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의 설움
고구마 줄기의 설움
아침저녁은 서늘하고 낮에는 30℃를 오르내리는 초가을 날씨가 계속됐다.
식탁의자에 매달아 놓은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았다.
언젠가부터 찬 공기가 코로 들어오면 알레르기가 발동하여 금세 콧물이 흘러내렸다.
아침에 먹을 것들을 끄집어냈다.
요구르트를 작은 컵 3개에 담고, 배를 깎아서 접시에 담았다.
토마토 3개도 두 토막씩 내서 프라이팬에 익혔다.
무화과 2개를 깎고, 잘 익은 아보카도 한 개도 잘라서 식탁에 놓았다.
어제 산 연근도 삶아 계란을 묻혀 익혔다.
이 정도면 아침 식사로는 진수성찬인가?
며칠 만에 시민텃밭으로 갔다.
부지런한 텃밭 주인은 봄에 심었던 모종을 모두 걷어내고
배추, 무를 심어 가을 텃밭을 일구었다.
우리 텃밭은 봄 가뭄이 심해 모종이 죽는 바람에 재미는 없었지만
가지만은 오늘도 풍성하게 매달려 있다,
가지를 수확하고 텃밭을 나와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문산읍으로 산책을 했다.
자전거길 우측에 산책로가 있어 자전거와 부딪치지 않도록 잘 되어있다.
이 자전거길은 옛 기찻길이었다.
간간히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문산읍 사거리에 다다랐을 때쯤 아내는
책카페 앞 텃밭에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고 있는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뭐 하나 물어볼게요” 하고 아내는 말을 붙였다.
“예 물어 보소”하고 맞장구를 쳤다.
“저 쪽파가 끝이 노랗게 되는 거는 왜 그렇습니까?”
시골집 텃밭에 심어 놓은 쪽파가 맥없이 노랗게 시들어 가는 것을 생각하며 물었다.
“그냥 병이 걸려서 그래요”
그렇게 시작한 대화가 할머니의 긴 인생이야기로 이어졌고
아들 셋 자랑에 할머니의 인생 노트가 펼쳐 쳤다.
“할머니 건강하셔요” 인사를 하고 되돌아가려는데,
“잘 가요” 하면서 다듬고 남아있는 고구마 줄기를 한 뭉치를 주었다.
“이거 가져가서 반찬해 먹어요”
“고맙습니다. 잘 먹을 게요”하고 고구마 줄기를 받았다.
고구마 줄기를 받은 나는
“이거 차까지 들고 가려면 팔이 아플 텐데 버리자”
“그래도 성의로 준 건데 어찌 버리겠노”
“고구마 줄기 껍질을 벗기려면 힘드는데 버리지”
“살짝 데쳐서 들깨 갈아 넣고 볶아 먹으면 맛있는데”
저거 가져가면 내가 다 다듬어야 하는데.....
고속도로 아래 평상과 의자가 놓여있는 동네 휴게소가 보였다.
“저기서 대충 잎만 다듬어서 가자”
이파리 부분을 똑 잘라서 옆 개울가에 버리고 줄기만 두 뭉치로 나누어 한 뭉치씩 들었다.
고구마 줄기는 냉장고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비닐봉지에 담겨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저건 언제 벗겨서 나물해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