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며 전하는 당부

이제 막 노동조합을 만든 또는 만들려는 MZ세대에게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자격이 없다는 법언이 있다. 권리가 있음에도 그것을 행사하지 않다가 너무 늦게 권리를 행사하려 했을 때는 결국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더라도 불만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 역시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당장의 저임금, 열악한 근로조건, 불합리한 조직문화 등에 불만을 쏟아 놓으면서도 정작 노동조합은 기피하는 것은 물잔을 떠 놓고 목마르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아마도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혹은 이제 막 만든 MZ세대들은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보다 나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더 합리적인 회사생활을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다짐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꾸준히 가는 것이다. 지금 당장 회사와 직원들이 주목하고는 있지만,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휴면상태로 들어가면 더이상 회사와 직원들은 노동조합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의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면, 노동조합이 유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책임도 지는 셈이다. 단순히 조합비만 내고 노동조합이 알아서 쟁취해 온 것들을 그냥 받아먹으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노동조합을 약하고 무능하게 만들 수 있다. 나도 노동조합의 간부못지 않다라는 생각으로 노동조합에 애정을 쏟아부어 주면 좋겠다.  

노동조합 간부를 희망하는 MZ세대에게

첫번째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유혹에 무너지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아주 어릴 때 MBC에서 문학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시리즈물을 방영한 적이 있다. 그 중 조형기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완장’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특별히 잘 난 것 없는 청년이 우연히 완장을 차게 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전횡을 휘두르는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다소 과장은 있었겠지만, 소설, 드라마가 시대상황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지고 그로 인해 왜곡된 지배욕이 분출하는 모습은 사실에 가까운 묘사라고 생각된다. 

노동조합 간부도 사실 적지 않은 권한을 갖는 자리다. 노동조합의 재정과 정보, 그리고 회사와의 관계 등에서 언제든 유혹이 발생할 수 있고 그래서 노동조합 간부 역시 권력의 남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종종 노동조합 간부가 그 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지위를 이용해 일반 조합원을 속이고 피해를 주는 경우가 신문에서 나오는데, 원래부터 나쁜사람이라 근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자리가 주는 묘한 쾌감과 유혹에는 누구든 약해질 수 있다. 

두번째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실망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처음 만든 사람들이 첫 노조 간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 MZ노조 역시 처음 용기를 냈던 몇몇이 그대로 노동조합 간부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 일반 직원들에 비해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준비하고 조합원들에게 여러가지를 설명해야 하는 노조 간부 역할은 거의 희생에 가깝다. 

내 시간, 내 비용을 들여가며 노동조합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수고했다'는 말도 제대로 못듣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합원들은, 일반 직원들은 노동조합 간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고충이나 희생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특히나 모이기를 주저하는 요즘세대의 노동조합의 경우, 온라인 상에서 아무리 활동보고를 한다 해도 그 무게는 실제 눈으로 귀로 보고 듣는 것과 차이가 크다. 그래서 일반 직원들은 물론 조합원들까지도 노동조합에서 점차 무관심해 지는 것을 겪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노동조합 간부는 참 고달프고 외로운 자리지만, 그만큼 노동조합이 성과를 낼 때 보람을 갖는 자리기도 하다. 조합원들을 잘 이끌고 목표한 바를 이루는 과정을 꾸준하게 반복하다 보면 노동조합이 언젠가 견고한 조직으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그 전까지는 외롭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간부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 주면 좋겠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계실 사장님, 노사담당자들께

혹시나 '노동조합이 생기면 인건비도 많이 들고, 신경써야 할게 많이 생겨서 귀찮아진다'는 편견을 갖고 계신건 아닌가? 그럴 수 있다. 노동조합은 예전부터 그런 존재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노동조합을 권장하고, 노동조합이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노조가 없던 기업에서 노조가 계속 생기고 있고,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도 우수죽순 복수노조가 탄생하고 있다. 

이제 직원들의 머릿속에는 노동조합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설립과 운영 과정의 복잡함, 앞장서는 사람의 부재 등으로 참고 있을 뿐이지 언제든 노동조합은 만들어 질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길 바란다. 

아직도 노조가 영원히 없기를 바란다면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위안을 드린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 노사관리가 더 편해진다. 

지금 당장 노조가 없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직원들의 불평 불만은 블라인드에서 끊임 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차피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부분은 개선을 해야 한다. 

그것을 알아서 하느냐, 노동조합을 통해서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니 앞으로 노동조합과 반목하지 말고, 회사의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소통, 존중하는 노력을 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