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이번 주는 거의 매일 개인연습실을 대여해서 집중연습을 했다.
미리미리 더 완성도 있게 연습해둘 걸....하는
학창시절에나 했던 반성과 벼락치기와 같은 연습..
지금 아니면 공연전 그나마 더 연습할 시간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스트레칭 한번 제대로 할 틈 없이 오전에는 몰입해서 2시간씩 개인연습하고, 저녁에는 3일 연속 3시간씩 총연습이다.
어쩌다보니 취미 바이올린생이 하루 5~6시간씩 바이올린 연습을 하는 꼴이 되었다. 물론 전공분들이 입시나 연주를 앞두고 하는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 30분만 들고 있어도 어깨아픈 게 바이올린인데... 연습인내심이 많이 성장했다.
어제는 우리 오케 단원끼리 총연습이라 평소와 비슷했고 늘 좋아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서로 충분히 맞출 시간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심정이었다.
그런데 두번째 총연습인 오늘은 객원분들이 다 오셔서 풀악기가 세팅되었다. 콘트라베이스는 존재만으로도 멋지고, 단원이 부족했던 비올라가 충원되니 저음부가 단단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뒤에서 웅장하게 울리는 브라스밴드에 팀파니까지~아~~ 너무 좋았다.
전공자분들이 많은 이런 수준 높은 오케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 비전공 취미생들도 포함시켜주신 것, 음악을 할 건강과 시간이 있는 것, 배려해주는 가족이 있는 것 모두가 감사했다.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연습기간의 지루함과 해도해도 안되는 부분들에 대한 좌절감(물론 총연습하면서도 부족한 나의 실력에 안타까움은 여전히 한가득이지만)이 다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아, 바로 이거였어. 이맛에 오케하고 공연하는 거지~
물론 평소 우리 단원들끼리 하는 오케 연습도 다양한 현들과 관악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서 좋고, 개인적으로 연습하는 것도 아름다운 선율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원곡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악기가 모여서 이루어내는 하모니란...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경이롭다. 차이코프스키 심포니곡이라 더 그런건지 모든 악기가 모였을 때 올라오는 깊이가 달랐다.
클라이막스부분은 자칫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 안에서 내가 속해있는 현들의 소리를 찾아 거기에 나도 하나를 얹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내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가슴벅차오르는 감동... 이루 말할 수 없이 황홀하다.
작년 공연연주때 받았던 감동이 떠올랐다. 공연을 마치고 구름위에 떠 있는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이 며칠 갔는데, 공연을 잘 마친 성취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보니 그 때 받았던 감동도 음악의 심미성에 취했던 것이 큰 요인이었던 듯 하다.
작년에는 총연습때는 처음 공연이라 여유가 없어서 즐기지 못했고, 본공연에서 음악의 아름다움과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느꼈었다.
연주자들의 예술혼을 담은 열정적인 연주의 자태와, 악기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음색의 향연, 때론 엇박으로 정박으로 변화되어 나오는 많은 악기들의 각기 다른 리듬과 음들이 지휘자님의 리드에 맞춰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은 마치 춤을 추는듯한 장관이고 열정적인 무도회 한가운데 에 온 것 같다...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음....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 같다고 하면 과장이 심한가...
여전히 갈길은 멀지만, 어쩌다 성인이 되어 바이올린을 하게 되고 거북이 같지만 꾸준히 하다가
행운으로 좋은 오케를 만나 멋진 경험들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예술에 인생을 다 바쳐서 무한한 연습을 견디고 멋진 음악을 선물해주시는 전공자분들을 늘 존경한다. 비전공이라고 안주하지않고 오케에 누가 되지않고 나도 더욱 음악의 참맛을 즐기기위해 부단히 실력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앞으로 최소 10년이상 좋은 음악동료들과 음악을 누리고 공연을 하며 아마추어티를 벗고 프로연주가 다워가길 소망한다.
공연 주최자인 우리뿐만 아니라 관객분들께도 음악이 주는 위로와 감동이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Thank you for the mus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