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엄마를 모시고 밥을 먹으러 갑니다.
오늘 저녁은 추어탕입니다.
추어탕 2인분이 이내 나옵니다. 엄마 앞에 한 그릇, 내 앞에 한 그릇.
자, 이제 맛있게 식사할 시간이죠.
난 돌솥밥을 퍼서 공기에 담아내고 국물 맛을 보려고 하는데 엄마는 추어탕을 공기에 덜어내기 시작합니다. 3분의 1 정도 분량을 공기에 덜어낸 후 이렇게 말합니다.
“아까 멀 먹었더니 배가 덜 고프네. 좀 덜자, 이거 많다.”라고 말이죠.
난 손사래를 치면서 “아니요! 난 이걸로 충분해요.”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러면서 “엄마! 다 못 드실 거 같으면 그냥 남기고 가면 돼요, 굳이 다 먹을 필요 없잖아요.”라고 덧붙이며, 다소 목소리 톤을 높힙니다.
일부러 보란 듯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것이죠.
내가 일부로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건 엄마에게 나의 강력한 의사표시를 전달하기 위해서랍니다. 식당에 갈 때마다 늘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기 때문이죠.
엄마는 나의 강한 어필에 찔끔하며, 덜어놓은 공기를 그대로 둔 채 식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추어탕을 후루루 짭짭 잘 드십니다.
“참 맛나네!”라고 추임새를 넣으면서 말이죠.
그러면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배가 안 고프다고 하시더니, 거짓말이군.’
내가 엄마의 속을 모를 리 없죠. 엄마의 뻔한 작전에 속아넘어갈 내가 아니죠.
그렇게 해서 식사는 잘 진행되고 어느덧 나는 추어탕을 다 비어갑니다.
항상 식사를 먼저 끝내는 쪽은 나이기에, 나는 가만히 수저를 넣고 짐짓 딴청을 부립니다.
휴대폰을 켜서 뉴스를 보기 시작합니다. 나는 식사를 다 끝냈으니 더 이상 다른 말씀 하지 말라는 무언의 의사표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가 나에 대해 신경쓰지 말고 편안하게 식사하도록 기다려주기 위함이죠.
그런데 식사를 덜 끝낸 엄마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애야, 이거 진짜 다 못 먹을 거 같으니까 좀 더 먹어라.”
그러면서 아까 덜어낸 공기의 추어탕을 내 빈 그릇에 부으려고 합니다.
나는 두 팔을 들어 엑스 자로 교차하여 내 그릇을 막은 후 강력히 “노!”라고 외칩니다. 그 순간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를 힐끔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이 느껴져서 상당히 거북합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제발, 다 못 먹겠으면 남겨놓고 가면 돼요. 내 분량은 1인분이고 싫다는데 왜 이래요, 창피하게. 아까 안 먹는다고 분명히 말했잖아요!”라고 정색을 하면 엄마는 그제야 체념하듯이 “알겠다, 정 그러면 어쩔 수 없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그 공기의 남은 추어탕을 가져다 당신의 그릇에 부으면서 ‘그러면 나라도 먹어야지, 아깝잖아’라고 중얼거리며 식사를 계속합니다.
엄마는 모든 추어탕을 그렇게 비어냅니다. 그리고 돌솥밥 누룽지까지 삭삭 긁어 잡수신 다음에야 식사를 끝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죠. “아까워서 겨우 다 먹었네.”라고 말이죠. 나는 식사를 잘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엄마의 식사량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1인분씩 나오는 양이 엄마에게 많은 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식사를 시작할 때마다 ‘애야, 나 아까 머 먹어서 배가 별로 안고프다, 좀 덜자’라는 멘트를 반복하고 떠보기를 할 때면 나는 ‘에고 또 시작이네’라고 씁쓰레한 미소를 짓습니다. 엄마의 식사법은 늘 그렇습니다. 늘 똑같은 실랑이와 밀당 속에 식사는 차질 없이(?) 진행됩니다. 나를 더 이상 떠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과 엄마의 자식 사랑 속에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