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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May 29. 2024

오페라하우스만큼 멋진 호주

혼자서 호주 여행

여행 책에서 보던 사진 그대로다. 항구를 따라 북적한 인파와 다양한 상점이 오페라하우스까지 이어진다. UGG 신발 가게에 들러보고, 관광상품 가득한 수비니어 가게에도 들렀다. 기하학 패턴이 그려진 부메랑과 장신구 그리고 그림작품을 보며 호주가 원래 인디언의 나라였음을 기억했다. 나무와 천으로 만든 작품들을 보며 괜한 서글픔이 일렁였다. 코알라와 캥거루 인형으로 가득한 진열장을 보며 아기자기한 귀여움에 일렁거리던 감정 잠잠해다.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를 가면 그 나라 분위기와 대표적인 이미지를 알 수 있다. 터키는 푸른색 외눈  타원형 돌 장신구, 양탄자와 수공예품 그리고 젤리와 과자가 많다. 아랍에미리트는 향신료와 금장식 장신구 그리고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커피포트와 잔을 주로 판매한다. 대한민국은 전통 문양과 건축물을 담은 실용적인 물품 그리고 도자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관광할 때면 공항이나 도심에서 수비니어 가게에 들러보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정보요 재미다.





멀리서 작게만 보이던 오페라하우스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새하얗게 빛난다. 누군가는 오렌지 조각을 잘라놓은 것 같다 말하고 조개껍질을 닮았다고도 한다. 또 누군가는 하얀 돛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상상력을 펼치기 전에 이미 들었던 정보 살피니 그렇게만 보인다.


시드니 랜드마크이면서 세계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인 오페라 하우스 지붕은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한 덴마크 건축가 요른 우촌의 작품이다. 오렌지 껍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6년간 공사로 1973년에 완성된 건물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되어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홀 등 공연장과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오페라 하우스는 하얀 조각 지붕들이 연결되어 건물을 덮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상아색 지붕 밑으로 많은 공간이 자리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멋진 전망을 관람할 수 있는데 하버 브리지와 시드니 항구를 조망할 수 있다. 야간에는 반짝이는 불빛들로 더욱 멋지다.


오페라 하우스를 따라 한 바퀴 걷는 중이었다. 화려한 파티복을 입은 이들을 지나치고 바닷가 야외 레스토랑을 지났다. 맨 앞 건물 계단을 오르다가 투명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축하연에 눈이 동그래졌다. 빠른 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 턱시도를 입은 신랑과 심플하면서도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손을 잡고 주례사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니 결혼식이다. 멋지게 차려입은 하객들은 길게 앉아 식사 중이다. 보타이를 맨 웨이터들은 음식을 한 손에 멋지게 들고 옮긴다. 어떠한 나라든 결혼식은 잔치이고 축제다. 신랑과 신부가 가장 빛나는 날. 하객들의 화려한 복장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빼면 한국의 예식장과 비슷하다. 창밖에 섰던 관광객들이 몰려 서서 결혼식도 구경한다.


신나는 곡이 연주되 신랑과 신부의 댄스가 시작되었다.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났다. 마음껏 몸을 비틀면서 준비한 춤을 한껏 뽐내는 신부의 모습은 공연장의 주인공이다. 두 남녀가 결혼식을 위해 많이 연습했는지, 댄스를 소화해 내는 열정이 어색하면서도 멋지게 이어진다. 밖에 서 있던 관광객들도 함께 손뼉을 친다. 신랑 신부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든 함께 축복하고 응원한다.



오페라 하우스 옆으로 이어진 로열 보타닉 가든을 걸으며 뒤돌아 건물을 다시 감상했다. 해안을 따라 정원을 걸으며 새롭게 발견하는 식물이 많다. 부리 넓적한 새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거침없이 걸어 다닌다. 잔디밭에 누워 쉬는 사람들이 편안해 보인다. 오페라하우스를 함께 담아 사진 찍었다. 하얀 건물이 담긴 그 어느 곳이든 멋진 작품 사진이 된다.


가든을 빠져나오는 길, 갑작스러운 소나기다.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오페라하우스를 향해 달음질했다.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오페라 하우스 지하로 들어가니 레스토랑과 카페다. 파티복으로 멋지게 차려입고 야외 레스토랑에서 샴페인과 음식을 즐기던 이들도 서둘러 건물 내부 카페로 이동한다. 쏟아진 소나기에 젖은 드레스, 남겨진 멋진 음식.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비가 무겁게 내리는데 갈매기들 날갯짓은 가볍고 신났다. 서로 음식을 차지하려 테이블 사이로 날아든다. 악이 흐르고 고급스러운 음식과 사람으로 가득 차서 지게만 보이던 곳이 금세 장판 되고 말았다.


동작 빠른 이들은 음식 접시와 와인을 들고 내부로 대피했다. 소나기가 지나기까지는 모두 비를 피해야 한다. 높은 굽 구두와 몸에 착 붙은 드레스를 입은 이도 나와 함께 카페에 서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카페 종업원들은 쏟아져 들어온 이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준다. 덕분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구경했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비가 그치지 않자 잦아진 비를 맞으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무래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에 맞춰 지하철역으로 가야겠다. 카페에서도 콘센트를 찾지 못해 서큘러 키 근처 상가마다 충전할 수 있는 가게를 둘러보았다. 지하철 역까지 이어진 상가 지붕을 따라 비를 피해 걸었다. 테이크 아웃으로 운영하는 작은 젤라토 가게다. 점원에게 젤라토를 구입하고 핸드폰 충전을 부탁했다.


“젤라토를 구입하면서 충전할 수 있을까요?”

“사지 않아도 충전해 드릴게요.”

“어머나, 친절하시네요. 고마워요. 패션프룻 젤라토 하나 주세요."


폰을 잠시 충전하는 동안 까만 씨앗이 점점 박힌 샛노란 젤라토를 입에 물고 바깥 계단에 앉았다. 시원한 빗방울과 함께 보이는 지하철 역사와 한가해진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차분해진 나는 그제야 오늘 여행을 혼자서도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집에 돌아가는 마지막까지 잘하겠다는 자신감도.

‘난 혼자서도 뭐든 할 수 있어.’

새콤달콤한 젤라토를 마지막까지 입안에 가득 채웠다.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똑같다고. 어디든 친절한 사람들은 많다고. 용기만 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 자신이라고.'

그런 생각을 가슴에도 가득 채다.


“정말 고마워요. 친절한 시드니 사람들. 오페라 하우스만큼 호주가 멋져요.”

웃으면서 핸드폰을 건네는 아가씨에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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