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리언 Oct 27. 2024

[재무회계3] 조삼모사, 원숭이는 과연 멍청했을까?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 아침의 도토리와 저녁의 도토리는 다르다!

# 시간과 화폐 가치




*이미지 출처: https://hiyaja.com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저공은 넉넉치 못한 형편에 원숭이에게 줄 도토리가 부족해지자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저공은 원숭이들을 불러 모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침에는 도토리 세 개를 주고, 저녁에는 네 개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저공이 다시 제안했습니다.

 "그럼 아침에는 도토리 네 개를 주고,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했습니다.


 잘 알려진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성어의 이야기입니다. 근시안적으로 당장 눈 앞의 것만 생각하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 굉장히 많이 쓰입니다. 하도 많이 인용되어 조삼모사의 원숭이가 멍청하기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과연 전자와 후자는 정말 같은 걸까요? 관점에 따라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루 활동량을 고려할 때 원숭이 입장에서는 아침에 한 개라도 더 받아먹는 것이 컨디션 관리 측면에서 이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는 든든하게 먹고, 저녁에는 소식하라는 것은 다이어트 국룰(國Rule)이죠. 원숭이들의 몸매 관리 측면에서도 후자가 좋을 수 있겠습니다. 원숭이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럼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경영의 재무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조삼모사 속 원숭이는 멍청했던 걸까요, 똑똑했던 걸까요?



오늘, 내일 달라지는 화폐의 가치


 위에 대한 답을 위해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당신은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다음 중 하나를 택하십시오.

  ① 지금 100만원을 받는다

  ② 내년에 100만원을 받는다

  ③ 지금 받으나, 내년에 받으나 상관없다


 위의 상황이라면 어떤 걸 택하실 건가요? 아마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두 ①번을 택하실 겁니다. 혹 그 이유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직관적으로 ①이 나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알기 때문이죠. 왜 ①이 유리할까요? 우선 지금 당장 돈을 받아야 나중에 못 받을 위험(리스크)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받아서 은행에 넣어두면 적은 금액이라도 이자도 챙길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수익률이 높은 투자를 시도해 볼 선택지도 생기고요. ①이 ②에 비해 리스크는 낮고 기대 수익은 높은 것이죠. 이러한 맥락에서 재무에서는 일반적으로 같은 금액이면 미래보다는 현재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위의 상황에서 1년 후의 100만원은 지금의 100만원보다 가치가 낮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100만원과 미래의 100만원, 액수는 동일하더라도 시간에 다라 가치는 달라지는 거죠.


 현재에 가까운 것이 미래 보다 가치가 높다는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원숭이가 저녁보다 아침에 도토리를 많이 받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아챘으니 나름 좋은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위에서의 '리스크'와 '기대 수익' 개념을 똑같이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즉, 도토리를 하나라도 빨리 받으면 혹시나 나중에 못 받을 위험이 줄어들고, 미리 토도리를 받아서 불릴(?) 방안도 마련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주인이 없어 굶주린 친구 원숭이가 있다면, 매일 아침 여분의 도토리를 빌려주고 나중에 그에 대한 대가를 바라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재무 관점에서 보면 원숭이는 나름 이유가 있는 판단을 한 셈이죠. 이쯤 되면 멍청함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원숭이가 많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크리노스의 시간, 카이로스의 시간


 그렇다면 조삼모사 이야기 속에도 시간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닌데, 원숭이는 왜 이렇게 전혀 다르게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이 차이는 시간에 2종류가 있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그리스 신화에는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이라는 2가지 시간 개념이 존재합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우선 크로노스적인 시간은 초, 분, 시간, 년 단위로 흘러가는 뉴턴적인 시간입니다. 절대적이고,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이죠. 반면 카이로스적인 시간은 사람이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 시간입니다. 결정적인 때와 기회를 의미합니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는 카이로스 동상이 있는데요. 벌거벗은 몸에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민둥산이며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쥐고 있습니다. 이 동상을 본 사람들은 이런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이 동사이 '기회'를 너무나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음에 감탄하게 됩니다. 벌거벗은 것은 쉽게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함이고,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함이며, 그에 반해 뒷머리가 없는 것은 기회의 때가 왔을 때 놓치면 잡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왼손의 저울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함이고, 오른손의 칼은 신속하고 분별력 있게 결단할 것을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크리노스의 시간에서 원숭이는 멍청합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일 뿐, 아침에 받는 도토리와 저녁에 받는 도토리는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카이로스의 시간에서 원숭이는 똑똑합니다. 아침과 저녁 사이 도토리의 가치가 달라진 걸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도토리를 받지 못할 리스크와, 도토리를 미리 받아서 불릴 수 있는 기대 수익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무 관점에서 카이로스 시간의 저울에는 OO가 오른다"


 재무적 관점에서 가치를 판단할 때 두 가지 시간 개념을 잘 구분해서 살펴야 합니다. 재무적 가치는 카이로스의 시간에서 흐릅니다. 앞에서 시간이 지나며 위험, 즉 리스크와 기대 수익이 달라짐에 따라 재무적 가치가 변한다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실제로 거창한 경영 상의 재무 활동이 아니라, 우리가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주식을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의 판단을 합니다. '얼마나 안전한가?', '얼마나 불릴 수 있는가' 보통 이 2가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죠. 다름 아닌, 시간에 따른 리스크와 기대 수익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카이로스 시간의 저울에는 '리스크'와 '기대 수익'이 올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저울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여러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만약 워런 버핏이나 소로스라면 보통의 경우보다 1년 안에 100만원을 훨씬 더 많이 불릴 수 있겠죠. 또 외부 금리, 경제적 환경 요인 등은 어떠한 지에 따라 리스크나 기대 수익은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가치, 미래가치를 환산할 때 리스크나 기대 수익 관점에서 관여하는 다양한 부분들은 고려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조삼모사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상황에 따라 저울의 움직임은 좌우될 것입니다. 예로 '전쟁 가능성은 없는지?', '저공이 노쇠하거나 병약하여 저녁에 도토리를 못 받을 가능성은 없는지?', ‘저공이 형편이 안 좋아져 갑자기 저녁에 도토리를 못 받을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따라 리스크의 크기가 달라지겠습니다. 한편, '도토리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주변에 있는지?', '도토리를 불릴 다른 방안은 없는지' 등에 따라 기대 수익의 저울도 달리 움직이겠습니다.



"카이로스의 시간에서 재무적 기회를 잡아라!"


 우리는 무엇의 가치 판단을 할 때 항상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 안에서 해야 합니다. 본인의 상황이나 외부 환경 등의 다양하고 역학적인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여, 리스크와 기대 수익을 저울에 올려 보고 칼 같이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는 기업 재무 활동 뿐 아니라, 주식 투자, 은행 예적금, 보험 가입 등의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야만 카이로스의 시간 안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알아보고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