 크게 차이가 없어.
여담이지만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타고 달리는 내내 주인이 겉모습을 볼 수 없어. 그러니깐 실용적인 측면에서는 디자인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야. 타러 갈 때와 타고 나올 때의 아주 짧은 순간에만 겉모습이 눈에 담기거든. 그래도 사람들은 무조건 예쁜 걸 찾고, 그것에 만족도 높은 편이야.
오토바이를 예쁘다고 표현했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처럼 한결같은 외형을 말하는 것은 아니야.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페라리나 포르쉐처럼 잘 빠진 스포츠카가 절대 기준은 아니라는 거지. 취향에 따른 예쁨은 테슬라의 사이버트럭, 기아의 카니발, 지프의 랭글러, 쉐보레의 콜로라도 그리고 미니의 클럽맨처럼 다양해.
오토바이를 구입할 때 제2 조건은 용도야.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우리는 사람이잖아. 그래서 예쁜 거 다음이 용도야. 쉽게 말하면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를 가느냐지. 동네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서 탈 거면 가볍고 날렵한 게 좋고, 타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묵직하고 안정적인 게 좋아. 대부분 배기량이 낮은 모델이 가볍고, 높으면 무겁기 마련이지.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미국 오토바이들이 큰 이유는 넓은 도로 환경에서 여유롭게 장거리를 갈 수 있게 만든 목적성 때문이고, 이와는 반대로 일본의 오토바이들이 비교적 가볍고 날렵한 이유는 좁은 도로 여건과 근거리 위주의 주행이 많기 때문이지. 드라이브스루가 발달된 미국과 주차장을 확보해야 차를 살 수 있는 일본의 환경 차이가 낳은 문화의 한 단면인 거지. 물론, 전반적인 특성과 주력 모델이 그렇다는 말이지. 브랜드마다 용도에 맞는 다양한 모델이 생산되기 때문에 요즘에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모델만 선호하는 취향도 많지.
그다음으로 자세가 어떤지, 수납공간이 필요한지, 편의 기능이나 옵션이 얼마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해. 오토바이에 앉아서 다리가 땅에 안 닿을 정도로 시트고(안장에서 지면까지의 거리)가 높으면 초보의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심하지. 또 ‘오토바이 타고 멀리 가면 얼마나 가겠어?’ 싶지만, 라이더들은 아침은 서울에서 먹고, 강원도에 들러 점심을 먹는 게 주말의 평범한 일과야. 그러니까 먼 거리를 가는데 불편한 자세와 딱딱한 의자는 곤란하지. 또 바람을 막아주는 바람막이도 꽤 유용한 옵션 중 하나야.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면 피로감이 상당하거든. 초보들에게 긴장감과 함께 주행풍은 밤에 꿀잠을 보장하는 수면제나 마찬가지지.
마음에 드는 오토바이가 있다고 바로 탈 수 있는 건 아니야. 125cc 이상의 큰 배기량은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해야 해. 2종 소형 면허라고 얘기하면, 자신은 1종 보통이나 대형을 가지고 있으니 2종 소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니야. 2종 소형 면허는 큰 배기량의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이륜차 전용 면허야. 그래서 자동차 면허와는 상관이 없어.
2종 소형 면허는 자동차 운전 전문 학원에서 쉽게 딸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느그 서장이랑 어! 같이 밥 묵고! 어! 오토바이도 타고! 어! 앞바퀴 들고! 어! 다했어! 그까짓 게 뭐가 어렵다구.”라는 생각이 들면 면허시험장에서 가서 시험을 볼 수 도 있지.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으면 어차피 학과(필기) 시험은 면제니까 절차도 간단해. 그런데 면허 시험이라는 것이 진짜 운전 실력에 대한 평가가 아니야. 나라에서 정한 코스를 얼마나 잘 통과하느냐가 관건이거든. 그래서 면허시험장의 기능(실기) 시험 합격률은 보통 10%가 안 될 정도로 아주 낮아. 시험장의 오토바이를 타보지 않았기 때문에 감이 없으니까 어색한 거지. 반면에 학원은 시험용 오토바이로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시험을 그걸로 보니까 합격률이 90% 이상으로 높은 편이지. 학원의 장점은 쉬운 면허 취득인데 대략 40만 원(초보 기준)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 면허시험장이 2~ 3만 원인걸 감안하면 차이가 꽤 크지.
면허만 취득했다고 끝이 아니야. 초보는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해. 오토바이를 잘 탄다는 기준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기준은 안전하게 사고 없이 오래 즐기는 게 잘 타는 거야. 그러니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본 교육을 받고 타길 추천해. 아무리 자동차 운전을 잘해도 오토바이는 달라. 두 바퀴는 가만히 있으면 쓰러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네 바퀴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과 연습이 필요해.
내가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배웠거든. ‘기어를 넣고 요걸 돌리면 간다. 클러치는 이쪽이고.” 먼저 타 본 사람이 이렇게 알려 주는 게 다였어. 이렇게 대충 배우고 타니 사고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지. 그리고 안전 장비에 대한 인식도 없어서 헬멧을 안 쓰고 타다가 크게 넘어지지 않았는데도 죽는 사람도 많았어. 그러니 오토바이를 좋은 취미로 오래 즐기려면 반드시 믿을만한 사람이나 교육 기관에서 제대로 배우고, 안전 장비를 잘 착용해.
초보일 땐 헬멧, 장갑, 무릎보호대, 팔꿈치 보호대를 꼭 착용하는 게 좋아. 아니면 옷에 보호대가 들어간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보호 장비엔 절대 돈과 노력을 아껴서는 안 돼. 그게 잘 타는 거야. 속도를 얼마나 냈다더라. 얼마큼 기울였다더라. 앞바퀴를 들었다더라. 그런 건 레이싱이나 스턴트를 할 때나 필요한 거야. 나중에 취미로 더 깊어지면 언제든 그쪽으로 갈 수 있으니 그냥 도로에서 탈 때는 안전이 최고야.
잠깐의 쾌감이나 우쭐함을 위한 교통 법규의 무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유튜브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검색해 보면 잘 알게 될 거야. 과속하다가 날아가고, 신호 위반하다가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는 게 다반사야. 짜릿하게 탈수록 위험도 더 커지지. 인생의 기본 법칙은 다 똑같아. 접촉사고 나면 팔다리 부러지는 건 예삿일이야. 본인의 인생이 하루살이가 아니라면 언제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해. 안전은 철저하게 의지와 신념의 몫이야.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안전 운전을 하면 크게 다칠 일이 없어. 예전에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타게 된 서양 애들이 하는 말을 듣고 무척 창피한 경험이 있어. 한국은 오토바이 타기에 천국이라는 거야. 교통 법규를 안 지켜도, 인도를 주행해도 뭐라는 사람이 없고 다들 그렇게 탄다는 거지.
20대 초반에 스쿠터 배달로 시작된 내 오토바이 인생은 어느덧 30년이 다 되어가고 있어. 난 지금까지 몇 차례 넘어진 적은 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어. 운이 좋았지. 좋은 운도 그대들의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걸 잊으면 안 돼.
남에게 피해를 안 주고 오래 즐기는 사람이 잘 타는 거야. 그대들도 그랬으면 좋겠어.
*오토바이 구매 요령과 면허 취득 그리고 잘 타는 법*
PS : 위 내용은 오토바이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이 새 제품을 구입한다는 가정 하에 쓰인 글이야. 만약 그대가 초보인데 중고로 오토바이를 산다면,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지. 개인 간의 거래보다는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믿을만한 중고 판매점에서 사는 게 좋아. 그래야 나중에 말썽이 생겨도 수리를 받을 수 있지. 잘 알겠지만, 개인 거래는 사고 나면 끝이잖아. 얼마 뒤에 고장이 나도 본인이 다 감당해야 돼. 수입 제품의 경우는 부품과 공임비도 만만치 않아. 만약 꼭 개인 거래를 해야겠다면 오토바이를 잘 아는 지인과 함께 가거나 유료 점검서비스를 이용해야 후회가 없을 거야. 일반적으로 중고 구매 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항으로는, 시동이 잘 걸리는지, 엔진 주변에 오일이 샌 흔적은 없는지, 엔진 소리는 괜찮은지, 임의적으로 개조나 수리한 흔적은 없는지 살펴야 하고, 시험 주행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달리는지 각 조작부위와 계기판이 양호한 지, 소모품은 많이 남아 있는지 살펴보아야 해. 그리고 반드시 이륜차 신고필증(등록 서류)과 실제 차대번호가 일치하는지 꼭 살펴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