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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아빠 Sep 27. 2022

장림운산 (심사정)

지나친 것과 부족한 것과 같단다

장림운산(長林雲山) - 심사정(출처 :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단다. 

(선진편 過猶不及 과유불급)


 제자 자공이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전손사와 복상, 둘 중에서 누가 더 현명합니까?”(子貢問 師與商也孰賢 자공문 사여상야숙현) 전손사는 공자보다 48살 어렸고, 복상은 44살 아래였다고 알려진 제자였습니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는 이들처럼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선배였던 자공은 영특해 보이는 두 명의 후배 중에서 누가 더 현명한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전손사는 지나치고, 복상은 부족하구나.”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자공은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손사가 더 낫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러자 공자가 다시 말했습니다. “지나친 것과 부족한 것과 같단다.(子曰 師也過商也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자왈 사야과상야불급 왈 연즉사유여 자왈 과유불급)


  자공은 부족한 것보다는 지나친 것이 그나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자는 지나친 것도 부족한 것과 똑같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여기서도 공자는 적절하고 알맞은 상태를 선택하고 유지하는 중용의 가치를 언급한 셈입니다. 위 구절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탄생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풍습 때문에 함부로 남의 이름을 부르면 실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승이나 부모 같은 윗사람만 아랫사람의 이름을 편하게 부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아명(兒名)을 별도로 지어 부르고, 성인식을 마치면 이름 대신 자(字)를 사용하였고, 연륜이 쌓이면 다양한 호(號)를 사용했습니다. 호는 직접 짓기도 하고, 스승이나 친구들이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조선의 선비들도 본명 대신 호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아는 퇴계와 율곡은 모두 이황과 이이의 호입니다. 윗사람이 이름을 부르는 것은 친근감의 표시 이기도 합니다. 


 《논어》에서 공자가 제자들을 언급할 때, 편하게 부르는 경우에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를 사용하는 예가 많습니다. 따라서 《논어》를 읽을 때, 등장하는 인물의 본명과 자를 모두 알아야 혼선이 생기지 않습니다. 제자가 했던 말들을 모아 성향을 파악하려면 호칭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과 자의 혼용은 현대인들에게 《논어》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전손사는 이름보다 자장이라는 자로 더 유명합니다. 자장은 직설적이고, 외향적이며 사교성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공무원이 되어 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명성을 얻을 수 있는지 등등 출세에 관련된 질문을 거리낌 없이 묻던 제자였습니다. 자장과 마찬가지로 복상도 자하라는 자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성실하고 똑똑하여 공자가 10대 제자 중의 한 명으로 언급한 인물입니다. 문학에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두 명의 제자는 공자가 죽은 뒤에 유학의 가르침을 이어받아서 각각의 제자를 길러내는 스승이 되었습니다. 




〈장림운산(長林雲山)〉은 긴 숲과 구름을 머금은 산이라는 뜻입니다. 이 그림은 꼼꼼하게 세부적인 곳까지 신경을 써서 그리는 일반적인 산수화와 달리 즉흥적인 붓질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먹의 농도와 과감한 번짐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잘 살렸습니다. 산은 습기를 잔뜩 머금었고, 여백으로 살린 구름은 산허리에서 꿈틀거립니다. 종이와 먹의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화가의 개성이 깃든 작품을 연출하였습니다. 


 동양의 산수화에 관심을 가지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준법(皴法)입니다. 준법은 산수화를 그릴 때 산과 바위 등에 입체감과 질감 그리고 명암 등을 표현하는 미술적 기법을 말합니다. 준(皴)이라는 글자는 '피부가 트다', '주름'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로 준법은 자연에 주름을 넣는 기법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수십 가지의 준법 중에서 대표적인 화법으로는 도끼로 찍듯이 거친 표면을 그리는 부벽준(斧劈皴), 풀어놓은 실처럼 선을 이용하여 그리는 피마준(披麻皴), 말의 이빨과 같은 형태로 긴 암벽을 그리는 마아준(馬牙皴), 산봉우리를 구름처럼 그리는 운두준(雲頭皴)등이 있습니다. 


 〈장림운산(長林雲山)〉에서 쓰인 준법은 미법산수(米法山水) 혹은 미점산수(米點山水)라고 부릅니다. 중국 송나라의 미불(米芾)이라는 사람과 그의 아들인 미우인(米友仁)에 의해 창안된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성을 따서 미법(米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미법산수는 일반적인 산수화와 달리 윤곽선을 그리지 않습니다. 미점이라고 부르는 작은 점들을 찍어나가면서 산의 형태를 만듭니다. 〈장림운산(長林雲山)〉도 물을 잔뜩 머금은 옅은 묵으로 산의 형태를 먼저 그리고, 그 위로 물이 마르기 전에 짙은 먹으로 점을 찍어 입체감을 완성시킨 그림입니다. 먹이 번지는 효과가 적절하게 잘 반영되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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