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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Aug 31. 2022

무신년의 궁중잔치 (작가 미상)

음악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구나

무신년의 궁중잔치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공자는 제나라의 음악을 듣고 감탄하여 삼 개월 동안 고기 맛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구나.” 

(술이편 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曰 不圖爲樂之至於斯也 자재제문소 삼월부지육미 왈 부도위악지지어사야)


 공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를 책만 파고든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무신의 혈통을 이어받아서 농구 선수처럼 체형이 크고 건장했으며,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를 보면 공자의 키는 9척 6촌이라고 나옵니다. 그 당시의 척과 촌이 지금 기준으로 정확히 얼마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학자들도 제각기 다르게 이야기하는데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은 현재 기준으로 2m가 넘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별명이 장인(長人)이었는데, 이것을 우리말로 바꾸면 ‘키다리’나 ‘꺽다리’ 정도 됩니다.  


 공자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예술적 기질이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분석하고, 가르치며, 제대로 된 음악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공자의 제자가 되려면 반드시 음악을 배워야 했습니다. 《논어》에는 공자가 음악을 사랑한 다양한 일화들이 나옵니다. 그중에서 고기 맛을 몰랐다는 위 구절은 음악에 대한 순박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제나라의 음악을 ‘소(韶)’라고 하는데 공자는 이것을 듣고 “최고로 아름답고 또한 최상의 경지에 이르렀다.”(팔일편 盡美矣 又盡善也 진미의 우진선야)고 평가했습니다. ‘소’는 고대 중국의 순임금 때에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이 음악이 춘추전국시대의 제나라로 전해졌고, 공자가 그곳에 갔다가 듣게 되었습니다. 요임금과 함께 전설상의 천자로 여겨지는 순임금은 고대 중국에서 태평성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들은 중국의 다양한 문명을 개발하고, 각 분야에 뛰어난 인재를 선발하여 정사를 맡기고, 예로 나라를 다스려 성인으로 추앙되었습니다. 특히, 순임금은 효성이 지극한 인물로, 계절, 한 달의 날짜, 음률, 도량형, 의례 등을 정립하고 통일시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도 그들의 능력과 성품이 숭고하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아마도 공자는 소를 통해 순임금의 자취를 느낀 것 같습니다. 평화로운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조화로운 음악에 감동을 받은 셈입니다. 아쉽게도 공자가 듣고 감명을 받았던 그 음악은 지금 들을 수 없습니다. 어떠한 형태였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무신년의 궁중잔치》는 1848년에 창덕궁에서 순원왕후의 육순(예순 살)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의 그림입니다. 순원왕후는 순조의 왕비였고, 헌종의 할머니였습니다. 이 그림은 병풍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좌, 우가 떨어져 있습니다. 잔치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춤과 악기들의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대규모의 무용단과 악단은 각자 자신의 맡은 역할에 따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엄숙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다만, 그림 하단에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식을 나르는 단역들을 배치하여 구조적 긴장감을 완화시켜줍니다. 이 그림에서도 왕이나 왕비 같은 중요 인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의자나 병풍 등으로 어디에 앉아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는 편경, 편종을 비롯하여 지금도 종묘제례악에서 연주되는 많은 악기들의 배치가 돋보입니다. 대규모 궁중 음악에서 사용되는 많은 악기들은 중국에서 유래되었지만 우리의 전통 악기도 섞여 있습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궁중 음악은 세종 이후로 조선의 개성이 가미되면서 우리만의 전통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선의 궁중 음악과 무용은 장악원이라는 관청에서 관리했습니다. 여러 관청으로 나뉘어 있던 것이 1470년 이전에 장악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그 이후 관리가 잘 되었기에 지금까지 명맥이 끊기지 않고 이어오면서 동양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되었습니다. 


 현존하는 의례 중에서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석전대제(釋奠大祭)가 있습니다. 공자를 모시는 사당인 문묘에서 공자와 선현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에 쓰이는 음악을 문묘제례악이라고 하는데, 고려 때 중국에서 건너와 900여 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궁중에서 행사에 연주되던 음악을 아악이라고 하는데, 문묘제례악은 끊기지 않고 전승된 세계 유일의 아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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