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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독기 Oct 24. 2021

알아야 안 당한다 부당노동행위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단결체다. 함께하면 무서울 게 없지만, 그것 만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아무리 단체교섭권, 단체 행동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작정하고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단결력 만으론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어찌 됐든 칼자루는 사용자가 쥐고 있고, 노동조합원들은 오로지 맨 주먹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순간, 사용자와 노동조합은 상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변모된다.

하지만 이것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렇다고 선언만 해서는 안된다.

실질적인 무기대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사용자에게 칼이 있다면, 노동조합에게는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 정도는 쥐어 주어야 최소한의 대등성이 확보된다.

 

그래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노동조합에게 방패를 하나 쥐어주었으니,

그것이 바로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이다.

사용자의 무자비한 칼부림에 대항하기 위해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방패를 보장해 준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무기든 그것의 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방패를 제대로 쓰기 위해 이제부터 부당노동행위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유형은 정해져 있다


부당노동행위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취급을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사용자가 지배ㆍ개입하는 등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의미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에게 형사처벌(2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를 둔 취지는 "집단적 노사관계 질서를 파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노동3권을 확보하여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법률상 '부당노동행위'라는 명칭과 달리, 사용자의 모든 부당한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으로 사용자를 처벌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크게 ① 불이익 취급 ② 반조 합계 약(비열 계약) ③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 ④ 지배ㆍ개입 및 운영비 원조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불이익취급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했음을 이유로 해고ㆍ징계 등 불이익 취급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신생 노조의 경우에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다. 또는 사용자가 노동위원회 등 행정관청에 부당노동행위를 신고하거나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해고ㆍ징계 등 불이익 취급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애초에 노조에 대해 비우호적인 경우도 있지만, 회사가 노조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잘 알지 못해 저지르는 경우도 많이 있다.  


2. 반조합계약(비열계약)

사용자가 특정 노동조합 가입ㆍ탈퇴를 조건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채용할 때 노조 가입을 하지 말라고 한다거나, 복수노조 중 특정 노조에만 가입하고 다른 노조에는 가입하지 말라며 이야기할 때를 말한다.

다만, 소위 유니온샵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다. 한 노동조합에 전체 근로자의 2/3이상이 가입되어 있다면, 입사와 동시에 그 노동조합에 자동가입을 강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근로자가 그 노조에서 탈퇴하면 해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도 단체협약에 둘 수 있다.


3.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

사용자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경우란, 노조가 적법하게 설립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할 권한이 있음에도 회사가 노조의 교섭요구에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불응한 경우를 말한다. 교섭을 하고는 있지만 시간을 끌거나 제대로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는 것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4. 지배ㆍ개입 및 운영비 원조

지배 개입이란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ㆍ개입하는 경우, 사용자가 노조 설립을 부추기거나 유도하거나 반대로 노조 설립을 방해하거나 금지하는 경우,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개입ㆍ방해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어떻게 운영되든지 간에 관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정상적은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것 역시 금지된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에게 너무 잘해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노동조합은 조합원들보다는 회사의 편에 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경우까지 금지하기 위해 '운영비 원조'를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과 관련하여 예전에는 노동조합에게 조합 사무실 외에 주는 거의 모든 것들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논란이 있어 최근 법이 개정되었다. 개정법은 근로자의 후생자금 또는 경제상의 불행 그밖에 재해의 방지와 구제 등을 위한 기금의 기부와 최소한의 규모의 노동조합 사무소의 제공 및 그 밖에 이에 준하여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 또는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예외로 한다고 하여 '적당한 수준'의 노동조합 지원은 가능하다고 본다.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면 찾게 되는 법률기관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크게 노동위원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법기관에 진정 또는 고소,  법원에 의한 민사상 구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앞으로 노동조합을 운영하다 보면 노동위원회와 접하게 될 일이 많이 있을 것이다.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면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데,  3개월 이내에 회사 소재지의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하면 된다.  

만일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대해서는 그 위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재심 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다면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노동위원회 사건 진행과 관련해서는 공인노무사 등 법률전문가의 도움이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비용이 걱정된다면 국선노무사 제도도 이용해 볼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 진정, 고소/고발

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진정 사건을 검찰에 의견을 붙여 송치하고 검사는 해당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검사가 기소하고 법원이 기소 내용을 인정하면 비로소 사용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루어진다.

진정은 방문, 전화, 우편으로도 가능하고 고용노동부/경찰/검찰청 홈페이지 내 민원실에서 접수를 할 수도 있다.

진정을 하지 않고 직접 사용자를 고소/고발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사업장 소재지 관할 고용노동부지청이나 경찰서에 접수를 한다. 이때 인터넷으로는 불가하고 고소장(고발장) 등 서류를 직접 관할 관청에 제출하면 된다. 아마 부당노동행위 건으로 고소하러 왔다고 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나 담당 경찰관과 면담을 하고 접수를 하게 될 것이다.


3.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만 존재하지만, 사법적인 구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회사가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해고, 정직 등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한 경우에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이나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받을 수 있다. 필요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민사적인 구제방법은 이것 말고도, 단체교섭 거부 시 단체교섭응락 가처분, 조합활동 방해배제 청구소송 등도 제기할 수 있고, 각종 손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도 가능하다.


부당노동행위는 이렇게 대응하자


부당노동행위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지 모른다. 그래서 사용자와 관계가 좋지 않은 노동조합은 대체로 녹음이나 사진 촬영할 준비를 항상 하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더라도 입증책임이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측에 있기 때문에 증거자료 없으면 혐의 입증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거나 신설노조 조합원들은 항상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하는지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편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다면 노동조합은 즉시 항의하고 단호하게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 나중에 법적으로 다툴 생각으로 방치한다면 조합원들, 노동조합 피해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 사실을 정확히 노사가 확인해 두어야 나중에 법적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견이 최소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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