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도 설워라 커든

잔소리에 기죽다

by 인해 한광일

한 가지 일을 일만 시간쯤 하게 되면 그 일에 정통하게 된다던가? 그러니 십 년쯤 봉직한 사람이라면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데 동의한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소문난 맛집의 힘엔 나이 든 주인 할머니마저도 그의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솜씨의 유래라며 겸손을 보이곤 한다. 그런 집엔 남녀노소 대기번호를 받아 들고 기꺼이 줄까지 선다. 전문가에 대한 존경심이 가상하다. 성숙한 사회의 문화의식까지 엿보인다.


봉직한 시량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단 하나의 직군이 있다. 아니, 그 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어떤 사람은 경멸로 모멸감을 안기기까지 한다.


자동차를 손볼 일이 생겨 자동차공업사를 찾았다. 여섯 대의 자동차가 보닛이 열려 있거나 높이 들려서 배를 보이고 있다. 보기 쉽지 않은 외제 차량도 보닛이 열려 있긴 마찬가지였다. 기술자들이 다들 젊은 편이었지만 오십 중반쯤의 기술자가 외제차 담당이었다. 그는 무엇을 열려는 건지 조이려는 건지 열린 보닛 안에 엎드려 힘쓰고 있었으며, 그 옆에 선글라스를 머리에 쓴 남자가 서 있었다. '하여간 기사님만 믿어요.'라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도 무슨 말을 남기고 고객 대기실로 왔다. 내 앞자리에 앉았던 젊은 여인이 그의 동승자였는지 일어서서 맞으며 '괜찮겠어?'말을 건넸다. '잘할 거 같은데, 여기서 경력이 제일 많대' 하며 그녀 옆자리에 선글라스가 털썩 몸을 부리듯 앉았다. '삼십 년 경력이라잖아.' 아마도 그는 여기로 오면서 미리 전화로 그를 섭외해 두었던 모양이었다.


'너는 어쩌려고 승진 준비도 안 하냐, 인마?'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벌써 십여 년 전에 한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승진은 왜?'

'넌 버틸 만 한가 보다?'

뭔 소린가 싶었다.

'나이 많은 선생, 교육 삼주체가 싫어한다. 경력 많은 선생이 아니라, 늙은 선생이 담임됐다고 애도 부모도 싫어하잖냐? 전근 내신도 눈치 보여. 그 학교 젊은 선생들, 우리처럼 나이 좀 있는 선생들이 가면 힘든 일은 다 저희들이 떠맡게 된다고.'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직접 겪는 일이면서도 나는 다만 그들에게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뿌리 깊은 나무라야 바람에 아니 흔들린다는데, 선생들은 경력이 깊어져도 깊은 뿌리를 갖기란 쉽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선생들의 뿌리가 깊어지지 못하게 된 책임을 물을 곳이 있을 것 같다. 교육계의 수장들, 나아가 국가다. 그들은 옛날(십 년쯤 전이면 옛날 아닐까?)부터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들을 찾아와 '제발 그렇게 가르치지 말라'며 야단치기 일쑤였다. 구구단을 가르쳐도 암기식으로 가르치지 못하게 했으니, 독특한 리듬을 타며 아이들과 즐겁게 음악수업인지 수학 수업인지 모를 재미난 수업을, 나이 든 선생은 포기해야 했다. 발견학습을 해라, 탐구수업을 해라, 열린 교육을 하라는데 왜 아직도 교실 문을 쳐 닫고 수업을 하느냐, 협동학습으로 잘하고 있느냐, 융합수업을 고심해야 한다...., 그때마다 선생들은 자기 수업을 버려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암기식 수업의 달인 교사가 없다. 발견학습의 대가도 탐구학습의 명인도 없다. 열린 수업에 매진하던 교사도 슬그머니 접고 융합수업을 어떻게 하는 건지 초심자가 되어야 했다. 창의력 향상 수업, 역량중심 수업, 학생주도형 수업을 할 줄 알아야 하기에 경력 많은 선생들은 또 손에 쥐었던 걸 놓아야 한다. 그러면서 선생들은 또 잔뿌리가 뜯겨 나간다. 뿌리는 깊어질 새가 없다. 교육계의 윗물은 중년의 교육계 며느리들에게 잔소리가 너무 많다. 예전엔 빨래터에서 집집의 며느리들이 모여, 젊은 며느리도 나이 든 며느리도 함께 모여 정보 교류가 일어났단다. 교육계의 혁신이란 것도 잔소리가 아니라 곳곳에 빨래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면 되지 않을까?


명예퇴직 교사가 급증하는 다른 큰 이유가 있겠으나, 교육 삼주체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나이 든 선생들은 여러 모로 눈칫밥을 먹는 중이다.





늦사랑



마흔 가까이나 되어

그대에게 빠졌어요


시시콜콜

時 時 Call Call


아무 얘기라도 좋아요

아무 때나 전화하세요.


시시콜콜

時 時 Call Call


아무 것도 아닌 것에

첫사랑처럼 설레어요


시시콜콜

時 時 Call Call


그대 생각만 하면

주책맞게 헛웃음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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