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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Sep 07. 2024

얘가 카톡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고 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서 핸드폰을 마련해 줬다. 집전화도 놔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정을 미룬 채 일단 지내보는 중이다.

 나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좀 더 늦게 쥐여주고 싶었지만, 나와 남편이 모두 출근하고 동네에 다른 가족이 사는 것도 아니다 보니 현실에 순응하고 어린이 전용으로 나온 잼폰을 사줬다. (딴 얘기지만, '잼민이'가 잼폰 쓰는 초등학생이란 데서 출발해 초등학생을 얕잡아 일컫는 말이라더라.)

 문자, 전화, 카메라, 갤러리 등의 기본 기능만 연 채로 아이에게 폰을 건네주니 처음엔 마냥 기뻐하다가 좀 지나자 한 번씩 '00이는 폰으로 유튜브도 볼 수 있다는데 나도 해주면 안 돼?' 'ㅁㅁ는 폰에 게임이 8개나 깔려있다는데 나 게임 1개만 깔아주면 안 돼?'라는 식으로 비교와 선망, 모방을 하려 들었다. 내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면 한 번에 넘어가진 않고 '왜 안돼? 내가 시간을 잘 지켜서 어쩌고 저쩌고'라고 계속 논거를 대는 식으로 질질 끌다가 결국은 단념하는데, 이미 안 된다고 한 일에 대해 자꾸 매달리는 태도가 (이런 경우엔) 썩 좋지 않다고 느낀다. 부모가 훈육할 때 이유를 대며 아이를 설득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육아 지침이 자꾸 떠오른다.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두 사람이 서로 이유를 대다 보면 사실 끝없이 갈 수도 있으니까.


 어쨌든 아직은 아이가 기본 기능들만으로도 당연히 잘 지내는데, 딱히 친구관계가 다양하거나 약속 잡고 놀러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니까 사실 '남이 하는 걸 보고 왠지 부러울 때' 말고는 폰 본연의 기능이면 충분하다. 본인도 폰에 관련해서 뭘 해달라고 조를 때 말고는 딱히 폰을 조작하며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가끔 '나도 아이폰 사줘'를 시전해서 놀랍다기보다는 요놈 봐라? 하는 감상을 끌어내긴 한다.

 "아이폰은 네 폰이랑 뭐가 다른데? 아이폰으로 뭘 하고 싶은데?"

 이에 대해 대답을 하진 못한다. 나는 그저 얘가 대체 어디서 '아이폰이 좋다'라는 메세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그렇게 폰에 대해서는 사용기능, 활용방식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채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위치추적 기능이 있는 발신 전용 전화기 정도 느낌이다. 수신전화는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문자를 보내면 한참 뒤에 시간의 경과는 인지하지 못한 채로 답장을 한다. 정오에 피자를 시켜준 뒤 '피자 잘 먹었어?'라고 문자를 보내면 저녁 6시에, 이미 나랑 통화도 한 뒤인데 뜬금없이 '응!'이라고 답장을 하는 식이다. 폰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미개한 귀염둥이 어린이랄까.


 그러다가 어제 친구들을 만나고 오더니 자기 폰에도 카카오톡을 깔아달라고 졸랐다. 오늘 만난 A랑 B는 카톡이 있으며, 자기도 걔들이랑 단톡방을 만들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오... 바로 그 단톡방이라는 게 초등학생에게 카톡을 깔아주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란다.

 조사해 보니 애초에 만 14세 미만은 단독으로 카톡 가입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부모의 승인이 있어야만 카톡 가입이 가능하다는 건 부모의 지도, 관리, 감독이 필요하단 소리 아니겠는가. 아이들의 미숙한 카톡 사용으로 어떤 갈등이나 불상사가 생겨도 승인한 부모 책임이라는 소리이기도 하고.

 그래도 아이가 하고 싶다니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며 후기들도 보고, 나도 이리저리 생각을 해봤다. 내가 걱정되는 점은 오픈카톡이나, 이런저런 광고카톡, 그리고 카톡창 내 링크를 통해 결국 무한한 네트워크의 세계와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톡방의 부작용(거기서 왕따 등 학교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사실 내 머리로는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카톡은 내가 학창 시절 때 존재하지 못한 세상이니까.


 그런데 바로 그날, 아이가 폰을 한참 만지작거리길래 뭐하는지 들여다보니 일부러 얼굴을 일그러뜨린 표정을 짓고 있는 어떤 여자아이의 사진을 문자로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너 그 사진 뭐야?"

 "이 누나 표정 웃기지? 00 누나가 찍어도 된다고 해서 찍은 거야."

 "그걸 지금 누구한테 보내려고? 그 누나가 그 사진을 아무한테나 보내는 것도 좋다고 했어?"

 "... 응?"

 "남의 얼굴 사진은 그 사람이 된다고 해도 찍지 마. 네 얼굴 웃기게 나온 사진을 누가 여기저기 퍼뜨리고 다니면 좋아? 남의 사진을 허락 없이 여기저기 보내는 건 범죄야."

 "뿌엥...?"

 우리 아들은 내가 본인 사진 찍거나 남에게 보여주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편인데도 그 반대 입장을 생각할 줄 모른다는 게 놀라웠다. 자기가 찍은 좀 웃긴 사진(내가 보기엔 딱히 웃긴 것도 아니었다)을 왠지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은 굉장히 어설픈 관종 심리가 훤히 보였다. 만약 얘가 이런 사진을 카톡 단톡방에 올린다면? 그리고 누군가 사진에 찍힌 아이에게 그걸 보여주며 놀리고, 그래서 창피해하고 상처를 받는다면? 머리가 어지러웠다. 카톡은 무슨. 그날 아예 폰을 압수하고 사흘 뒤에 단단히 주의를 주며 돌려줬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들에게 카톡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최소한 카톡에서 정한 기준인 14세 미만까지는 카톡을 들여줄 생각이 없다. 물론 비슷한 나이에도 모바일 네트워크 세상에 더 잘 대응하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른들조차 SNS 세상에서 쉽사리 남을 상처 주거나 타인으로부터 상처받고, 일상적으로 비교와 선망, 모방에 이끌리기 마련이라 역시나 우리 애는 좀 늦게, 좀 더 원숙한 인간이 되었을 때 그 물살에 천천히 발을 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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