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떡 두 봉지의 행복, 해인사 절밥 이야기
떡 두 봉지의 행복, 해인사 절밥 이야기
송광사 절밥의 아쉬운 여운이 우리를 해인사로 안내한 날,
무료 나눔 세탁기를 내주느라 계획한 출발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공양 시간에 맞추기는 빠듯했지만 우리는 즐겁게 길을 나섰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달리기를 하듯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다 보니 일주문이 나왔고 시계는 이미 공양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절을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지.
공양간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절에서 일하는 분들과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기다림 없이 바로 들어갔다.
관광객들은 식당 안 상황을 봐가며 10명씩 들여보냈다.
차례가 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렸다.
점심은 뷔페식이었다. 커다란 접시에 밥을 담고, 콩나물, 산나물, 김치, 튀김을 차곡차곡 올린 뒤, 콩나물국까지 받아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식탁마다 ‘묵언’이라 쓰인 큼직한 나무판이 놓여 있어선지, 식당 안은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주방 앞에는 체격 좋은 스님이 식당 질서를 담당했고, 어린 행자는 식당과 밖을 분주히 오가며 잔심부름을 했다. 그 와중에 우리의 눈길을 끈 건 따로 있었다.
그릇을 반납하고 나면, 비닐봉지에 시루떡과 백설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남는 떡이 많을 때는 두 봉지씩, 적을 때는 한 봉지.
‘나도 두 봉지를 받을 수 있겠지? 아니면 한 봉지라도…’ 떡 봉지를 상상하며 서둘러 밥을 먹었지만, 식당 안은 우리 식구만 남았다,
결국 백설기는 다 떨어졌고, 팥시루떡만 남았다. 그런데 남은 팥시루떡이 많았는지, 우리는 두 봉지씩 받았다.
“이런 대박!”
입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공양간을 나서려는데, 입구에 보시통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는 “보시하고 가자”면서 식당으로 되돌아 갔다. 떡 봉지를 들고 앉을자리를 찾아다니다가 대웅전 아래 카페로 들어갔다. 창가에 앉아 대추차와 캐모마일차를 주문했다.
관광객들이 오가는 풍경을 보며 따끈한 시루떡을 먹었다. 그 순간, 더 바랄 게 없었다.
시원한 카페를 오가며 경내를 구경했다.
발걸음을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대웅전 뒤로 옮겼다. 목판 하나하나가 쌓아 올린 역사의 무게를 느끼며, ‘이것이 나라를 지키는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녁 준비는 이미 늦었다. 우리는 비빔밥집으로 갔다.
따끈한 밥을 비비며 또 다른 절밥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엔 떡뿐 아니라 절밥까지, 꼭 제시간에 맛보리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