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차가운 공기가 이불을 파고듭니다. 치열했던 더운 날을 뒤로한 채 이제야 선선한 바람이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따습게, 더욱 따습게 옷을 여미게 되네요. 겨울, 제가 좋아하고 싫어했던 겨울이 오려나 봅니다.
겨울이 좋고 또 싫은 저는 가장 먼저 겨울이 왔음을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침에 풍겨오는 겨울냄새가 저를 반응하게 합니다.
학생 때는 혹독한 훈련이 싫어 겨울이 싫었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지옥 같은 훈련과 잘하지 못해 받았던 따가운 눈초리가 싫어 푸념만 늘어놓는 날이 많아졌고, 그런 저를 동기들은 고깝게 보곤 했습니다. 밑바닥쯤 잠겨있던 자존감이 더욱 저를 차갑고 혹독한 겨울로 만들었었네요. 과거의 겨울은 너무 외롭고 춥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겨울이 싫냐고 물어본다면 저의 대답은 "아니"입니다.
우울감과 패배감을 이겨내고자 치열하게 발악했던 모든 순간들이 제가 좋아하는 겨울 안에 담겨있습니다.
돈이 없어 김밥을 아껴가며 눈칫밥을 훔쳐먹고, 기름값이 아까워 두꺼운 털옷을 여민 채 잠에 들었습니다. 독서실의 무료 커피를 좋아했고 내일이 두려워 새벽 2시의 라디오와 함께 밤을 꼴딱 새우며 맡았던 허전한 겨울의 냄새가 기억납니다. 하지만 원했던 목표를 이루고 보니 이제는 희망과 웃음을 떠올리는 냄새로 뒤바뀜 되었습니다. 그토록 싫었고 도망가고만 싶었던 저의 겨울이 지나가고 새로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겨울이 기대됩니다. 더욱 희망차고 기쁜 겨울이 저를 기다릴 테니까요.
거리에 흘러나오는 흥겨운 캐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식당에서 연신 외쳐대는 건배 소리가 모두에게 더욱 따뜻한 겨울로 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