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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Mar 29. 2021

유년기 상처 마주하면서

글을 쓰게 된 이유 2

출처 https://pin.it/5QS0M7A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에 응어리가 걸린 것처럼 답답했다. 생각만 하려 해도 명치가 조여옴이 느껴졌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나를 등지고 있던 엄마의 등이 떠올랐다. 평생 봐온 엄마의 얼굴이 왜 생각이 안 나는 건...




 문득문득 생각나는 어린 시절 상처와 마주해야 할 때면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잊고 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때처럼 다시 불행해지고 싶지 않아서 상처가 곪아 터지든 말든 덮어버렸고 몸을 더 바쁘게 움직였다. 더 많은 일을 해서 일 중독자를 자처하며 상처가 무뎌지길 바랬다.



그런데 결혼 후 엄마가 되고 아이들과의 마찰을 겪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어릴 적 상처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까지 힘들게 하고 있었다. 심리상담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대로 두고 볼 수만 없었다.



더 이상 내가 주는 상처로 인해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엄마의 등만 보고 자랐던 나의 유년기 시절의 과거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며, 나를 쓰기 시작했다.



...


내면 아이는 어둠 속에 웅크려있었다.

오랜 기간 그렇게 지내던 아이는 조금만 건드려도 울부짖으면 때를 썼다. 그 아이는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손톱을 뜯거나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곳엔 8살 아이도, 11살 아이도, 14살 아이도 20살이 넘은 아이도 있다. 내 아이의 울음 속에, 어릴 적 내가 걸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쓰다 보니 잊을 줄 알았던 어린 시절 일들이 생생히 기억나는 게 신기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초등학생이었던 어린 나는 어떻게 감당했는지. 한동안 멍해있기도 했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경직돼 있는 아이의 모습이 성인이 된 지금의 나와 같았다.



....



상처를 쓰고 나면 한동안 눈물을 달고 살았다. 밥 먹다가도, 운전하다가도, 걷다가도, 아이들을 안아주다가도 눈물이 났다. 그쳤는가 싶으면 또 울었다. 눈물이 날 때마다 기댈 곳 없이 외로웠던 나를, 어른이 된 내가 안아주며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눈물로 아이를 씻어주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눈물이 멈추었다. 



글을 쓰고도 아직 아직 앙금이 남았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어두운 터널을 내발로 걸어 나오게 된다면, 우리 가족들도, 나와 같은 일을 격은 그 누군가도 두려움에 방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 않을까.



나만 보는 글로 쓰다가 유년기 시절을 힘들어하는 친정식구들과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어 나의 아픔을 공유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도 힘이 되길 바라본다.








....


다음 글부터는 그 당시 사건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묘사하는 글을 썼습니다. 어린 시절 아픔을 생각하면 조각처럼 기억이 나는 그때의 일들이 있습니다. 그 사건들을 쓰고 나이순으로 글을 정리했습니다.


엄마의 유서, 아버지의 부적, 새엄마의 학대, 엄마의 폭력, 아버지와의 추억, 엄마가 죽으려고 했던 그때, 결혼식의 아픔들을 썼습니다. 이후는 치유되는 과정의 글입니다.








자신의 혼란을 대면할 수 있게 되면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층이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이 고통은 매우 불편하고 도발적이어서 자아의 존재를 위협하기 때문에 당신은 그것을 피하는 데에 삶을 바쳐 왔다. 당신의 온 인격이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키워온 사고와 신념과  행위와 존재 방식 위에 형성되었다. pp.168-169, 상처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A. 싱어, 라이팅하우스 중에서



엄청난 저항을 느낄 것이다. 그 때문에 그것이 그토록 강력한 것이다. 힘을 빼고 저항을 하면 가만히 느끼고 있는 동안에도 가슴은 도망가서 문을 닫고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려고 할 것이다.

계속 이완하라. 어깨와 가슴의 힘을 빼라. 고통을 놓아 보내어 당신을 지나가도록 공간을 내주어라. 그것은 단지 에너지일 뿐이다. 그것을 그저 에너지로 바로 놓고 놓아 보내라. pp.174-175, 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A. 싱어, 라이팅하우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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