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가족 모임에서 얻은 작은 선물
뷔페에서 가져온 뜻밖의 선물(2026.2.14. 토)
설 모임 전날이었다. 김해에 사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낚시를 다녀왔다며 물었다.
“형, 구워 먹을 고기 좀 가져갈까?”
동생은 늘 그렇듯 넉넉했다. 다음 날 그는 일찍 도착했고, 아이스박스를 하나 들고 집으로 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갈치와 삼치, 그리고 이름 모를 붉은 생선까지 가지런히 손질되어 있었다. 바다 냄새가 살짝 풍기는 그 생선들은 이미 설날 분위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차 한 잔을 마신 뒤 우리는 예약해 둔 뷔페집으로 향했다.
아들은 오늘의 진행요원이다. 가족들이 하나둘 들어올 때마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이쪽 자리입니다!”
그리고는 선언하듯 말했다.
“오늘 뷔페 가격이 3만 원이에요. 그러니까 최소 열 번은 가져다 드셔야 합니다.”
그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웃음 속에도 약간의 의지는 담겨 있었다. 괜히 돈값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취향대로 음식을 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고기를, 어떤 이는 해산물을, 또 어떤 이는 샐러드를 산처럼 쌓아 왔다. 나도 큰 접시를 들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담았다. 하지만 “열 번”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접시는 금세 가득 차 버렸다.
자리에 앉자 아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빠, 아직 7번 남았어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이 접시부터 해결하고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몇 점씩 열심히 가져다 날랐고, 다 먹은 접시는 로봇이 와서 가져갔다. 로봇이 조용히 접시를 수거해 갈 때마다 아이들처럼 신기해서 한 번씩 쳐다보게 되었다.
네 번째쯤 되자 배가 슬슬 포화 상태에 가까워졌다. 그때부터는 과일과 야채를 조금씩 담아 오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직 자리 이용 시간이 30분이나 남았다며 천천히 먹으라는 말도 들렸다.
그때였다.
내 옆에 앉은 김해 동생이 돼지갈비찜을 먹고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갈비가 꽤 맛있어 보였다.
‘저건 하나 먹어봐야겠다.’
나는 갈비 한 점을 가져와 천천히 씹었다. 그런데 뭔가 딱딱한 것이 이 사이에 걸렸다. 작은 뼈 조각 같았다.
‘갈비니까 그럴 수도 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것을 골라냈다. 그런데 순간 앞니 쪽이 묘하게 낯설게 느껴졌다. 혀끝에 닿는 감촉이 조금 날카로웠다.
몇 달 전, 앞니 귀퉁이가 살짝 깨진 적이 있었다. 크게 티가 나지 않아 그냥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느낌이 좀 달랐다.
그래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은 음식을 먹었다. 설날 모임 한가운데서 치아 이야기를 꺼내는 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화장실에 들렀다. 거울 앞에 서서 살짝 입을 벌렸다.
아, 역시나.
이미 깨져 있던 귀퉁이에서 한 조각이 더 떨어져 나가 있었다. 어딘가 허전하고 어색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입술을 조심스럽게 다물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눈썰미 좋은 사람이 옆에 있었다.
아내였다.
“앞니가 이상한데? 이 해봐.”
나는 잠깐 버텨 보려 했지만 결국 들키고 말았다. 아내는 언제 그렇게 되었냐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앞니는 복이 들어오는 문이야. 빨리 치료해야 해.”
그 말이 괜히 마음에 남았다. 복이 드나드는 문이라니. 그 문이 부서진 채로 설을 보내는 것도 어쩐지 찜찜했다.
설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치과에 전화를 했다.
예약을 하려 했더니 간호사가 말했다.
“수술 말고는 예약 안 받습니다. 그냥 오시면 됩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진료가 시작되기 전에 치과로 달려갔다.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보더니 의사가 말했다.
“신경은 괜찮네요. 뿌리도 좋고요. 이 정도면 씌우기엔 아깝습니다. 깨진 부분만 살짝 다듬고 때우죠.”
사실 앞니 두 개 안쪽이 꽤 많이 파여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치료를 마치고 거울을 보니 앞니 두 개가 마치 새것처럼 말끔해져 있었다.
치료를 마치고 나오니 안내실 간호사는 “앞니로는 절대 딱딱한 음식이나 뜯어먹지 마셔요”
경고처럼 들렸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뷔페에서 열 번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대신 뜻밖의 선물을 하나 받았다. 깨진 앞니 덕분에 미루고 미루던 치아 정리를 하게 되었다.
설날 가족 모임에서 얻은 선물이라면 선물이었다.
다만 다음에 뷔페에 가게 되면
돼지갈비는 조심해서 먹어야겠다.
그날 이후 나는 모든 음식은 가위로 잘라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