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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28. 2022

꽃과 풀벌레 (심사정)

덕은 외롭지 않다

꽃과 풀벌레 - 심사정(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다.

(이인편 德不孤 必有隣 덕불고 필유린)


 위 구절에 나오는 이웃은 뜻을 같이하는 동료나 친구일 수도 있고, 스승이나 제자일 수도 있고, 주변에서 응원을 해주는 가족이나 인근 주민일 수도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가장 흔하게 쓰는 덕(德)이라는 표현은 주로 감사의 인사에서 나옵니다. 좋은 성과를 얻었을 때 겸손의 표현으로 “누구 덕에, 누구 덕분에, 누구 덕택에”라고 합니다. 이 짧은 표현 안에도 사람이 살아가는 많은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크기와 상관없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것을 진심으로 감사히 여길 때 겸손을 알게 됩니다. 감사와 겸손이 몸에 밴 성장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받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베푸는 것이 성장의 도리임을 알게 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된 덕의 선한 영향력입니다. 도움과 은혜로 뭉친 덕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관계 안에서 피어납니다. 따라서 덕은 절대 외로울 수 없습니다. 


 감사와 겸손의 태도가 일상화되고, 순수하고 선한 도움이 다수에게 전달된다면 그 은혜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점점 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며, 이웃과 멀어지는 시대에 가장 급하게 필요한 《논어》의 요소는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린 진심으로 덕을 감사히 여기는 마음이 늘어갈 때, 우리 사회에서도 멋진 이웃들이 점점 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꽃과 풀벌레〉는 한자로  화훼초충(花卉草蟲)이라고 부릅니다.  화훼는 꽃과 풀을, 초충은 풀과 벌레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활짝 핀 꽃과 곤충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에 흔히 사용하는 제목이 〈화훼초충도〉입니다. 줄여서 〈초충도〉라고도 합니다. 심사정의 〈꽃과 풀벌레〉에는 두 종류의 꽃과 두 마리의 곤충이 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대상은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는 금계화와 매미입니다. 작고 노란 꽃들이 뭉쳐 있는 금계화는 그림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매미는 나무를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첫 시선에 잘 띄지 않지만 바위 아래쪽에는 들국화와 방아깨비가 보입니다. 들국화는 금계화와 같은 색상의 꽃으로 분위기를 돋우고, 방아깨비는 매미를 올려다보며 이웃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 그림의 주연은 단연 금계화와 매미입니다. 금계화는 목서나무로도 불리는데, 꽃의 향기가 진하고 널리 퍼진다고 합니다. 초가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가을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옛사람들은 매미를 배울 점이 많은 곤충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중국 서진시대의 육운(陸雲)은 매미가 5가지 덕을 갖춘 곤충이라고 생각하며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5가지 덕은 선비들이 쓰던 관(冠 모자)의 끈이 머리에 붙어 있으니 학문을 탐구한다는 문덕(文德), 이슬이나 나무의 수액만 먹고 맑게 산다는 청덕(淸德), 다른 곡식을 먹지 않으니 탐욕이 없다는 염덕(廉德), 따로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 붙어 사니 검소하다는 검덕(儉德), 때에 맞춰 울고 물러날 때를 아니 신뢰가 있다는 신덕(信德) 등입니다. 


 조선 시대 왕들이 업무를 보거나 행사에 참여할 때 쓰는 모자를 익선관(翼善冠)이라고 합니다. 중국 명나라에서 황제가 사용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이후에 조선으로 전파되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으로 확인되는 익선관은 세종 때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름에 '날개 익'(翼) 자와 '착할 선'(善) 자를 사용했는데, 익선관의 뒤쪽에 붙은 장식이 매미의 날개를 닮았습니다. 이것을 두고 매미가 지닌 5가지 덕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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