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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Jun 10. 2024

아들의 졸업식

셋이서 호주 여행

“아버지, 넥타이 좀 매 주세요.”

“넥타이 혼자서 못 매?”

“동영상 보고 해 봤는데 잘 안 돼요.”


아들은 하얀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회색 재킷을 반쯤 어깨에 걸쳐 내린다. 마주 보고 선 두 남자. 오랜만에 보는 두 사람의 가까운 모습이 금방 사라질까 아쉬워 자꾸만 사진 찍는다.




열다섯 살이던 여름, 아들은 남편에게 뺨을 맞은 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식탁에서 자리를 피하고 대화도 섞지 않는다. 찬 바람으로 발을 동동거리는 세월이 길었다. 아들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남편을 의지하기 시작했다. 재수 학원에 보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제 입으로 인사했다. 해외 발령으로 떠난 남편에게 미안해하며 가끔 통화했다. 발령지로 온 가족을 초청하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여행했다. 2년 전 겨울, 남편의 가이드로 이스라엘과 스페인 여행을 떠나자 했을 때 좋다고 따라나섰다. 셋이 한 공간에서 밥을 먹고, 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12일을 보냈다. 아들은 아버지의 잔소리와 긴 설명에도 꾹 참아냈다. 그리고 호주에서 공부를 마치며 졸업식에 우리 부부를 초청했다.



사십 대 중반, 남편은 아들의 무례함을 꾹 참다가 뺨을 때렸다. 매를 들어 훈계했다. 그리고 입을 다문 아들에게 계속 사과했다. 아들이 고개를 돌려도 애써 “사랑해”를 외쳤다. 문 닫고 뒷모습만 보여주는 아들을 슬픈 눈으로 자주 바라보았다. 아들을 도와줄 기회만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각각 사랑하려 애썼다. 재수 비용 아까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해외로 나가면 아들과 더 친해질 수도 있겠다며 잠시 떨어져 있기를 선택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에게 최선 다해 시간과 물질을 사용했다. 잔소리와 설명이 길어진다고 말하면 얼른 태도를 고쳤다. 드디어 아들의 졸업식 초청에 얼른 휴가서를 제출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당연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가 당연하지 않은 때이다. 놓치고 나면 너무 늦은 그때. 가족에게는 평소가 제일 중요함을 남편과 나는 그제야 알았다.




1년 어학 과정을 밟으며 아들은 꽤 고생했다. 적은 용돈인데 일주일 단위로 나눠 아껴서 사용했다. 혼자서 식사를 해결하느라 요리할 수 있는 가짓수가 제법 늘었다. 학교에서 제일 성실하게 밥을 해 먹은 학생이란다. 세탁하고 말리고 다림질하는 것도 고수가 되었다. 1년을 혼자서 살림하고 공부하느라 단단한 어른이 되었구나. 졸업식에 갔다가 주변인들에게 아들 이야기를 들어 알았다. 1년의 세월을 잘 살았다는 어른되기 학교 졸업이네.


넥타이를 맨 아들은 졸업식 리허설로 먼저 출발했다. 한국에서부터 조심히 캐리어에 접었다가 걸어 둔 정장을 꺼내 입었다. 저녁이 되어가는 시간, 졸업식 위해 학교로 걸어가는데 시드니 시골 동네 오후는 아직도 반짝반짝 빛난다.





졸업생들의 1년 수업 과정이 영상으로 흐른다. 한국의 정적인 교육과 달리 여행과 봉사활동, 국제회의 참석 등 활동적인 수업이 다양했구나.


각 개인의 졸업 연설이 시작되자 아들의 모습을 녹화했다. 준비한 발표를 진지하게 진행하다가 유머를 던져 좌중을 웃기기도 한다. 처음으로 만난 멋진 청년을 보듯 낯설다. 아들을 새롭게 또 알아서 간다.


가족사진을 찍어 준다니 셋이 꼭 붙어 섰다. 아들의 비뚤어진 넥타이를 다시 고쳐주는 남편의 모습. 아들과 정말 가까이 서 있다. 축하한다며 안아주는 남편의 포옹에 아들은 가만히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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