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가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다.
백신 접종 후 발열 및 근육통 등의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엄마 집에 들렀다.
오늘 하룻밤은 엄마 곁을 지키며 몸 상태를 살펴볼 예정이다. 엄마 집에서 자기 위해 편한 실내복 한 벌과 김밥 2줄 등의 식사거리와 소지품 몇 가지를 챙겨 바로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저녁식사까지 하고 오시기 때문에 나만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면 되었다.
미리 가서 어지러이 늘어져 있는 거 치우고 있었더니 마침내 엄마가 돌아오셨다.
엄마에게 물었다. “오늘 주사 맞았죠?”
“주사? 맞은 거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오늘 코로라 예방주사 맞으러 어디 갔다 오시지 않았어요?”
“어디 갔다 온 거 같기도 하고, 내가 어디 갔었다냐?”
엄마는 기억이 오락가락하며 오히려 반문을 하였다.
“그 주사 맞으면 코로나 안 걸린다고 하네요. 주사를 왼팔에 맞았어요, 오른팔에 맞았어요?”
엄마는 왼쪽 팔을 더듬어보더니 “여기를 맞았는갑다. 좀 아프긴 하다.”
“어디 한번 봐봐요.”
내가 옷을 걷어 상박 부위를 살펴보니 주사 자국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 열이 나거나 온 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그러지 않아요?”
“열은 없는 거 같고, 주사 맞은 데만 좀 아프네.”
“다행이네, 열이 나거나 몸이 아프면 이 약을 먹어야 해요.” 라고 말하며 준비해간 타이레놀을 보여주었다.
내가 재차 확인하기 위해 엄마 이마와 목 부위를 만져보니 과연 열이 있는 거 같지는 않았고, 오한이나 근육통 등도 없는 거 같아 일단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가 대뜸 나에게 물었다.
“근디 며느리랑 안 좋은 일 있냐?”
“왜요? 수빈이 엄마랑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여기 온가 해서.”
나는 피식 웃었다.
“엄마가 코로나 백신주사를 맞아서 혹시 열이 있는가 살펴보러 온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대요. 그래서 제가 오늘밤 여기서 자면서 엄마 혹시 열이 나거나 아프면 이 타이레놀 먹게 하고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온 거예요”
“아 그러냐?”
“수빈이는 학교 잘 다니냐?
“네,”
“친구랑 둘이 딱 쨈매서 하숙 치냐? 혼자 있으면 안 된다!”
“네, 수빈이 기숙사에 친구랑 있어요.”
“근데 너 왜 왔냐?”
나는 또 다시 내가 엄마 집에 온 이유를 설명해주어야 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아, 그랬냐? 우리 아들 효자네.”라고 말하며 입가에 살짝 웃음기가 돌았다.
그런데 얼마 후 또, 옆에 놔둔 내 옷가지와 김밥과 소지품을 보시더니 물었다.
“너 무슨 일 있냐?”
“아무 일 없어요.”
“수빈이 엄마랑 싸웠냐?”
“수빈이 엄마랑 싸워서 집 나온 거 같아요?”
“잉.”
“아이고, 그런 거 없어요. 수빈이 엄마도 여기 온 줄 알아요.”
“밥도 안 묵었냐?”
“아네, 퇴근 후 곧바로 왔기 때문에 김밥만 사가지고 왔어요.”
그럼에도 엄마는,
“그래, 무슨 일 있을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엄마는 좀 전에 설명한 나의 방문 이유를 까먹고 내가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밥도 못 얻어먹고 옷가지 등을 챙겨 가출한 것으로 알고 계신 듯했다. 엄마는 뭔가 석연치 않는 표정으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엄마 집에서 자고 가야 되는 이유를 몇 번 더 설명해야 했다.
나는 엄마의 이마를 다시 짚어보며 속으로 말했다.
‘무슨 일 있기는요, 되려 엄마에게 무슨 일 있는지 살펴보러 왔는데요 멀.’
나는 엄마를 걱정하고 엄마는 나를 걱정하는 이 묘한 상황.
엄마의 계속되는 궁금증과 나의 궁금증은 그렇게 하나로 어우러져 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