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돈이 된다'
우리나라의 노조 가입율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오랜 기간 10% 미만에 불과했고, 아주 최근에서야 12%가까이 증가했다. 실제 직장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업무와 사생활에 관심이 많을 뿐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향이 계속 이어져왔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회사에 노동조합이 있다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노동조합에 대해 무관심한 이유는 또 있다. 우리가 언론 기타 매체에서 접하는 노조의 모습은 항상 화가 나있고, 누군가를 상대로 다투고 있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아무튼 시끄럽게 하면서 누군가에게 으름장을 놓는 집단 정도로 비추어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이라는 단어로 구글에 뉴스를 검색하면, 대부분은 불편한 단어로 제목이 붙어있다. "00 노조, 사장 퇴진 요구', '임금교섭 결력, 파업 예고',''00노조 회사 구조조정 결사 투쟁","00노사 극단적 대립" 등.
하지만, 이것은 노동조합의 단면만을 크게 부각시켰을 뿐이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노동조합이기에 저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만약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회사를 상대로, 국가를 상대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이 주목을 하지 않을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은 무엇때문에 만드는 걸까? 노동조합을 만들면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면 뭐가 좋기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노동조합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 말이 너무 상스러운가?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에게는 모욕적이고 불경스러운 말일 수도 있다.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단지 ‘돈’으로 치부하고 노동조합의 존재 목적을 ‘돈’으로 환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아도 노동조합의 존재 목적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노사관계에서 등장하는 돈은 무엇인가? 바로 ‘임금’이다.
임금뿐만 아니라 복리후생, 근로조건, 그 외에 근로자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는 어떤 식으로든 환가가 가능하다. 또한 회사가 성취한 경영성과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기여도를 주장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돈이 된다는 의미는 바로 그 뜻이다.
한편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것들은 '비용'이다. 결국 비용을 지불해야만 노동조합이 원하는 것들을 해 줄 수 있다. 노동조합은 그것을 쟁취해서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으니 결국 또 돈의 논리가 적용된다.
노동조합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감수하고서라도 파업을 하고, 매달 조합비를 지불하고, 업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함에도 노동조합 회의와 모임에 참석한다. 당장은 돈을 포기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조합원들의 임금, 복리후생, 기타 근로조건 향상의 결과로 되돌아온다.
반대로 노동조합이 없다면 어떻게 될 까?
내가 일한 것의 가치가 나의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의 의사결정만으로 일방적으로 책정된다. 늘 그렇듯 형식적인 연봉협상 또는 회사가 정해 놓은 임금테이블에 따라 내 임금이 정해진다. 여기에 내가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내규에 따라 지급되어지는 임금, 복리후생, 근로조건 아래에서 그냥 받아들이거나 싫으면 떠나는 선택밖엔 없다.
노동조합은 그런 개인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회사에게 요구사항을 말하고, 최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 단체교섭을 하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권리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다.
회사의 닫힌 지갑을 열어야 비로소 내 노동의 가치가 보다 더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역부족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은 '모여서 단체로 하라. 회사는 그걸 거부해서는 안된다'라고 명령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여기서 부터 시작한다.
‘사장님이 갑자기 친절해진다’
이 광고는 금속노조가 대중교통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문구다.
기발하다 못해 기특하기까지 하다.
실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 회사의 태도가 변했다는 기업이 매우 많다.
왜 그럴까? 왜 노동조합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사장님의 태도가 돌변하는 걸까?
그 이유는 노동조합이 갖는 엄청난 권리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무려 헌법에서 강력하게 보장하는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근로3권이라고 부른다.
근로3권이란 다름 아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의미한다.
단결권이란 누구든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따라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거나,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금지하면 법이 가만 두지 않는다.
단체교섭권이란 노동조합이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면 회사는 절대 거부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장님, 임금인상이 필요한데 우리 교섭하시죠.라고 했을 때 회사가 헛소리 집어치워라 할 말 없다 하고 교섭을 거부하면 역시나 법이 가만두질 않는다.
단체행동권이란 쉽게 말해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적법하게 일손을 놓고 회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해도 처벌할 수 없다, 만약 투쟁을 했다고 회사가 징계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또 법이 출동한다. 그 법은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다. 헌법이 보장한 근로3권을 바로 노조법이 구체적인 제도로서 현실화 시킨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생기면, 사장님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만들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교섭을 요구하면 불편하게도 대화하러 나가야한다. 감히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하더라도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이다.
바로 이 권리 위에 노동조합은 아주 당당하게 우리 근로자들의 입장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고, 사장님이 듣기 아주 거북한 요구들을 큰 목소리로 주장할 수 있다. 사장님은 불편하다. 사장님은 너무 치욕스럽다. 자식새끼 같은 직원들이 감히 나한테이럴 수 있냐며 분통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래서 결국 노조와 친해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사장님은 비로소 노동조합에게 그리고 노동조합원들에게 친절함을 베풀기 시작하는 것이다.
‘노조가 생기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한국노총에서 조합원들에게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뒤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조합원들은 우선 '회사생활이 안정적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매년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으로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고, 복지도 증진되어 생활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전에는 꿈도 못꿨던 일과 가정 생활의 양립도 가능해졌다고 했다. 법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원할 때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고, 잔특근도 강요당하지 않아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는 개인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출산/육아/돌봄을 위한 휴가 등도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게되었다고 한다.
또한 근무환경도 보다 안전해지고, 사무실과 작업장이 쾌적해졌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노동조합을 통해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회사와 협의하여 근무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라고 한다.
이에 더해 회사가 직원들을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과거 작업반장이나, 상사가 막말이나 부당한 지시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노조가 생기고 나서는 오히려 조합원의 눈치를 살피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은 '든든한 방패, 바람막이'라는 데 동의한다. 고용불안,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탈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출근하고 싶은 회사가 되었다며, 노동조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다음과 같은 일들을 겪고 있고,
지금 이대로는 개선이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진지하게 노동조합 설립을 고민해 볼 만하다.
- 월급이 잘 오르지 않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 경영진이 직원들을 인간답게 대우해주지 않는다.
- 애로사항을 이야기해도 잘 들어주지 않는다.
- 필요 이상의 업무를 반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 회사 사정이 안좋을 때마다 퇴직을 강요하거나, 강제 배치전환이 많아 진다.
- 회사의 조직문화가 너무 일방적이고 경직되어 일하러 가는 것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