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호기롭게 어떤 일을 시작했다가 다른 일들에 밀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흐지부지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 브런치 활동이 그러하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것은, 대학 글쓰기 강좌 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지극히 단순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동안 자기만족용으로만 메모장에만 끄적였던 사색들을 누군가가 볼 수 있는 곳에 내놓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내 꿈은 작가지만, 글을 올리지도 않고 다듬지 않은 글들만 혼자 간직하는 사람이었다. 남에게 보여줄 용기도, 꾸준히 같은 글을 작업하여 완성할 끈기조차 없었던 주제에 작가를 꿈꾼 것이다.
물론 그러한 작가의 역량이 당장 내게 없다고 해서 작가를 꿈꾸면 안 된다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더욱 그렇기에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인간은 항상성이란 것을 지니고 있기에, 갑자기 안 하던 꾸준한 글쓰기를 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미루고, 미루다 까먹고,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종국에는 안 하게 되는 나의 나쁜 습관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자기 계발서는 아니지만, 그러한 성격을 지닌 심리학 책들을 읽었고, 자기 계발서를 요약해 주는 북튜브를 보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넛지'와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이었다. 둘 다 여러 풍부한 내용과 주제를 다루는 책이지만, 오직 습관과 실천에 바탕을 두어 나에게 적용시켜 보았다.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알아야 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시간 날 때마다 즉흥적으로 글을 쓰곤 했으니 알기는 쉬웠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활동인데도 브런치 글쓰기는 왜 꾸준히 하지 않게 되는가?
답은 결국 귀차니즘이었다. 브런치 앱을 클릭하고, 글쓰기를 누르고, 글 소재를 생각하고,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쓴다. 이 과정 자체가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책은 책을 펴고 읽으면 되고, 유튜브는 유튜브를 누른 뒤 영상을 보면 되는데 글은 쓰기까지의 과정이 필요하기에 잘 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자기에게 사용하기 좋은 것이 '넛지'이다. 넛지란, 정말 쉽게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자기 최면이다. 브런치 글을 쓰겠다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계획을 짤 때, '글 올리기'가 아닌 '브런치 앱 클릭하고 글쓰기 탭 누르기'로 잡는 것이다. 이것이 넛지 중 하나인 간소화 전략이다.
글을 써서 올리는 것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창작 활동이지만, 앱에 들어와서 글쓰기 버튼까지 누르는 건 누구나, 언제나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리고 일단 글쓰기 화면에 진입하면, 뭐라도 쓰게 된다. 정말 무엇이라도.
만약 내가 글쓰기를 싫어하는데 억지로 써야 했다면, 더욱 복잡해졌을 것이다. 싫어하는 활동 안에서 내가 싫어하는 요소와 좋아하는 요소를 찾아내어 '몰입'할만한 일로 바꾸는 과정까지 거쳐야 했을 테니까. 다행히도 이 일은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활동이니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
아무튼 정말 무엇이라도 끄적이다 보면, 어느샌가 몰입하여 어느 한 주제에 대한 글을 멋지게 써 내려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은 글이 잘 써지는 날의 경우일 테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몇 문장 썼다가 머리를 싸매고 뒤로 가기를 누르게 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의 계획은 어디까지나 브런치 글쓰기 탭까지 들어오는 것이었고, 난 하루의 계획을 이룬 것이 되니까.
-까지가 습관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전략 수행에도 힘든 점이 있었다. 우선 이 전략의 핵심은 결국 내 뇌를 속여 아주 간소한 계획에도 성취감을 느끼고 다음번에도 해낼 수 있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인데, 애초에 뇌를 속이겠다고 결심한 채로 계획을 짜다 보니 쉽지는 않다.
한 마디로, 브런치 탭에 들어오는 것을 계획 삼아 정말 '그것까지만' 성공했을 경우에 그래도 계획 성공이라며 성취감을 느끼는 행위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 한 두 번은 애써 스스로 잘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게 계속 반복된다면 결국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분명 계획을 성공하긴 했는데, 말로만 목표가 글쓰기 탭까지만 들어온 것이라고 해놓고는 실제로는 스스로에게 '그래도 들어가면 글 하나쯤은 완성시키겠지'라는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전략을 사용할 때에는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하며 내가 정말로 간소화한 계획 이행에 적정 수준의 성취감을 느꼈는 지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메타인지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것은 나처럼 매번 미루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니, 터무니없이 낮은 목표치를 잡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인 사람은 일의 난이도를 아주 조금씩 올려가며 몰입의 효과를 올려보길 바란다.
참고: <너 진짜 똑똑하다> 유튜브 채널 동영상
-이 글을 올리기까지 동기부여를 해주었습니다.
-영상을 보고 책까지 구매하여 읽었는데, 특히 '몰입의 즐거움'에는 큰 감명을 받아서 조만간 서평으로도 올릴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