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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독기 Oct 24. 2021

파업은 싫은데, 꼭 해야 하나?

교섭에서의 무기가 되는 파업


노사업무를 좀 해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노사관계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는 말이 있다. 

그 뜻은 노사관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항상 유동적인 상태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좀 더 풀어 말하면, 노사관계가 항상 안정적이거나 항상 대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조합과 회사는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관계라다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의 경우도 그렇다. 노사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 회사와 노동조합이 관계가 좋다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서로 대립관계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통상 이런 상황은 단체교섭 시즌이면 빈번하게 발생한다. 임금을 더 얻어 내려는 노동조합과 인건비를 최소화 하려는 회사 사이에 갈등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단체교섭에서의 수많은 쟁점들을 노사가 논의하다보면 합의되지 않는 핵심 쟁점을 두고 서로 물러 서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원만하게 타결을 하면 좋겠지만, 핵심 쟁점일 수록 서로의 입장은 좁혀지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회사는 꿈쩍하지 않고 버티고 노조는 요구하는 상황이 길어질 수록 불리해 지는 것은 노동조합이다. 


이때 파업이 힘을 발휘한다.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에 타격을 주어야 회사가 움직인다. 대화의 질이 높아진다. 형식적인 시간끌기가 아닌 조속한 합의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낸다. 파업의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파업은 회사를 골탕먹이거나 회사를 처벌하기 위함이 아니다. 단체교섭을 촉진시켜서 빨리 조합원들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관철하는데 사용하는 효과적인 무기가 바로 파업이다.  


그런데도 파업을 MZ세대들이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언론에 비추어지는 파업의 안좋은 모습만을 보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투쟁조끼를 입은 채 주먹을 불끈쥐고 투쟁을 외치는 모습, 주위 사람들에게 불쾌한 소음을 유발하며 투쟁가를 부르거나, 회사측 사람들과 몸싸움을 벌리는 과격한 모습, 덕지덕지 현수막을 회사 안팎으로 붙이고, 과격한 용어로 회사를 비방하고 심지어 욕설까지 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파업이란 저런 것인가?하고 거부감을 나태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파업이라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쟁의행위의 한 수단일 뿐이며, 파업이 모두 과격한 집회와 투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파업도 품격있게 할 수 있고, 파업이 아닌 다른 투쟁의 방식으로도 회사를 압박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무기가 되는 쟁의행위에 대해 알아보자


쟁의행위란 무엇인가?


노동조합이 회사와 교섭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머리에 띠 두르면 '노조가 파업한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노조가 띠두른다고 모두 파업은 아니다. 파업보다 정확한 표현은 '쟁의행위'가 있다.  

헌법은 노조에게 '단체행동'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는데, 그 단체행동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쟁의행위'다. 쟁의행위는 파업보다 넓은 의미를 갖는다. 


법률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해 놓았다. 

우선 노동조합과 회사가 단체교섭을 하고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입장을 좁힐 수 없는 상태가 발생해야 한다(노동쟁의 상태), 그리고 노동위원회 라는 곳에서 노동조합과 회사가 조정절차 라는 것을 거쳐야 한다. 조정절차를 거친 다음 조합원들에게 쟁의행위를 할지 말지 투표를 해서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모두 밟아야야만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합법적인 쟁의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은 물론 징계 등 회사 내에서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 준다. 파업하고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일은 없다. 

그런데 파업 참가자에게 불리한 딱 한가지 예외가 있다. 바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이다. 임금은 일한 것에 대한 댓가이기 때문에 일하지 않고 파업을 했다면 임금까지 안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집행부는 파업 대신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투쟁방식을 고민할 때는 아래 세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호응이 있는 방식을 고민한다.

기성 노동조합들도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해야 한다고 하면 번거롭고 껄끄러워 참여를 잘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단결력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그 결과 어느정도 투쟁력을 모을 수 있게 된다. 노동조합 집행부가 '어떤 것을 하자' 라고 했을 때 일반 조합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왜 해야 하는지, 하면 어떤 것이 좋아지는지 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참여도가 높아진다. 


둘째, 조합원들의 희생을 최소화 해야 한다. 

파업은 조합원들이 임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또한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건사고들로 민형사상 책임을 노동조합은 물론 조합원들까지 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회사를 상대로한 투쟁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결국 상처뿐인 승리는 장기적으로 볼 때 노동조합에게는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회사를 상대로 유효 적절한 수단의 투쟁이어야 한다. 

아무리 참여도가 높은 투쟁이라 하더라도 교섭 상대방인 회사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는다면 결국 실패한 투쟁이 되고 만다. 회사가 대화의 자리에 진지하고 전향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공허

한 투쟁과 외침은 조합원들의 피로도만 높아져 자칫 단체교섭시기에 단결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투쟁의 다양한 방식


소위 투쟁방식은 제한이 없다.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면 그 어떤 방식도 가능하다. 


1. 파업 

파업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일손을 놓음으로써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다. 

파업은 그 범위와 기간, 대상에 따라 강도가 달라진다. 가장 강도가 높은 파업은 '무기한 전면파업'이다. 

기한을 두지 않고 끝까지 전 조합원이 파업을 하게 되면 회사에 가장 강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일부 조합원만 참여하는 부분파업,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파업하는 순환파업, 기습적으로 파업에 돌입하는 게릴라파업, 특정 시기를 타격할 목적으로 하는 시기집중 파업 등이 있다. 


2. 태업

태업이란 일을 하기는 하는데 일의 속도를 늦추거나 불량하게 함으로써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형태의 투쟁을 말한다. 자주 드는 예로, 우체국의 소인 찍는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은 평소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우편 소인을 찍는데, 태업을 하면 소인을 매우 천천히 찍는 식이다. 컨베이어 밸트에서 작업 속도를 늦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3. 준법투쟁 

준법투쟁이란 집단적으로 법령이나 단협, 취업규칙 등을 평소보다 더 엄격히 지킴으로써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형태의 투쟁을 말한다. 예를들어 집단적으로 연차휴가를 쓴다든가, 잔업을 거부한다든가, 정시에 출퇴근을 하는 식으로 원래는 당연한 건데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던 사항을 엄격하게 지킴으로써 회사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전략으로 자주 활용된다. .


4.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는 투쟁

아무래도 조합원들은 업무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투쟁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업무와 상관없이, 업무를 하면서도 회사에 타격을 주는 방식의 투쟁을 하기도 한다. 

먼저, 투쟁조끼나 옷에 리본, 명찰, 뱃지를 다는 등으로 항의의 메시지를 표현하거나 복장을 회사가 규정한 드레스코드에 맞지 않게 입는 복장투쟁이 있다. 유인물이나 대자보, 현수막을 걸기도 하고, 스티커를 각 업무공간에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양한 방식의 집회도 가능하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투쟁 방식도 결국에는 조합원들의 참여가 필요한 방법이다. MZ세대들은 기본적으로 모이는 것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있다. 코로나 시국으로 모임에 더 소극적인 분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MZ노조는 색다른 방식으로 회사에 항의의 표시를 하는 사례가 있었다.


회사의 인트라넷에 회사의 부당한 행태를 고발하는 글을 올린다. 그리고 인트라넷 댓글에는 이에 동의하는 '눕자' 이모티콘이 끊임없이 달린다. 회사 관계자가 이 글을 보고 우리의 불만과 생각을 알아달라는 집단행동이었다. 


 


실은 회사에게 파업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그런데 회사를 상대로 한 파업, 각종 투쟁은 결국 내부적인 문제다. 회사도 당장은 회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괴롭지만 어떻게든 해결은 안에서 다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문제가 외부로 번졌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회사와의 갈등을 대외로 알리는데 주력한다. 언론과 정치권, 시민단체가 이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목소리를 내 줄 때 회사는 가장 큰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인 이슈가 되었을 때 회사는 거의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 노사간에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가 되면서 더 큰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

노동조합은 필요하다면 이런 외부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생각보다 귀를 많이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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