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독기 Oct 24. 2021

노조활동의 꽃 단체교섭을 알아보자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처해 있는 지금의 현실을 바꿔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회사가 마련해 주는 근무환경 속에서 회사가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하고, 회사가 책정한 임금을 받아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학교에 입학해서 학교가 제공하는 학습환경에서 학교가 정한 수업내용을 따라가고, 학교가 채점하는 결과를 시험점수로 받아왔기 때문에, 회사 속에서의 이런 루틴이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근로계약이란 회사와 내가 의견을 조율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는 ’계약‘임에도 회사의 일방적인 방침과 결정에 그대로 순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거대한 회사에서 나의 존재란 매우 미미하게 느껴지고, 회사와 협상이라는 것을 하기에는 힘이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행여 입바른 소리를 회사에 했다간 단단히 찍혀 남은 회사생활도 평탄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상사 또는 회사를 한 방 먹이는 장면을 보면서 통쾌해하며 대리만족하는 것이 전부일 뿐, 다시 내일 아침이면, 예스맨이 되어 회사 생활에 충실한 김대리, 이과장이 되어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단체교섭은 지금의 현실을 좀 바꿔보자는 생각을 ’혼자‘하기 힘들기 때문에 ’단체‘로 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바로 그 역할을 대신 해 주는 것이다. 헌법이 노동3권의 하나로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것 역시 회사에서의 개인은 회사를 상대로 할 힘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꽃은 단체교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단체교섭을 통해 실질적으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일터의 여러 가지 불합리함과 모순들을 바꾸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교섭은 단순히 회사화 협상의 자리를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단체교섭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근로자로서의 자아를 일깨우고, 권리의식을 확고히 하며 회사 안에서 당당한 근로자로서 바로 설 수 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생각해 보자, 내가 일하는 환경을, 내가 받는 임금을, 일방적인 회사의 방침과 결정이 아닌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회사 안에서의 나는 보다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는가? 노동조합의 궁극적인 목표 역시 ’근로조건의 유지 및 개선‘에 있는 만큼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인 단체교섭은 노조 활동을 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MZ세대들에게 단체교섭은 미지의 영역이자, 환상의 대상인 것 같다. 단체교섭에 대해 막연히 큰 기대를 하면서도, 막연히 큰 두려움을 갖는 모습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은 늘 그렇다. 두렵겠지만, 단체교섭을 몇번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요령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단체교섭에 대해 궁금한 몇가지를 이야기해주고자 한다.      


단체교섭을 위한 사전 관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 단체교섭이다. 노조를 만든 근본적인 목적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과거에는 무노조 기업에서 노조가 설립되면, 회사에 노동조합 설립 통보 공문과 함께 단체교섭 요구 공문을 보내면 회사의 회신을 기다려 정해진 날짜에 단체교섭 상견례를 갖고 교섭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11년 7월 1일부터 복수노조 제도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면서, 특이한 절차가 하나 추가되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그것이다. 제도를 설명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한 번 살펴보자. 

그림만으로 이 제도를 이해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이 그림으로 설명하면, 한 번에 100% 이해하는 사람들이 드물 정도로 매우 복잡하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자체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했을 정도다(결국 합헌 결정을 받았다)


아무리 복잡해도, 어쨌든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다소 어려우도 일단 이해는 해야한다. 아마도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관문이 아닐까 싶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쉽게 설명하면 '대표선수 선발절차'라고 보면 된다. 

복싱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타이틀 매치를 위해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데 여러명의 선수가 있다면 일단 가장 강한 선수를 링 위에 올려야 할 것이다. 누가 강한지는 노동조합에게서는 조합원 수로 확인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의 조합원 숫자가 가장 많은 노조가 회사와 타이틀 매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다. 


그렇다면 대표선수를 희망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 

회사는 누가 선수로 등록되어 있는지 공고문을 낸다(교섭요구사실 공고). 여기저기 산재한 선수(노동조합)들이 손을 들고 내가 여기 있다고 알린다. 공고 기간 내에 신고한 선수들을 대외적으로 공고를 해준다(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 . 

이제 이들 중에 가장 힘이 강한 선수가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사전 공고인 셈이다. 

그대로 두면 결국 가장 강한 선수(과반수 노조)가 대표선수가 되어 회사와 타이틀 매치(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와 같은 사실도 공고를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교섭대표노조 확정공고) 

이것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기본적인 원리이자 뼈대이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어떤 노조도 과반수 노조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과반수 노조란 모든 노조의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과반수를 확보한 노동조합을 의미한다)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모든 노도조합이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공동교섭단을 꾸려 시함에 나가게 된다. 

둘째, 과반수 노조가 있지만, 모든 노조와 함께 시함에 나가고 싶다고 하면, 역시나 공동으로 교섭단을 꾸릴 수 있다. 

셋째, 회사가 신고한 선수들 모두와 매치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다. 이것을 개별교섭 동의라고 한다. 회사가 교섭대표노조와 교섭하는 것보다는 노동조합 모두와 각각 교섭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때 개별교섭 동의를 해줄 수 있다.

넷째, 노동조합이 따로 교섭하고 싶다며 심판(노동위원회)에게 매치를 분리해 줄 것을 요구한 경우다. 대게 노동조합 간에 전혀 다른 구성원, 전혀 다른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같이 교섭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조합 또는 회사가 노동위원회에 교섭을 분리해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 할 수 있는데, 이것을 '교섭단위 분리'라고 한다. 


이와 같은 4가지 예외적인 경우에는 처음에 설명한 교섭대표노조 뿐만 아니라 소수노조라도 교섭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솔직히 이러한 설명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은 되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과반수 노조로서 교섭대표노조가 되거나, 소수 노조로서 개별교섭 동의를 받거나, 공동교섭단을 꾸리거나, 교섭단위가 분리된 경우에 교섭에 참여할 수 있다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단체교섭 전 준비할 것들


교섭대표노조가 되어 교섭권을 확보했다면, 이제 단체교섭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단체교섭을 본격적으로 개시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무턱대고 경영진과 마주 앉아 의미없는 논쟁만 해서는 노조를 만든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시간만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체교섭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은 생각보다 많다. 

첫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단체교섭이란 노사간에 대화를 통해 임금, 근로조건, 조합활동 기타 근로관계 및 노사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엇에 대해 교섭을 할 것인지를 미리 조합원들과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처음 노조를 만들 때는 조합활동과 관련된 사항을 주로 논의해야 한다. 노동조합 간부의 처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사무실 등 회사의 배려는 어느정도로 해 줄 것인지, 일상적인 조합활동을 위해 회사가 얼마만큼 양해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사항들이다. 단체협약 샘플도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만큼 첫 단체교섭에서 조합활동과 관련된 사항이 다른 단체협약에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확인하여 차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 밖에도 그동안 회사에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 들어주지 않았거나, 외면했던 사안들을 교섭 안건으로 올려 해결을 촉구하는 수도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요구사항들을 조합원들로 부터 취합하여 단체교섭에서 요구사항으로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둘째, 단체교섭 위원을 적절히 선정해야 한다. 

누가 교섭위원이 될 것인지는 상당히 중요한데, 교섭 준비를 위해 업무시간을 빼거나, 업무시간 이후 시간을 활용하든지 그야말로 자기의 시간을 상당부분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게는 노동조합 간부가 주도하는 경웅가 많지만, 일반 조합원들도 의지와 역량이 있다면 얼마든지 조합의 결의에 따라 교섭위원이 될 수 있다. 

교섭에서는 때로는 공격적인 언쟁을, 때로는 평화로운 화합을 해야할 때가 있다. 법적인 논쟁도 필요하고 회사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래서 교섭위원들은 그와 같은 상황 등을 잘 고려하여 교섭위원을 선정하도록 한다. 


셋째, 교섭위원이 꾸려지면 전체적인 교섭 일정을 구상해야 한다. 

교섭은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한다. 처음 회사에 요구하는 수준과 최종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최초 요구안만을 고수하다보면 타결의 시점은 요원해진다. 교섭 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경우, 노동조합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신설 노조인 경우에 더욱 그렇다. 조합원들은 대게 단체교섭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큰데, 교섭이 진척되지 않고 오랫동안 타결되지 않는다면, 실망감에 조합을 탈퇴하거나 현 지도부에 대한 신임을 철회할 수도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기대수준과 타이밍을 고려하여 타결 수준과 타결 시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교섭 전부터 잘 생각해야 한다. 


넷째, 법을 공부해야 한다.  

골치아픈 공부이야기다. 단체교섭에서는 노동조합과 관련한 거의 모든 법적 내용이 논쟁에 활용된다. 법을 많이 알면 알 수록 유리한 셈이다. 노동조합을 아무 도움 없이 스스로 만든 경우에는 이와 같은 법적 지식이 많지 않아 교섭에서 고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회사측도 마찬가지다. 물론 법무팀이나 노무팀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에 노동조합이 처음 세워진 경우 새롭게 노사관계와 관련한 법을 공부하거나, 그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영입한다. 노동조합도 스스로 법적 지식을 갖추고 교섭에 임할 수는 있지만, 처음이라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바로 공인노무사다. 변호사도 가능하지만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공인노무사는 노사관계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최소한 회사와의 교섭에서 법적인 부분에서 밀리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또하나의 방법은 상급단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상급단체가 교섭에 직접 들어오면 교섭과 관련해서는 거의 일임을 하더라도 무방하다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조합원들끼리 충분히 협의해서 결정하면 될 것이다. 


두근두근 단체교섭 상견례


모든 준비가 마쳐지면, 회사에 공문을 보내 첫 교섭 날짜를 정해야 한다. 생각하는 일자와 시간, 장소를 공문에 적어서 회사에 보내면, 회사에서 일정을 검토해서 적절한 날짜에 교섭을 하자고 회신이 온다. 

교섭의 일자, 시간, 인원, 장소가 정해지면 드디어 회사측 교섭위원과 단체교섭 상견례가 개최된다. 

대게 회사측에서 단체교섭 장소를 구하지만, 종종 노사가 회의실을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상견례에서는 노사가 상호 앞으로 교섭을 잘 해보자는 덕담이 오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상견례 때 부터 노조가 회사에 온갖 불만과 불평을 쏟아 놓는 성토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MZ세대는 지나치게 강경한 노조의 모습에 대해 거부감이 많아서인지 최소한 상견례 자리에서만큼은 서로 잘해보자는 취지의 인삿말만 주고 받을 뿐 첨예한 논쟁은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견례도 엄연히 단체교섭인 만큼 본격적인 단체교섭 요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는 않더라도 

단체교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룰은 정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섭 주기, 교섭 시간, 교섭위원 수, 교섭 장소, 회의록 기록 방식, 교섭위원 처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위 사항 하나하나가 쟁점사항이다. 교섭시간을 근무시간 중에 할 것인지, 근무시간 외에 할 것인지, 교섭 시간을 얼마정도로 하는게 적절한지, 교섭장소는 회사 내인지 회사 밖인지, 교섭위원이 교섭에 참여한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되는 것이다. 

우호적인 회사의 경우에는 노조가 원하는 방식으로 통 크게 합의하겠지만, 대부분 회사는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의 3분의 1수준만 인정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상견례에서 교섭 원칙에 대해 합의했다면, 일단 첫번째 미션은 성공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이와 같은 쟁점때문에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으니, 노조도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적정한 수준 즉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교섭을 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하고 본격적인 교섭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 ㅊ


단체교섭 이제 집중할 때다


본격적인 교섭이 시작되면, 노조는 미리 마련한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한다. )요구안은 인터넷에서 단체협약 샘플을 참고하여 장/절/조/항 체계로 구성된 단체협약안(案)을 만들면 된다) 

회사는 전달받은 요구안을 검토하고, 회사의 입장을 가/부 형태로 노동조합에 회신한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입장을 보고 무엇이 쟁점인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단체교섭에서 그 쟁점에 대해 나름의 논리와 근거로 요구사항을 주장하고 관철을 시도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은 회사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부터는 누가 더 집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문구 하나 단어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서 최대한 요구사항을 어떤 식으로든 단체협약에 반영해야 한다. 

때로는 지루하고, 쟁점이 거의 다 해소되었다고 생각되지만, 끝까지 집중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노사가 단체협약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바짝 정신을 차리고 이것이 과연 우리에게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 우리 요구가 얼마나 반영된 것인지 잘 점검해야 한다. 


단체협약 체결, 여기서부터 노조는 시작한다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이제 노동조합은 험난한 여정을 거의 다 마친 셈이다.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노동조합이 활동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이고, 이제 부터가 진짜 노동조합 활동을 제대로 해 볼만 해졌다는 뜻이다. 


단체협약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에 대해 규율하는 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다. 그 법은 노동조합과 회사간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규범을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노사가 협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열린 조항으로 만들어 놓았다. 결국 노사관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협하고 조정해 나가라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노사가 협의하여 결정한 결과물을 문서로 남겨 둔 것 즉 단체협약은 노사관계에서 법 만큼이나 강력한 규범력을 갖는다. 


단체협약에 규정된 사항을 위반하면, 우선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단체협약이라는 기본적으로 계약서 이기 때문에 일방이 이것을 위반하면 법적으로 손해배상, 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하도록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단체협약의 규범력을 인정하여 단체협약 중 중요하ᆞ간 사항을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은 이처럼 노사 양측에 강력한 강제력을 수반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이것을 무시하거나 위반할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법이 그렇듯 단체협약 역시 그 해석이나 적용에 있어 모호하게 규정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분쟁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특히 법률 전문가가 아닌 노사가 자율적으로 규정해 놓은 단체협약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되는 규정으로 인해 노사가 서로 동상이몽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때부터 진짜 노사문제가 부각되는 경우도 많다.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체협약을 올바로 적용하고, 그것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노사문제를 지혜롭게 대체하는 것이 앞으로 노동조합이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다. 


따라서 단체협약 체결에 만족하지 말고, 이 단체협약을 토대로 보다 발전적인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을 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이전 06화 까짓 것, 만들어 보자 노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