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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u Ming May 26. 2024

중국 유학, 막을 내리다.

호구여도 괜찮아 #11

마음껏 살아본 독특한 삶 (죽은 시인의 사회)


나의 유학생활은 막을 내렸다.

2002년 2월, 설레는 마음으로 중국 땅을 처음 밟았고, 2009년 7월,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군입대로 인한 휴학을 제외하고도 중국에서 보낸 시간은 약 5년이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등하교 길의 푸르른 나무와 색 바랜 건물들


중국에서의 시간은 마치 느리게 흐르는 강물 같았다. 

등하교 길의 푸르른 나무와 색 바랜 건물들을 바라보며, 이 순간을 언젠가 매우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말 낮, 교정에 앉아 책을 읽을 때 온몸에 내리쬐던 햇살은 내 삶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게 해 주었다. 


가을 저녁, 목욕탕 의자에 앉아 앞이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득한 양꼬치를 굽는 연기와 냄새는 중국의 상징처럼 정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가슴과 다리가 터질 것 같은 순간까지 페달을 밟아 학교에 갈 때면 내가 살아 있음을 확실히 느꼈고, 마치 내가 향해야 할 곳이 어딘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듯했다. 


티켓이 20 위안인 수영장에 들어가 물살을 가를 때면,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에 감사했다. 학교 복도를 걸으며 만난 다양한 피부와 눈 색깔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느낀 기분 좋은 긴장감과 두근거림은 최고의 행복 중 하나였다.


추억의 조각들


중국을 떠난 후에도 많은 순간들이 추억으로 가슴 속에 남아, 가끔 그날의 정취와 분위기가 느껴질 때마다, 내 마음속의 추억들은 나를 이십 대 어느 날로 데려다준다.


기숙사 앞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 작은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서양인들은 기숙사 발코니에서 파티를 열곤 했다. 매일 저녁 방에 누워 높은 하얀색 천장을 바라볼 때면 부모님과 친구들이 그리웠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서 독특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은 금세 뿌듯함으로 변했다.


주말이나 방과 후, 자전거를 타고 중국 사람들의 마을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그들의 느긋한 삶을 지켜보았다. 어느 햇살이 따뜻한 아침, 중국 유치원생들이 병아리색 모자를 쓰고 엄마 손을 잡고 줄지어 등원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세 살 남짓한 아기를 자전거 뒤에 태운 엄마가 자주 잠드는 아기를 걱정하며 뒤돌아볼 때, 아빠가 자전거 속도를 맞추며 한 손으로 자전거를, 다른 손으로는 아이의 등을 살포시 받쳐주는 그 순간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중국이 좋았고,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좋았고, 중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했었다. 

중국에서의 삶은 때때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중국인 가족들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 않지만 서로를 사랑했다.




이번에 글을 쓰는 기회는 학창 시절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었다.

마흔을 넘긴 지금, 젊은 시절을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 보며, 냉혈한 사회에서 생존 경쟁을 해야 할 청년을 바라보듯 걱정하기도 했고, 때로는 요새 어른들이 MZ 세대를 대하듯 철없는 행동에 혀를 차기도 했다. 유학생들 사이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손가락질받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기도 했으며, 따라갈 발자취가 없어 스스로 가는 길이 맞는지 고민하는 청년인 나를 도와줄 방법이 없어 며칠 동안 아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젊은 날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후회 없이 '독특한 삶' 살아봤다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베이징에 갔고, 하얼빈에 갔으며, 중국인들과도 살았고,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었으며, 혼자 살아보기도 했다. 내가 원하면 길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또 내가 원하면 책상에 앉아 책을 놓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살지 않았다. 나의 젊은 날은 힘들었지만 축복받은 시간이었다.



젊은 나는 시간의 부자였고, 마음의 부자였다.

나는 하얼빈 송화강 강가에 앉아 점심부터 저녁까지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고, 고궁이 보이는 베이징 경산공원에서 하루가 가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고궁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떤 하루는 혼자 기차역에서 아무 기차나 타고, 아무 곳에나 내려 다음 날 오후 가까운 산에 올라 잔디밭에 누워 따뜻한 햇살 아래 잠이 들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그날의 그 잔디밭으로 나를 데려가, 한가로이 누워있는 이십 대의 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날의 맑았던 하늘을 함께 말없이 올려다보고 싶다.


젊은 나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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