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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우 Mar 29. 2021

아이 울음 속에 숨은, 나의 상처들

엄마의 어린 시절 상처는 아이 울음 속에 자리 잡는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만든 일이야 라고!"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운다. 뭐가 그리 억울한 건지, 30분째 대성통곡이다. 나는 울고 있는 아이를 매몰차게 쏘아붙인다.


“매번 너 잘 못은 하나도 없고! 남 탓만 하는 그런 태도 좋지 않아!


아이는 울면서도 나를 이겨먹으려는지, 나보다 더 큰 목소리로 말한다.


 "모든 것이! 이렇게 일어나는 일이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나를 존중하지 않아서! 나한테 잘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


 아이와 대치상황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살 달래 보기도, 때론 화를 내기도, 매를 들어봐도 수그러지지 않은 아이의 태도, 모두 소용없었다. 이러고 나면 애써 좁혀놨던 아이와의 거리가 멀어진다. 나는 또 어떤 것을 내려놓아야 할지. 양육이 문제인 걸까? 아님 내가 문제일까? 


오늘은 미열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로 여러 달 아이들과 집에만 있으니 스트레스도 쌓였다. 나는 아이가 울면 나를 통제하기 힘들다. 아이 문제 만이 아니라

 어린 시절에 있었던 문제로 촉발된 분노이기도 했다. 화가 났을 때 시간을 갖은 후 대화해야 하는 것도 아는데,  치밀어 오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자려고 누워있는 7살 딸에게 갔다. 딸을 토닥이며 생각했다. 아이에게 좀 더 허용적이면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까? 나는 왜 아이를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하고, 아이를 휘두르려 할까?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아이와 이런 충돌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무조건적 사랑이 무엇인지. 이렇게 아이와 큰 소란이 있고 나면 또 다른 양육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씻고 나온 아들이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엄마 안아줘요. 나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요"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들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엄마라는 존재만으로 내가 좋다는 아들의 말에 울컥해 눈물이 난다.



"그렇게 혼내도 엄마가 좋아?"


"어, 내가 잘 못했으니까 그렇지요. 내일부터는 잘해볼게요. 죄송해요."


"엄마도 좋은 말로 할게 미안해. 어른인 엄마도 잘 안되는데 너도 마음먹은데로 잘 안 되는 거 알아."


"나는 그래도 엄마가 제일 좋아요."


우리의 냉전은 사라지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좀 전까악을 쓰며 울었던 아이는 어디로 간 건지. 이렇게 한번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말을 들어주면 사르르 풀어지는 아들의 마음이 참 곱고 예쁘다. 한동안 아들을 품에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내 어린 시절이 자꾸 떠올라, 내가 아픈 만큼 아들을 안아주고, 토닥여 주니 어느새 잠들었다.



‘나도 어릴 때 친정 엄마 좀 안아줄걸.’



나는 엄마한테 혼이 나면 엄마 근처도 못 갔었다. 나는 어릴 때 엄마가 무서워, 엄마 말이라면 '네.'라고 대답하는 순응적인 아이였다. 엄마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며 혼나지 않을 방법을 터득했다. 결국 나는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 변화에 맞춰서 살았다. 이것이 어린 나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그런 방법을 왜 아들에게 답습시키려 하는 걸까?



나는 잠이 안 온다. 왜 이렇게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집착할까? 나는 어떻게 해야 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엄마가 엄마답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도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들에게 더욱더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어 졌다. 수많았던 심리상담도 그때뿐 내 아이를 사랑하며 키우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





아이들의 의식은 영롱하고 순수해서 부모의 억압되어 있는 감정과 상처를 거울처럼 비추어줍니다. 억압은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기에 자신은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분노가 올라오거나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다면, 우리의 기억 저편 어딘가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가 있는 것입니다. p.7, 최희수, 푸름 아빠 거울 육아, 한국경제신문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관리하고, 우리의 아동기에서 비롯된 그 문제들이 밖으로 새어 나와 아이들의 아동기까지 오염시키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먼저 자신을 돌보는 방법부터 배워야 자녀에 거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p.294, 멍든  아동기, 평생건강을 결정한다, 도나 잭슨 나카다와, 모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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