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테르의 소설 '미크로메가스'는 시리우스 별에서 온 주인공의 여행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 또한 '미크로메가스'인데요, 아주 작다는 의미의 '미크로'와 아주 크다는 의미의 '메가'가 합쳐진 말이죠. '작은 거인'과도 비슷한 말인데요. 이 외계인은 큰 존재라는 걸까요, 아니면 작은 존재라는 걸까요?
소설 속에서 미크로메가스는 수명이 무려 1050만년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수명이 너무 짧다며 토성인에게 신세한탄을 하죠. 한편 그의 키는 36km나 되는데요. 키가 2km나 되는 토성인도 그에게는 난장이일 뿐입니다. 하물며 인간은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만 보이는 존재일 뿐이죠. 실제로 소설에서 그가 지구를 방문했을 때 인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이 소설에서는 '크다', '작다' 혹은 '길다', '짧다' 등의 모든 개념이 관점에 따른 상대적일 뿐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미크로메가스는 이름에 담고 있는 의미처럼 관점에 따라 '극소'의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극대'의 존재가 되기도 하는 거죠.
재무회계에서의 숫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하면 객관적이고 절대적이라는 느낌을 받죠. 하지만 적어도 재무회계에서 만큼은 숫자는 상대적입니다. 앞에서 다룬 재무제표에는 많은 숫자 정보들이 있었는데요. 이 수치 자체만으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수치는 다른 수치와의 상대적 관계 속에서만이 그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죠.
가장 쉬운 예를 들어 볼까요. 어떤 기업의 연 매출이 100억이라고 합시다. 높은 수치일까요? 이는 비용과 함께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겠는데요. 번 돈은 100억인데, 비용이 100억 많이 나갔다면, 결코 높은 수치는 아니게 되죠. 또 과거는 매출이 200억이었는데 100억이 되었다면 낮게 생각될 수 있겠고요. 마찬가지로 경쟁사들은 모두 200억을 벌었는데 이 회사만 100억을 벌었다면 낮은 수치라고도 할 수 있겠고요.
칸트에게 이성은 비판의 주체이자 대상이었습니다. 이성에 의한 이성을 통해 이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숫자에 의한 숫자 분석을 통해 그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재무회계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의사결정입니다. 즉, 경영에서 숫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의사결정을 더 잘하기 위함이죠. 이를 위해서는 여러 숫자와의 비교를 통해 숫자를 다면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 간의 비교를 쉽게 해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비율'입니다. 재무회계 분야에서 쓰는 비율을 '재무비율'이라고도 하는데요. 수백, 수천가지의 재무비율이 있지만,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몇 가지 대표적인 비율이 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역으로, 내가 사업을 한다고 하면, 무엇이 궁금해 할지 생각해 보는데서 출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아마 대게의 경우 돈은 잘 벌고 있는지(수익이 나는지), 앞으로 망할 가능성은 없는지, 재산을 잘 굴리고 있는지, 좀 더 키울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이 궁금할 것이다. 대게 아래 4가지로 축약될 것이다.
- 잘 벌고 있나? - (수익성)
- 안 망할 것인가? - (안정성)
- 자산을 잘 굴리고 있나? - 효율성(활동성)
- 앞으로도 잘 커나갈 것인가? - (성장성)
바로 각각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 성장성에 대한 것이다. 하나 하나에 대해 어떤 '비율'들이 있는지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잘 벌고 있나?'
<수익성 비율>
아무리 많이 벌어도, 즉 매출이 아무리 높아도, 나가는 비용이 똑같이 많다면 의미가 없겠죠.
진짜 이윤, 즉 수익은 얼마나 남는지 봐야 합니다. 단순히 얼마나 벌었는지가 아니라, 들어간 것에 비해서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는 거에요.
(1) 이윤율
벌어들이는 '매출'은 높고, 나가는 '비용'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이윤율이 높을 수록, 즉 마진, 즉 남는 게 많을 수록 좋죠. 상품별로 마진이 어떻게 되는지,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등을 살펴보고 상품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2) 자산수익률
쉽게 말해, 투자한 것에 비해 내 수중에 얼마나 남는지에 대한 것이다. 즉 투자한 '총 자산' 에 비해 순수하게 남는 '이윤'을 본다.
'안 망할 것인가?'
<안정성 비율>
안정성이라는 것은 소위 안 망할 것인가에 대한 것인데요. 보통 기업이 돈을 제 때 못 갚거나, 지급하지 못해서 망하기 때문에, 이 비율은 부채와 관련성이 높습니다.
(1) 유동비율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1년 안에 현금화 할 수 있는 자산 대비,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입니다.
(2) 당좌비율
진짜 1년 안에 갚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 유동비율의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중에서 바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재고자산은 빼고 구합니다.
이 외 안정성 관련하여 부채비율, 이자보상비율 등의 대표적 비율이 있습니다.
'자산을 잘 굴리고 있나?'
<효율성 비율>
내가 가진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냐에 대한 것입니다.
(1) 총자산회전율
매출액 대비 총자산입니다. 즉, 자산을 몇 회나 회전시켜서 매출을 올렸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업종의 성격에 따라 회전율에 대한 평가 기준치가 많이 다릅니다.
(2) 매출채권회전율
기업 내 현금이 도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상만 너무 많으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이 생기죠. 이 비율을 통해 판매 후 얼마만에 현금을 받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3) 재고자산회전율
자산 중 특히 재고 관리가 중요합니다. 주문에 대응할 수 있게 충분해야 하지만, 또 너무 많이 쌓여 있어도 안되죠. 매출원가 대비 일정 기간 동안 얼마만큼의 재고가 있었는지 회전 수를 구합니다.
'앞으로 잘 커나갈 것인가?'
<성장성 비율>
기업의 규모와 매출 등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나타내주는 지표이다.
(1) 총자산증가율
전기 대비 기업의 자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확인하는 지표입니다. 기업의 전체적인 성장을 보여주죠.
(2) 매출액증가율
당기 매출액을 전기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말 그대로, 전기 대비 매출액의 증가 정도를 나타냅니다.
각각의 비율에 대해 파악해 보기 위해서는 아래 2가지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업계 내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첫째로는, 업계 평균, 혹은 업계 선두기업, 그리고 경쟁기업의 수준
둘째, 본인 기업의 과거(전년도) 수치
재무회계 분야는 결국 '숫자 가지고 더 의사결정을 잘 해보자'는 것입니다. 감이나 느낌만으로 하지 말고요. 그런데 재무회계 담당자가 아닌 이상, 숫자를 '계산하고 만들어 내는 역량'은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담당자가 다 만들어 내 온 것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죠.
그리고 무엇을 읽어야 할지는 의외로 몇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업계 마다, 사업 마다 중요하게 봐야하는 비율은 조금씩 다른데요. 명품 매장에서 높은 회전율을 기대할까요? 기사 식당에서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까요? 아니죠. 내 산업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게 봐야 할 비율은 무엇인지, 비율은 평균은 어느정도 되는지 파악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또 판단의 기준치들도 있으니, 이에 대해서도 알아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내 돈 대비 빌린 돈이 몇 % 되면 위험하다', '우리 업계에서는 재고를 연간 몇 회전 소진해야 하나' 등등이요.
경영교육계에 있다보면, 마케팅 파트를 하는 날에는 수강생 분들이 재밌을 것이라 기대하고 오시는 반면, 재무 파트를 할 때면 조금은 두려운(?) 감정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재무회계 파트도 재밌다고 후기(?)를 들려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마케팅과 같은 분야는 매번 쫓아가기 바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지만, 재무는 공부를 일단 해 놓으면, 정해진 툴을 가지고 중요 정보를 쉽게 얻을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아주 중대한 리스크를 피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숫자를, 어떤 비율을 가장 중시해서 봐야할지부터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