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리언 Oct 27. 2024

[재무회계1] 감(感)과 숫자 사이, 그 어딘가

경영 의사결정의 황금비를 찾아서

# 재무회계 기본




바벨탑 이야기와 비즈니스 언어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신의 뜻을 거역하고 탑을 높이 쌓아올렸어요. 하늘에 닿게 탑을 높이 쌓아 이름을 날리고자 했죠. 이를 본 신은 사람들이 오만하다며 분노했습니다. 과연 신은 어떻게 했을까요? 탑을 쳐서 무너뜨렸을까요? 아니요. 하나였던 언어를 다르게 갈라버렸어요. 언어가 서로 달라지자 말이 통하지 않고, 소통이 되지 않으니 일의 진척이 없었죠. 결국 같은 말을 쓰는 끼리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고 해요.


 그런데 왜 신은 처음부터 바벨탑을 쳐서 무너뜨리지 않았을까요? 그게 더 쉬운 방법인 것 같은데요. 바로 제 2의, 제 3의 바벨탑을 쌓는 것을 아예 원천봉쇄해버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만큼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언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계에서 이 언어 역할을 하는 것이 뭘까요? 바로 '숫자 정보'입니다. 경영 활동을 하다보면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돈의 흐름이 생깁니다. 이를 숫자를 가지고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경영 활동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평가하고, 점검합니다. 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사결정하는 데 활용하기도 합니다.


 가장 친숙한 예로, "이 사업 접어, 말어?"를 결정하는 데 숫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죠. 즉 적어도 들어간

 돈 보다는 많이 남겨야 사업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이는 비용과 매출액이 같아지는 '손익분기점'은 넘겼는지 확인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숫자를 통하면 근거 없는 감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숫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도 있는데요. 재무회계 부서 뿐 아니라 생산관리, 마케팅, 인사조직 등 직무와 부서를 막론하고 숫자 정보를 이용해서 의사결정하고 소통하는데요. 재고가 충분한지,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직원의 성과는 어떤지 등에 대해서요.


 기업 내부 뿐 아니라 외부 관계자들과의 소통도 숫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각각의 관계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 주주: 투자할 만한가? 등

 - 은행: 믿고 거래해도 될까?, 돈을 빌려줘도 될까? 등

 - 국가: 세금을 얼마나 거두면 될까? 등


 이 많은 관계자들에게 숫자 없이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설명을 해줘야 한다면 굉장히 비효율적이겠죠? 숫자는 소통의 언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경영의 세계에서 숫자정보는

의사결정의 근거이자,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회계, 재무, 세무... 다 머리 아픈 숫자일 뿐, 뭐가 다른 건데?


 숫자는 경영의 분야 중 회계, 재무, 세무 등과 관련이 있는데요. 그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계 VS. 재무 VS. 세무... 

- 회계: 과거부터 현재까지, 돈의 흐름이 어떠했는지 잘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

- 재무: 그래서, 앞으로 돈을 어떻게 구해서, 어떻게 굴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

- 세무: (법을 지키는 선에서) 세금을 최대한 적게, 잘 내도록 하는 것!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회계가 과거 초점이라면, 재무는 미래 초점에 가깝습니다. 회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숫자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재무는 그래서, 현재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숫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다룹니다. 회계는 일기라면, 재무는 계획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세무는 세금을 다루는 다소 특수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MBA와 같은 일반적인 경영 교육과정에서는 주로 회계와 재무 위주로 배웁니다. 이 책에서도 회계, 재무 위주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들에도많은 하위 분야가 있다. 회계만 해도 관리회계, 재무회계, 세무회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글 성격 상 크게 재무, 회계 2분야를 다룬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경영의 세계에서 알아야 할 숫자 정보!


 그렇다면, 재무회계에서는 어떤 숫자 정보를 봐야하는 것일까요?


 재무와 회계는 모두 '재무제표'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기업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꼭 봐야하는 숫자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재무제표' 입니다. 최근에는 워낙 주식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재무제표가 친숙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재무제표는 주식할 때 뿐 아니라, 실제 경영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꼭 봐야하는 자료 1순위 중 하나입니다. 재무제표는 경영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중요한 정보들을 담고 있죠.


 이 재무제표에는 소위 '3대장'이 있는데요. 바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입니다.


[재무제표 3대장!]

- 재무상태표: "(현재) 얼마나 가지고 있나?"

- 손익계산서: "(1년 동안) 얼마나 벌고 썼나?" (얼마나 남겼나)

- 현금흐름표: "(1년 동안) 현금이 얼마나 오갔나?"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점 개념이고, 반면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는 기간의 선의 개념입니다. 그 기간은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합니다. 그런데 꼭 1년이 아닌, 1달이나 분기 단위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재무제표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재무상태표>

 재무상태표는 한 마디로 '재산'에 대한 것입니다. 이 표에는 총 재산인 '자산', 갚아야 할 채무인 '부채', 그리고 갚지 않아도 될 자산인 '자본(자기자본 혹은 순자산이라고도 함)'을 기재합니다. 여기서 재무회계 통틀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자산 = 부채 + 자본'이 나옵니다. 쉽게 말해 갚아야 할 것과 갚지 않아도 될 것을 합치면 총 재산이 된다라는 것입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복잡한 재무회계 세계로 들어가면 가장 중요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재무상태표에서는 (어렵게 말해서) 재무구조가 건전한지, 자금 융통에 문제가 없는지, 지급 능력은 있는지 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 즉 (쉽게 말해서) 빌린 돈 대비해서 내 돈이 너무 적지는 않은지, 당장 돈 갚을 능력이 되는지 등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가 '재산'에 관한 것이라면, 손익계산서는 말 그대로 '손익'에 대한 것입니다. 즉, 수익과 비용에 대한 것이니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그 보다 많이 나가면 소용 없는 법입니다. 결국 수중에 얼마나 남기는지가 관건이죠. 손익계산서는 바로 이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많은 경영 활동이 손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손익계산서는 매우 중요하게 쓰입니다.


 <현금흐름표>

 재무상태표가 '재산', 그리고 손익예산서가 '손익'에 대한 것이라면, 현금흐름표는 '현금'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경영 활동 중에는 현금이 잘 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자산 중 현금에 대한 것이 3대장에 포함되었죠.


 이들 재무제표 3대장에서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읽을 수 있는지는 다음 챕터에서 연계해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숫자와 감, 의사결정의 황금비를 찾아서


 재무회계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사결정'을 잘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해야 하는데요. 쉽게 말해, 비용은 낮게 가져가면서, 가치는 최대한 많이 만들 수 있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럼 숫자만 잘 읽고 활용하면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걸까요?


 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이 "소리반, 공기반"이라고 한 조언을 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적절한 목소리와 공기가 함께 섞여야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말이었는데요. 이를 경영 의사결정에 빗대서 얘기해 본다면, "숫자 반, 감(感) 반"이어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감은 '근거없는 감'이 아니라 '직관의 감'이다. 꼭 반반의 비율은 아니더라도 숫자와 감이 적절히 섞여야 좋은 의사결정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경영 현장에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수학포비아(숫자 공포증)' 리더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MBA나 재무 교육과정을 운영하다 보면, 재무회계는 담당 직원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뒤늦게 공부하는 케이스도 적잖게 만나게 됩니다. 이 분들은 감에만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관'의 저자 유진 새들러 스미스 영국 서리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직관과 분석을 오가며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즉, 직관과 숫자 등의 데이터를 통한 분석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죠. 보통 감은 주관적이고, 본능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이어서 부정확하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숫자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이고, 정확한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죠.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감은 오랜 경험이 쌓이고 쌓여 발휘된 '정확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한편 숫자는 그 정보를 담는 과정에서 오류나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직원들의 열정, 조직의 분위기나 문화, 회사의 이미지 등과 같이 성과와 연결되는 중요하지만, 정량화해서 직접적으로 숫자에 담기기 어렵죠.


 앞으로 불확실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감은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숫자와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의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분석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쌓여야 '근거없는 감'이 아닌, '직관의 감'이 발휘될 수 있죠. 이것이 쌓이다 보면 누구에게나 공개된 숫자에서도 누구도 보지 못하는 숫자 너머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알고 보면, '감 안에 숫자 있고, 숫자 안에 감이 있는 셈'입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의 중심에 숫자와 직관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알고보면, 경영이라는 세계에서 위대한 결정은 늘 숫자와 감의 황금비 속에서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숫자+감으로 '유레카'의 순간을 외쳐라


이전 24화 [인사조직4] 유능한 경영자인데, 무능한 리더라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