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만나지는 시기

by 새 봄

오늘 유난히 추웠다. 따뜻한 옷을 찾으려고 장롱을 열었다가, 몇 해 전 사두고 잊고 지낸 하얀 니트를 발견했다.


7~8년 전, 이 옷을 처음 샀을 때 나는 두세 번쯤 입어보고는 금세 손을 놓았다. 거울 속의 모습이 내가 기대한 모습과 달랐기 때문이다. 더 말랐던 시절이지만 굵은 뼈대 탓에 두께감 있는 니트를 입으니 내가 더 크게 부풀려 보였다. 내가 바라보던 ‘나의 이미지’와 실제의 내가 서로 닿지 못했던 시절.


그런데 오늘, 오랜만에 그 니트를 꺼내 입어보니 이상하게도 전처럼 부해 보이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옷이 만들어주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

낯설었지만 금세 ‘아, 이제야 이 옷을 입을 때가 왔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문득 , 내가 이 옷을 입을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기(適期)란 어쩌면 이런 순간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맞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잊힌 사이에 나도 변하고 옷도 제 자리를 찾는다.

그러다 어느 날, 조용히 서로에게 맞아지는 때가 온다.


살다 보면 억지로 맞추지 못해 답답했던 순간들이 있다.

버리기엔 아깝고, 계속 붙잡자니 어딘가 불편했던 것들.

하지만 어쩌면 삶의 많은 것들도 이 니트처럼 시간을 지나야 나와 자연스럽게 맞는 순간이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고민들도, 아직은 어울리지 않는 선택들도,

언젠가 내가 도착한 어느 시점에서 나와 겹쳐질지 모른다.


나는 그 ‘때’를 기다려보려고 한다.

아직 닿지 못한 나와, 언젠가 맞아떨어질 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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