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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01. 2022

한양 전경 (전 김수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도 반드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한양 전경 - 전 김수철(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제자 자공이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한다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옳지 못하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떤 한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것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옳지 못하다. 마을 사람 중에서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하지 못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것만 못하는구나.”

(자로편 子貢問曰 鄕人皆好之何如 子曰 未可也 鄕人皆惡之何如 子曰 未可也 不如鄕人之善者好之 其不善者惡之 자공문왈 향인개호지하여 자왈 미가야 향인개오지하여 자왈 미가야 불여향인지선자호지 기불선자오지)


  과연 어떤 한 명의 인물을 모든 사람이 좋아하거나 모든 사람이 미워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오로지 그 사람의 매력 때문일까요? 아니면 대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집단 심리 때문일까요? 그 무엇이든 공자는 상식적인 선택과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인위적인 작용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다수의 의견이 완전하게 같기는 어렵습니다. 


 한 마을에서 선한 사람들은 모두 좋아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미워한다는 말은, 선한 사람들은 그 사람을 미워할 일이 없고, 선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사람을 미워할 일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선한 사람들에게는 잘해 주지만, 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잘해주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즉, 그 대상은 정의감에 충실한 바른 사람이거나 모두에게 잘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다른 이들이 자기를 좋아해 주기 바랍니다. 설사 사람들이 좋아해 주기를 바라지 않더라도 미움을 받기 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러한 심리는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간혹 인기나 명망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좋아해 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거짓된 웃음을 강요하는 행위일 뿐입니다. 공자는 “많은 사람들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자세히 살펴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도 반드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위령공편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중오지 필찰연 중호지 필찰언)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건 여론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공자는 설령 모두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진실을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면 삶이 조금은 더 부드러워집니다. 우리는 부모와 자식, 형제 그리고 사랑하는 부부와 연인마저 다른 의견으로 충돌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립니다. 오랜 시간을 같은 곳에서 함께 생활한 가족도 다른 생각을 가지는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타인은 오죽할까요?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나도 누군가에겐 몹시 다른 성향의 사람입니다. 다름에 대한 인정은 존중과 배려의 시작입니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나부터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됩니다.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한양 전경〉은 가로길이가 133.9 cm로 보기 드물게 큰 가로 그림입니다. 민가들로 빽빽한 한양을 남산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그렸습니다. 마주 보이는 산 중에서 가운데 부분에 삼각형으로 불뚝 솟아오른 산이 조선 시대에 백악산이라고 불렀던 현재의 북악산입니다. 북악산 밑에 경복궁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1865년 이전에 그려졌다고 추정됩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에 불에 타서 사라졌던 경복궁은 1865년부터 다시 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양은 지금의 서울과는 달랐습니다. 한양은 낙산과 남산과 인왕산 그리고 북악산을 잇는 약 18km의 성벽으로 둘러 쌓인 도시였습니다. 지금도 이들 산과 주변에는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한양 도성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도성 안의 민가들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왕이 사는 궁궐은 한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축물이었습니다. 위 그림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구도이기에 만약 경복궁이 있었다면 멀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맞습니다. 


 이 그림에는 빽빽한 집과 나무로 구성된 마을에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집의 방향도 일관성이 없으며, 안개가 마을을 떠돕니다. 화가는 번성한 한양을 그리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지나치게 과밀한 모습을 담은 걸까요? 그 무엇이든 이 그림은 밀집된 도시와 주위를 둘러싼 산들의 웅장함을 잘 버무렸습니다. 화가의 개성이 잘 반영되어 한참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한양 전경〉은 다른 이름으로 〈경성도〉라고도 불립니다. 그러나 경성이라는 이름은 일본이 조선을 빼앗고 한성을 바꿔 부른 이름입니다. 아무래도 조선에서 오랫동안 불리던 이름을 사용한 〈한양도〉나 〈한성도〉가 더 어울립니다. 


조선 시대 한양의 구조를 담은 도성도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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