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쳐다도 보지 말자 3

마약에 중독된 정신과 의사

by 어른이

아침이 된 줄 알고 놀라면서 깼는데 휴대폰을 보니 30분 밖에 안 지나 있었습니다. 병동에서 전화도 안 와 있었습니다. 환자분이 아직 안 깨었나 봅니다. 잠깐 자고 일어나니 개운해져서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금당증상에 대해서 찾아보았습니다.


펜타닐의 금단 증상은 중단 6시간 후부터 나타나며 극심한 불안, 초조, 공격성과 근육통, 두통, 뼈가 쑤시는 듯한 통증, 동공확대, 식은땀, 눈뭇, 콧물, 구역, 구토 등의 증상이 1주일 정도 지속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진통제, 항불안제 등을 투여하며 약물이 몸에서 빠져나가 금단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병동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OO님 일어나셨어요. 진정이 좀 되신 것 같아요. 보러 오실 거예요?"


"네 금방 가요. 혹시 모르니 보안요원 두 분 만 불러주세요."


병동에 도착하니 보안요원 두 분이 도착해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 보호사 선생님과 다 함께 격리실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보안요원 두 분이 앞장서서 들어갔습니다. 환자분은 요를 깔아 둔 바닥에 앉아 저희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저도 환자분과 1.5 미터 정도 떨어져서 바닥에 앉았습니다.


"진정이 좀 되셨나요?"


"네, 진정 됐어요.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다소 과격한 조치가 취해져서 당황스러운 마음이실 것 같습니다. 다만 환자분의 치료와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죠..."


환자분은 좀 전과 달리 시무룩한 표정을 하며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주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아침까지는 안전한 환경에 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은 이제 나가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보안요원과 간호사 선생님 모두 나가시고, 보호사 선생님은 나오면서 저도 같이 나올 거냐고 물어보시고 마저 나가셨습니다. 저는 환자분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남았습니다. 제가 먼저 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혹시 금단 증상을 경험하고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아까는 너무 아파서 과민해졌던 거 같아요. 머릿속에서 패치를 붙여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개방병동 가려는 것도 개방병동에서는 짐을 제가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외출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랬어요."


"그랬군요. 어떤 금단 증상이 있었나요?"


"아.. 일단 몸이 떨리고 불안해지고, 허리도 허리인데 온몸이 아픈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안정제 맞아서 그런지 조금 나은데 약효가 떨어지면 또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네요."


"아무래도 1주일 정도는 지나야 금단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최근에 패치는 얼마나 자주 교환 하셨나요?"


"하... 그게 사실은 조금 자주 교체합니다... 하루에 10개를 쓴 적도 있어요. 왜 이렇게 된 건지..."


원래는 3일 간격으로 교체해줘야합니다. 그런데 하루에 10개를 쓴다는 것은 2시간에 한번 꼴로 쓴 것인데, 2시간에 한번 쓰지 않으면 금당 증상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병동에 입원해서 6시간 정도 지났는데 금단 증상이 충분히 발생할 만한 시간이었습니다. 환자분이 이어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원래는 이러지 않았어요. 어쩌다 이렇게 마약쟁이가 됐을까요. 정말 후배 보기 부끄럽네요... 선생님은 절대 마약을 하지 마세요."


"어쩌다가 하시게 됐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시작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죠. 제가 허리 통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통증 약들을 계속 자가 처방해서 먹었어요. 근데 그때부터 잘못되었던 것 같아요. 통증 약들이 아편 계열 약물들이어서 중독성이 있는데, 그걸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었죠. 그 뒤로는 뭐 말 안 해도 아시겠죠. 하아..."


환자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마약을 조절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니었어요. 어떻게 말해도 변명이겠지만 말 그대로 불가항력이었어요. 온통 머릿속이 마약 생각으로 가득 찼어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생각나요. 그게 없으면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환자분은 점점 목소리가 갈라지더니 울먹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걸 잃었어요. 집에서 펜타닐을 갈 때마다 저를 걱정해 주는 아내에게 버럭 화나 내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3살 된 딸아이랑 놀아주지도 못하고, 지금은 이혼 위기에 있어요. 주변 동료들은 제가 마약에 중독된 것을 알고서 저를 멀리하고, 제가 보던 환자들을 진료 볼 때도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왜 이렇게 수척해졌냐고, 제가 정말 운동도 잘하고 건강했는데 말이죠. 성격도 예민하게 변한 거 같다고 하고..."


환자분은 말을 잇지 못하고 끄억끄억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런 환자분 앞에 가만히 앉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안됐다는 마음에 슬픈 한편으로는 환자분이 자신의 얘기를 감정을 실어 많이 해준 것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고민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면서 5분 동안 아무말 없이 우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중간에는 엉엉 큰소리를 내며 울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진정이 되었습니다.


"하아... 선생님 저 어떻게 해야할까요. 나아질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견딜 수 있을까요..."


저는 크게 한숨을 쉬고서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요.. 저는 답이 안보여요."


"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봅시다. 우선은 입원 기간을 넉넉히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주로 딱 정해놓지 말고,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질때 퇴원하는 것이 어떨까요?"


"네 그것이 좋겠네요 선생님."


"제 생각에는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차단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개방병동에 가는 것도 안될 것 같습니다."


"네 그렇죠. 아무래도 조금 전에는 제가 판단력이 흐려졌던 것 같아요. 다음에 제가 또 그렇게 하면 똑같은 조치를 취해주세요."


"네 좋습니다. 그런데 퇴원 후에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 필요하면 지금 다니시던 병원을 그만 두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병원에서 펜타닐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아... 직장까지 그만 둬야할까요? 이해는 되지만 너무 간거 아닐까요? 다른 직원들에게 알려서 제가 펜타닐을 못 가져가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꼭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꼭 중독 치료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독을 대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중독을 인정 한다는 것은 단순히 스스로를 중독자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독은 인정한다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마약으로부터 불가항력 인것을 인정 하는 것 입니다. 마약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 하는 것 입니다. 비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나 사실입니다. 마약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마약을 곁에 두고선 유혹을 참아가며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은 무조건 피해 다녀야 합니다. 그래야만 끊을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의 반응을 살피면서 다음 말을 이어 갔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다시 눈시울이 붉어지며 생각에 잠긴 듯 했습니다.


"마약에 대한 조절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죠. 또한 일종의 상실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는 아직 마약이 주었던 좋은 기분들을 잊지 못했을테니 놓아주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마약과 이별을 하려니 슬프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고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제가 마약 중독자라는 것을 완전히 인정하지 못했나봐요."


"네, 하지만 단번에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그런 관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신다면 마약을 끊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이렇게 생각해보는게 어떨까요? 환자분이 퇴원해서 어느날 무슨 수를 쓰든 마약을 찾으려고 한다면 어떤 방법을 생각해낼지, 상상해보는 것이죠. 그러고 상상 가능한 모든 방법들을 못하도록 미리 장치를 해두는거죠."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마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보라니... 마약 중독 치료를 받으러 와서 그러라는 것도 참 그렇긴 하지만 그게 맞는 것 같네요."


"네 이렇게 방법을 찾아 나가다보면 마약을 안할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같이 노력해봅시다 선생님. 오늘은 이만 주무시죠."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환자분과의 첫 날은 끝이 났습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약 중독 치료에 성공했을까요? 아니면 역시나 마약의 중독성에 굴복하고 말았을까요?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입원을 한 것이 환자분의 인생에서 헛 된것은 아니었다고 믿습니다. 지나고 보면 언제나 아쉬움은 남는 것이겠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보기 위해 이번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두겠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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