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추석에 벌초하러 갔다가 작은어머니께서 추석 선물이라며 계란 한 판을 주셨다. 계란, 계란은 참 좋다. 삶아먹어도 맛있고, 프라이로 해먹어도 맛있고, 국물 요리에 넣어먹어도 맛있고, 어디에 어떻게 넣어먹어도 맛있는 재료다. 심지어 영양적으로 훌륭하다. 어디 그뿐인가? 싸고 어디서든 흔히 구할 수 있다. 이처럼 싸고 훌륭한 음식이 또 있을까?
그러다 마트에 가면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계란이 있으니, 이른바 '동물 복지 계란'이다. 소름 끼치게 비싼 것까진 아니지만 쉽게 손이 가진 않을 정도의 가격이다. 문득 생각나서 네이버 쇼핑 장보기 탭에 있는 홈플러스의 계란 가격을 한번 봐보자. 2021년 11월 10일 기준, 1등급 대란이 30구에 5,890원이니까 1구당 196.33333원이니 대충 200원이라고 치자. 흠, 1알에 200원이면 싼 것 같은데? 그럼 같은 페이지에 있는 동물 복지 건강란 15구를 보자. 9,600원이다. 그럼 1구당 640원으로 똑 떨어진다. 3.2배 차이다.
동물 복지, 인간 외 생명체를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삼지 않고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뭐 나쁘지 않은 말이다. 나 역시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위험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살지 않길 바라니까. 다만 동물 복지에서 마치 악의 구렁텅이처럼 묘사하는 공장식 축산은 사라져야 하는 존재일까? 공장식 축산은 정말 동물에게 나쁜 것일까? 그렇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에게는' 나쁘다.
대표적인 공장식 축산 현장인 무창계사를 보면, 창문 하나 없는 좁은 공간에서 수천 마리의 닭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머리만 내놓은 채 축주가 주는 사료를 하루종일 먹으며 알을 낳다가 더이상 알을 낳을 수 없으면 닭고기가 되는 곳이다.
그럼 공장식 축산은 '인간에게도' 나쁠까? 운동이 불가능한 좁은 공간에서 사료만 먹고 살이 찐 동물이 도축되어 인간의 밥상 위에 올라간다. 인간은 그 동물을 먹으며 부드러운 육질에 찬사를 보낸다. 그 동물의 살은 좁은 공간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항생제가 섞인 사료로 만들어졌지만 말이다. 영양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인간에게 정말 좋은 고기일까?
그럼 모든 동물에게 동물 복지 시행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우선 육류 및 관련 식품류의 가격이 폭등이 예상된다. 모든 동물에게 어느 정도의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니까 그 이전보다 훨씬 넓은 부동산이 필요할 테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배합 사료가 아닌 자연의 싱그러운 풀이나 생기 넘치는 벌레를 먹으면서 적당한 운동도 할 것이며, 성장촉진제를 맞지 않으니 고기로 팔리기 위해선 이전보다 훨씬 오래 키운 뒤에 도축장으로 보내질 테니까 말이다. 계란으로 생각하면 하루 수천 구의 계란을 낳다 이제는 최소 1/10로 양이 줄어들 테니 축주는 출고가를 수 배는 높여야 수지가 맞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먹는 음식의 가격은 얼마나 오를까? 정확한 상승률은 알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오를지 생각만 해보자. 대표적인 제과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트에서 가장 싼 빵 단팥크림빵이 1,300원이다(2021년 11월 10일 기준). 단팥크림빵에 뭐가 들어갈지 대충 생각해보면, 일단 계란 들어갈 거고 버터랑 치즈, 크림, 밀가루가 들어갈 거다. 그럼 동물 복지로 인해 육류 및 관련 식품류 가격이 오르면 계란값 오르고 우유값 오르고, 우유로 만든 버터, 치즈, 크림의 가격이 오를 거다. 앞에서 동물 복지 계란의 가격이 3배 차이였으니 대충 나머지들도 3배씩 오른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단팥크림빵 하나는 3,900원이 되는 거다. 그런데 우유값도 오른다면 대체재인 두유 소비가 늘 테니 두유값이 오르고, 두유의 재료인 콩값도 오르고, 콩값이 오르면 곡물류 전반이 함께 오를 테니, 육류 및 관련 식품류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니라 인간이 먹는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물론 이 가정은 당연히 말도 안 된다. 단팥크림빵에 계란, 버터, 치즈, 크림만 들어갈 들어갈 리가 없고, 설령 하나만 들어가더라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재료를 샀을 테니 재료값은 훨씬 쌀 테지만 일단 설명을 위한 예니까 넘어가보자.
자, 식품값이 오르면 어떻게 될까?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굶어죽거나, 굶어죽지 않으려면 누군가 먹다 남긴 걸 먹거나 누군가는 불안하다며 먹지 않는 싼 GMO 식품을 먹거나. 동물 복지로 식품값이 올라가게 되면, 먹는 것이 곧 권력이 되고 계급이 되고 차별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게 동물 복지 때문은 아니겠지만.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