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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Oct 23. 2021

엄마의 아들 타령과 나의 반박

엄마는 가끔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신다.

“늦게라도 멀마 하나 낳을 걸 그랬어야.”

“에고, 또 그 소리!”

“아들이 없으면 남이 시퍼본단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자식은 아들도 없는 새끼라고 깔보고 업신여기고 그런단다.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지.”

“에이, 요즘은 안 그래요. 딸이 없으면 딸 하나 낳았으면 하지만 아들은 없어도 그만이예요. 오히려 아들만 있으면 아이고 저 집은 재미도 없고 부모가 고생 깨나 하겠다 그래요.”

“그래도 아들 하나는 있어야지 딸만 있으면 되겠냐.”

“나도 그러지만 요즘 사람들은 다 딸을 좋아해요. 그래서 딸 둘은 금메달, 하나는 은메달, 아들 하나는 동메달, 아들 둘은 목메달이래요.”라고 말하며 나는 일부러 ‘목메달’에 엑센트를 줬다.

“목메달이 머다냐?”

“그건요, 음...”

나는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옛날 정서를 아직도 간직하신 엄마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들아들’ 하는 엄마를 보면 약간 반발감도 생기곤 했다.

“그래도 그것이 아닌디...”라고 못내 아쉬워하는 엄마에게,

“엄마 이런 말이 있어요. 아들은 나쁜 도둑, 딸은 이쁜 도둑.”

“아들이 나쁜 도둑? 머 그런다냐.”

나는 피식 웃는 엄마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 못을 단단히 박는다.

“아들은 도적놈이라니까. 봐요, 아들은 집에 뭘 보태주기는 커녕 가져갈 궁리만 하잖아요. 아들놈들은 부모 재산을 놓고 서로 으르렁 싸우고 그러잖아요. 딸은 해준 것도 없는데도 부모에게 잘하고요. 아들놈들은 순 도적놈이고 날강도예요 날강도! 협박, 공갈범이라고요!”

순간 흥분하는 내가 우스워 나도 픽 웃음이 나왔다.

“긍께, 딸이 부모를 많이 위하기는 하재.”

나는 엄마의 화답에 약간 신이 나 더 떠들어댔다.

“아들자식은 마음 든든한 그거뿐이지, 부모에게 별로 도움 안 되는 종자들이라니까요.”

“그렁께.”라고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약간 풀이 죽어 있었다. 

“아들은 부모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

그 말을 와락 내뱉고 나서 아차! 하며 말이 조금 심한 걸 느꼈다.

하지만 이왕지사 조금 더 비난의 강도를 더 높혀갔다. 엄마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엄마의 거듭된 아들 타령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는 오늘은 거침없는 강공책을 써야만 했다.

엄마는 이때 비장의 무기인 양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딸은 남의 자식이지.”

“아닌데요.”

“딸은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된다고 하잖아.”

“모르시는 말씀! 요즘은 아들이 남의 자식이죠. 사는 곳도 처갓집 옆에 붙어살아요. 본가 일은 안 챙겨도 지 처갓집 일은 잘 챙겨요. 손주도 외가와 친해요. 그래서 요즘은 아들 결혼시키면 장모 아들 된다는 말도 있어요. 오히려 딸들이 부모를 자주 찾아뵙고 여러 가지를 챙기곤 하죠. 우리나라는 여자 입김이 더 세서 결혼하면 남자들은 여자 하자는 대로 하거든요.”      


우리 엄마들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에 일침을 좀 가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나는 좀 세게 나갔었다. 나도 아들이지만 잘해준 것도 없는데 엄마가 자꾸 아들 타령만 하고 계시니 민망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에 표현이 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엄마! 호응을 못해줘서 죄송해요. 하지만 그게 팩트이걸랑요. 엄마에게는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엄연한 현실이거든요.  

어쨌든 누워서 침 뱉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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