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광사 절밥은 놓쳤지만, 도토리묵은 잡았다.
송광사 절밥은 놓쳤지만, 도토리묵은 잡았다
한여름의 햇볕은 참 야속했다.
송광사 절밥을 먹으러 간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는데, 절에 도착하자마자 땀방울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휴가철이라 차는 많았지만, 다행히 길이 막히진 않았다. 우리는 송광사 식당가에 주차를 하고, 경내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야 하는 날씨였다. 그런데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삼청교 우화각 아래 앉아 계곡 따라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푸른 소나무를 올려다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사이, 공양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내가 “늦었다. 점심 먹으러 가자.”하고 재촉했다. 공양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지나가던 스님께 물었다.
“스님, 공양간이 어디예요?”
“아마 공양시간이 지났을 텐데… 그래도 빨리 가보십시오.”
공양간 문을 열자, 고요가 먼저 반겼다. 식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물이라도 마시고 가자”는 말에 들어서니, 출구에 커다란 그릇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안에 떡이 몇 개 남아 있었다.
절밥은 놓쳤지만, 떡은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말없이 떡을 나눠 먹었다. 부드럽고 쫀득한 한 입이 허기 속 작은 위로가 되었다.
허전한 속을 달래러 식당촌으로 향했다.
아들은 부지런히 검색을 하더니, “방송 나온 집이에요!”라며 산채비빔밥집으로 안내했다.
송광사 제일 맛집이라며 비빔밥을 주문하자, 주인장은 자그마한 파전과 도토리묵을 ‘서비스’로 내놓았다. 기대 없이 먹었는데, 아뿔싸. 이게 또 별미였다.
식사 후에는 카페로 피신했다.
에어컨 바람에 식어가는 땀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창밖의 숲은 고요했고,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한 줄기 스쳤다.
저녁이 다가오자 며느리가 핸드폰을 꺼냈다.
“이번엔 도토리묵 전문집으로 가요!”
아직 저녁이 이른 시간인데도 대기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자리로 안내받아 도토리묵 비빔밥, 도토리냉면, 도토리수제비를 주문했다. 한입 맛보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여긴 진짜 찐이네.”
절밥은 놓쳤지만, 맛있는 떡 한 입과 도토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하루.
송광사 나들이는 그렇게 ‘허기와 만족’이 공존하는 여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