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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독기 Oct 24. 2021

근데.. 내가 이 글을 써도 되나?

#나도MZ #나도근로자 #나도작가가될까

요즘 MZ세대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MZ세대에 속하는 주변 지인들조차 

내게 노동조합에 대해 다양한 질문은 해 오는 것만 보더라도 

과거와는 그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친구들과 후배들 중에 

내 업무 분야인 노사관계에 대해, 특히 노동조합에 대해 깊이 물어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쨌든 그들이 노조가 궁금하다고 하니 글을 한 번 써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MZ세대의 노동조합’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니, 

몇몇 지인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첫째는 ‘네가 무슨 MZ세대냐’라는 비아냥, 아니 항의에 가까운 반발이었다. 


MZ세대 하면 언뜻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외모 때문이었으리라. 

젊고, 발랄하고, 똑부러지고, 참신하며, 기발하고, 당찬 이미지의 MZ세대.

그러나 나는 그 어느 하나에도 부합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젊어보이지도 않고, 하는 생각과 말투가 꼰대 그 자체이고, 

사회생활에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중견 회사원, 

이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였으니, 

내가 MZ세대라고 하면 농담으로 웃어넘기거나, 

어떤 사람은 성질까지 내가며 항의했던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너는 노동자 편이 아니라 회사 편 아니냐’는 다소 뼈 있는 지적이었다. 


사실 그랬다. 

나는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거의 대부분을 ‘회사의 편에 서서’ 일을 해 왔다. 


전에 다니던 직장은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영자 단체’였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는 입사할 때부터 인사팀에서 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 사정으로 나는 언제나 ‘회사 편’에서만 일하는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런 내가 ‘노동조합’에 대한 글을 쓴다면 

분명히 편향적인 글을 쓸 것이 뻔하고, 

내 출신성분(?) 때문에 그 누구도 내 글은 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


주의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1982년 7월에 태어난 나는 엄연히 ‘학제적’으로 분류할 때 MZ세대가 분명하다.

비록 보여지는 모습은 회사의 나이 지긋한 부장님이겠지만, 

내가 만나고 소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또래의 MZ세대들이다. 

그리고 그들과 이야기하고 어울리면서 보고 듣고 느낀 많은 것들을 통해 

적어도 기성세대보다는 MZ세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고, MZ세대와 가장 근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편, 내가 오랜 직장생활 대부분을 ‘회사 쪽에 서서’일했더라도 여전히 나의 신분은 ‘근로자’다. 

내가 하는 업무와 역할이 회사 편에서 일하는 노사담당자일 뿐, 

회사의 지시 명령에 따라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근로자라는 점은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는 MZ세대 '직장인'들과 동일하다. 

오히려 이런 나의 애매한 포지션이 MZ세대의 노동조합에 대해, 

그리고 MZ세대에게 노동조합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자격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과 자료는 예전부터 많이 존재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노동조합에 대해 알려주는 영상들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관심만 가지면 노동조합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료들은 대부분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라, 

소위 ‘노동계의 논리’만으로 노동조합을 설명하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여전히 일부는 단순히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만든 자료라는 이유만으로 

이것을 읽거나 보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인노무사나, 노사관계에 종사하는 활동가분들이 만든 자료와 영상도 많다. 

그 모든 자료들인 내가 보기엔 매우 알차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바로는 노동조합의 설립부터 교섭, 파업, 노동조합 운영에 이르기까지 

MZ세대가 갖는 궁금증과 고민들을 그들의 눈높이와 그들의 호흡에 맞춰 소개시켜주는 컨텐츠는 아니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노동조합을 가급적 객관적이고 실리적인 시각으로 이해시켜주려고 한다. 


객관적이란 의미는 ‘어떤 노조에 가입해야 한다’,‘특정 노조가 다른 노조보다 훨씬 정의롭다’ 등과 같은 

결론을 유도하는 의도성을 배제했다는 것이고, 


실리적이란 의미는 단순히 노조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설명하기보다, 

노조를 통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 또 어떤 변화가 생기는 지를 

MZ세대의 입장에서 좀 더 알기 쉽게 소개해주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보기에 다소 미흡해보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막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MZ세대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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