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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연이 Dec 13. 2022

우울의 계절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겨울만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와 따뜻한(음식들) 냄새를 좋아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힘든 계절이다.

비만 와도 울적해지는데 일조량이 적고 왠지 모르게 쓸쓸한 겨울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추위에 웅크려진 몸이 마음까지 작아지게 만드나 보다.

월경전 증후군인가 쉽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

덜 예민하지만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는다.


오늘은 불안한 마음에 허겁지겁 일어났다.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나는 절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깊은 사유를 하며 자기만의 가치관을 만드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참 많다.

그들을 접할 때면 좌절감이 든다.

‘나는 지극히 평범하구나. 아니 그보다 더 못 미치는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불안한 마음은 조급함을 부르지만 우울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오직 할 수 있는 건 우울하다는 생각뿐.


그러고 보니 겨울이 우울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식욕의 계절이라는 거.

통제 불가능한 식욕에 따라다니는 낮잠.

배불리 먹은 후에 쏟아지는 낮잠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책을 읽는 것은 잠에 들기 위한 과정이고, 글을 쓰다 막히는 것은 잠을 자기 위한 적절한 핑계가 된다.

글이 막혀서 멈춰 섰는지 잠이 쏟아져 멈춰 섰는지 알 길이 없다.


큰아이와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오며 라면이 먹고 싶다는 아들에게 엄마도 오늘은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같이 먹자~”

엄마는 먹을 수 없어.”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너무 마른 것도 보기 안 좋아.”

살이 찌는 것보다 배가 나오는 게 싫어.”

겨울이잖아. 옷으로 가리면 되지.”

그래 옷으로 가리면 되지만, 내가 알잖아. 옷 속에 감춰진 살들을.

이미 남들의 시선에 맞춰진 나의 시선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옷으로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식욕이 늘어 살이 찐 것도 우울에 힘을 얹어 주었겠지.


언젠가는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갈 것을 안다.

그런데 지금은 빠져나가고 싶은 의지가 없다.

온몸을 우울에 맡긴 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머릿속은 다른 때보다 더 쉼 없이 돌아갈 테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투명하고 따뜻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내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만족감을 느끼거나, 어딘가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했을 때

오늘이라도 당장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허하고 배도 고프고 날이 흐리며 미세먼지는 최악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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