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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멋진 <그대 그리고 나>

이들처럼 80이 되고 싶어

by Jina가다


“안!”

“한!”

“그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했는데 (남편은) 그 이상의 무엇이에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우리 같이 하늘나라로 가자.”




83세 동갑의 안 씨 할아버지와 한 씨 할머니는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걷는다. 여전히 결혼 전 서로를 배려하고 탐색하는 젊은이들처럼 예의와 아껴주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10년 전 인간극장에 5부로 실어졌던 70대 노부부의 모습은 여전히 비슷했다. 10년 전보다 허리가 더 굽고 나이가 좀 더 들어 보일 뿐 그들의 어투와 씩씩함은 여전했다.


매일 새벽 할아버지는 호밀빵과 과채로 아침을 차리고, 뜨거운 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내린다. 전날 식탁의 접시를 다 준비해 둔 안 씨 할아버지는 아침 준비가 끝나면 잠들어 있는 할머니를 깨운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동행하고 각자 그리고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머리를 빗겨주고 짝꿍의 곡에 글을 써주는 할머니, 흘리는 빵부스러기 때문에 손 받침을 해주고 요리하는 아내의 등 뒤로 선풍기를 틀어주는 할아버지... 때론 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의 의견이 동일한 세력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 멋지다. 싸움이 치열하지 않고 신사적이라 오히려 보기 좋다. 싸움에 져 주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당당하고 매력적이다.


남편의 생일에 직접 만든 생일 축하 카드를 매년 보내는 그녀가 사랑스럽다. 작곡자의 역할을 멋지게 해내는 부군의 모습에 두 손을 모으고 완전히 반한 눈길을 보내는 그녀는 소녀 팬처럼 목소리가 흥분되었다. 아내의 유방암 투병일지를 10년간 썼다는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미안해한다. 예술인으로서 재정적인 넉넉함을 채우지 못한 것도, 아내의 아픔에 더 신경 쓰지 못한 것도 모두 미안하단다. 그런데도 그는 노년의 재정에 대해 비책을 세워놓았고 건강을 회복한 아내와 몇 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부부의 대화를 엿듣고 있자면 가장 깊게 다가오는 부분이 존중하는 대화다. 이들의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멋지다.


-상하 수직적이지 않고 동등하다.

-가장 잘 통하는 친구가 되어 대화 주제를 서로 주고받는다.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대립의 의견도 표현한다. 그것도 잘...

-사랑스러운 말로 칭찬과 격려가 많다.

-먹는 것도 취향과 취미도 동일하게 각각 누린다.(샴푸, 음식 접시 각각, 시간 사용도 각각, 희생하면서도 희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은 꽃에도, 흔한 양말에도 감사가 넘쳐난다.


이들 부부의 일상도 멋지다.


-절약하는 생활도 동일하다. 젊은 날 그녀의 검소함이 마음에 들었다던 할아버지다.

-여행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린다.(해외, 가까운 경주, 울산 , 산책길)

-마음 따뜻한 그네들은 고양이와 개에게도 마음을 나눈다.(외출 시 나눠줄 음식을 챙긴다)

-자녀를 대신해서 예술을 선택했고 그 혜택들은 제자들과 주변인에게 나누기로 동의했다.

-한날한시에 함께 눈을 감기 원하는 이유는 서로를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그것 또한 남는 이를 위한 배려의 말이기에 들으며 함께 가슴이 울렁거렸다.




함께 서있는 그들의 뒷모습이 초라하기보다는 소중해 보였다.


혹 울산이나 경주에서 그들을 만난다면 왜소해진 노인의 모습만 발견하지 않고 귀한 그들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년, 그렇게 함께 늙어가고 싶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자꾸만 멋있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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