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반찬 만들기
나의 첫 반찬 만들기
냉장고 속 마늘쫑과 잔멸치
주방을 선물 받았지만, 내가 만든 반찬은 없었다.
아내가 이것저것을 만들어 반찬통을 차곡차곡 채워 넣으면 내가 차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내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냉장고 파먹기로 한바탕 한 뒤로는 반찬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익숙한 된장찌개나 카레를 끓여 며칠씩 먹었다.
그렇게 하면 아내가 다시 반찬을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 빗나갔고
반찬이 없으면, 아내는 김치를 씻어 맛있게 먹었다.
어떤 날은 된장만 가지고 밥을 먹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그래, 내가 반찬을 한 번 만들어보자.
생각난 건 직장 동료였던 조 원장이 선물해 준 잔멸치였다.
가끔 “칼슘 보충!” 하며 접시에 부어 먹었는데,
그 많은 멸치가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이걸 다 어떻게 먹지…’ 고민하다가 냉동실에서 꺼냈다.
뭘 만들어볼까 하다가 예전에 식당에서 먹었던 반찬이 떠올랐다.
멸치와 마늘쫑을 볶은 반찬이었는데, 맛이 꽤 좋았다.
마침 마늘쫑도 있었다.
시골집 형님이 한 봉지 가져다준 그 마늘쫑.
된장찌개 끓일 때 조금 쓰고는 그대로 냉장고에 있었던 그것.
냉장고 파먹기 대소동에서도 살아남은, 그 마늘쫑.
쫑대 끝이 조금 마르긴 했지만 상태는 꽤 좋았다.
레시피를 검색해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마른 부분을 잘라내고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프라이팬에 마늘쫑을 넣고 물을 부어 익혔다.
익은 마늘쫑 멸치를 넣고, 된장과 양조간장을 조금씩 넣어 간을 맞췄다.
그 위에 올리브유를 한 바퀴 둘러 볶았다.
주걱으로 몇 번 뒤적이다 보니 멸치는 온데간데없고 마늘쫑만 가득했다.
생각해 보니 마늘쫑 너무 많이 했다.
참기름도 살짝 둘렀다.
한 젓가락 맛을 보았다. 이런 제기..
마늘쫑을 너무 많이 삶아서 쫄깃한 맛은 없고 물컹해졌다.
멸치는 간데도 없고 마늘쫑은 물컹하고
저 많은 물컹한 마늘쫑 반찬 저거 다 누가 먹지.
점심은 아무래도 마늘쫑 반찬으로 비벼서 먹어야겠다.
계란프라이도 하나 얹어서.
아! 이 마늘쫑 반찬 한 달 먹는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