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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몸살
깨닳는건 아프고 마는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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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
Sep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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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그러다가 낮에는 아직 떠나지 못한 햇살에 반팔을 입기도 긴팔을 입기도 애매한 날들을 지나고 있다.
지금은 또 하늘이 늦은 햇살을 나무라듯 금세 비라도 뿌릴 표정이다.
덕분에 나는 요 며칠 초가을 어김없는 감기 기운에 시달리고 있다.
따가운 목으로 침을 삼키기도 힘들다가 항생제 몇 알에 지탱하며 내 면역력을 탓해본다.
다른 때 같으면 얼른 집 앞 내과라도 달려갔을 테지만 왠지 병원이 꺼려져 집에 굴러다니는 알약을 뒤져 내가 내린 처방으로 목에 염증을 달래 본다.
어제는 살짝 겁이 나서 코로나 증상을 검색해 보고 체온 재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오늘부터 콧물이 나는 걸 보니 환절기 감기쯤 인가보다.
살면서 별로 착한 일을 한 것도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길 무엇보다 싫어하는 결벽증 같은 성격에 잘 어울리지도 못한 채 소심한 걱정을 안고 살다 보니
주변에 딱히 만날 사람이 없다.
오로지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동안 집순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즐기는 중이기도 하다 보니 매일 아이들을 보내고 만남을 가지는 여기 신도시 젊은 엄마들의 모습이 나랑 사뭇 달라 보인다.
사람을 만나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내가 잘났다고 생각했다기보다 그저 사람들을 만나 또 내 결벽증 때문에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내 영혼은 탈탈 털린 채 피곤한 정신으로 돌아올 내가 싫고 힘든 이유가 더 크다.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 대비 나에게 돌아오는 건 늘 상처 이거나 쓸데없는 시간 허비일 뿐이라고....
부끄럽게도 얌전히 앉아서 내가 모르는 지식을 독서를 통해 쌓으려 하지도 공감하며 공존하는 가치에 기대 황홀한 배움의 쾌락을 즐기지도 못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그다지 깊은 인생의 가치를 느껴보지 못한 내 글이지만 아무 조건 없이 응원을 해주는
여러분들로부터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를 받는 거라 생각했다.
감사를 표할 길도 없이 정신없이 한동안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마치 그동안 누가 말리기라도 한 듯 봇물 터진 나는 핸드폰에 자판이 고장 나도록 쳐댔다.
그러다 읽기 시작했다.
인생의 가치를 사뭇 흘러가듯 스케치해놓은 글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을 느끼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밝은 빛을 보게 되고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몰랐던 나를 알게 되고 인정하기 싫어 변명을 늘어놓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대놓고 나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면 반발하기 급급해 듣지도 않았을 꾸중도 느끼고
글이 사람을 이렇게 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무한한 힘도 느꼈다.
그리고 때늦은 감기 같은 앓이를 하게 되었다.
몸부림치던 내게 그게 틀렸다고 충고하던 사람들의 말은 상처로 남았지만,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스치듯 완성해 가는 작가님들의 그림은 잘 짜인 전시회의 수백 수천만 원짜리 그림들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었다.
쓰는 것만큼 읽는 즐거움은 그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모른 채 나를 붙잡아 앉혔다.
마흔 평생 뭘 하고 지냈는지 내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관념이 흔들리려고 하니 쓸데없이 아팠다.
필요 없는 사랑니가 잇몸 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퉁퉁 심술 난 채 하루 종일 기분 나쁘게 거슬렸는데
뽑아버린 그날 난 심한 몸살을 앓아야만 했었다.
한껏 치장한 채 외출에서 돌아온 어느 날 하나씩 벗어버리고 얻는 자유로운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나보다 여덟 살이 많은 남편은 가끔 투정 부리는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아기네 아기 더 커야겠어...."
이젠 "그러게"해야 할 것 같다.
무척이나 혼난 듯싶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면 찌릿하게 온몸을 타고 오는 전율이 이내 적응이 되고 나면 또 그 찌릿함을 느끼고 싶어 몸을 뒤척여 본다.
푹 땀을 흘리고 나면 개운하리 만치 몸이 가벼워지겠지. 머릿속도 깊은 욕조안에 뜨거운 물처럼 연기를 뿜는다.
가을 하늘빛이 더 깊어지기 전에.....
짙은 노을만큼 내가 나로 물들길 바래본다.
도심 한 쪽 어울리지 않는 돌담집과 잘 익은 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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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보다 느리지만 올바른 길을 선택 하겠습니다.세상에 무례함과 정의롭지 못함이 늘 안타깝습니다.소녀 감성으로 시를쓰는 시인이 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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