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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Jun 03. 2024

스몰토크에 입장합니다

셋이서 호주 여행

모닝티타임이 한 시간이라고? 일요일 오전에 숙소 근처 호주인 교회에 들렀다. 추수감사절 예배가 끝나자 바로 옆 체육관으로 모두 이동한다. 사면 벽을 둘러 테이블이 펼쳐졌다.


한 면은 간단한 샌드위치와 김밥 그리고 빵과 쿠키가 펼쳐져 있다. 2면은 딸기 등 과일이, 3면은 커피와 차 그리고 시원한 음료가 준비되었다. 궁금한 마음에 4면까지 둘러보니 귀여운 우산을 세워놓은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준비되어 있다. 종이 접시에 삼각 샌드위치 두 조각과 김밥 두 알을 담았다. 딸기를 접시에 더 올리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들었다.



어디로 앉아야 하나 둘러보는데 손들어 환영해 주는 이가 있다. 밝게 웃어주는 하얀 백발노인들 사이에 앉았다. 꼬리뼈를 다친 후 아직 치료 중이라 보라색 동그란 방석을 펼치고 앉는데 표정까지 반응이 꽤 멋지다. 육중한 몸의 할아버지는 보라색 도넛 방석이 탐난다면서 짙은 눈썹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목소리까지 장난 가득하다. 함께 의자에 둘러앉은 다섯 명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묻는데 의자에서 떨어졌다는 심각한 이야기를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 만난 분들인데도 질문이 계속 오가면서 금세 대화가 이어진다. 노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유머와 말솜씨에 그들이 7.80대 어른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솜씨는 세월이 쌓여 잘 훈련된 악기와도 같다. 음 이탈 없이 자연스럽게 완성한 멋진 음악처럼.





아들의 졸업식에서 처음 보는 호주인들의 스몰토크에 함께 했다. 절반이나 알아들었을까? 학교 운영과 재정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몇 단어 밖에 귀에 들리지 않았. 어쨌든 그네들의 소소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함께 웃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냥 웃으면 어우러지는 거다.


호주에서 영어를 공부하다가 국제결혼을 하게 된 40대 한국인 루시가 있는 그룹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호주식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그녀는 쉴 새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다문화 자녀가 된 다섯 살과 세 살 남매 이야기, 학교와의 교사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아 우울한 이야기, 자신이 영어 공부를 위해 죽도록 노력한 이야기를 꺼낸다.

듣고 있던 호주인 교사들과 나는 입을 열 틈도 없이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고개를 너무 끄덕였네. 한국어로 잠시 해 주지.’


대화 중 아래로 내려보니 긴 그림자가 늘어져 네 명의 실루엣을 예쁘게 만들었다. 그녀가 떠드는 동안 잠시 그림자를 사진에 담다.





학교 스태프들이 준비한 정원을 둘러보니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나누도록 의자를 배치했다. 넓은 야외 카페처럼 자리를 펼쳤다. 다양한 의자와 테이블을 군데군데 모아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러그도 펼쳤다. 인조 화분과 나무 식기류 그리고 테이블보가 분위기에 격식과 품위를 더한다. 석양이 드리우자 매달아 놓은 전구에서 빛을 발한다.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 이른 저녁 식사도 시작되었다.


졸업생과 축하객들은 뷔페로 준비된 음식을 접시에 담아 서너 명씩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때로는 진지한 대화가 이어진다. 늦게 합류한 남편은 한국을 좋아한다는 오스카와 끝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멀리 보이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흥미롭다. 핸드폰 사진을 서로 보여주고는 고개를 뒤로 젖혀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아버지는 오늘 인싸가 되었네요.”

내 옆을 지나면서 아들이 말한다.


어디서나 이어지는 스몰토크를 신기해하는 내게 한국인 엄마 루시가 말했다.


“한국인들은 설명하는 것에 게으른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눈치가 빠른 우리네들은 내 감정을 네 감정으로 여기기 때문에 많은 말을 생략하는 거죠.”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나 자신도 그렇다.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내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것을 생각하니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가까운 가족 안에서도 설명 부족으로 충돌이 생기는데 밖에서는 얼마나 더하겠는가.




스몰토크는 공식적이고 무거운 얘기가 아닌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말한다. 인사말과 일상, 기분을 즐겁게 잘 표현해도 대인관계는 좀 더 원만해질 수 있다. 작은 유머를 더한다면 금상첨화겠다.


유머 넘치는 호주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함께 대화 속에서 편하게 누렸던 그 시간을 기억하며 그네들의 스몰토크를 시도한다. 내가 명심하는 부분들은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상대를 존중하며 관심을 표한다.

경청하면서 작은 리액션을 잊지 않는다. 대화 분량도 독점하지 않고 나눠서 사용한다.


둘째,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볍게 나눈다.

자랑이 아닌 즐거운 소재를 주고받는다.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부담되지 않고 가벼운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면 좋다.


셋째, 열린 태도를 갖는다.

상대 입장을 잘 수용하며 나와 다른 생각도 인정한다. 말은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풍성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포용할 품도 넓어진다.




포항 맛집인 초밥 가게에서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두 남녀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너무나 가까운 좌석이라 예쁘게 차려진 열 개 초밥을 입에 넣고 감상하면서도 두 귀는 그네들의 아야기에 잠시 활짝 열렸다.

쑥스러워하는 남자 앞에 앉은 예쁘장한 여성은 캠핑에 대해 입을 열었다. 첫 소개팅이었던 것이다.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알아가는 시간의 주도권은 여성이 잡고 있었다. 그녀는 말주변 없는 묵직한 남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캠핑해 보셨어요?"


그녀는 텐트 치고 캠핑 요리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꺼냈다. 함께 웃음 터지는 소리에 후루룩 미소 된장국을 마시며 식당 밖을 나왔다.


근처 조용한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책상에 놓고 책을 펼치는데 아까 식당에서 보았던 남녀가 카페로 들어와 앉는다. 스몰토크 잘하는 바로 그녀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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