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색으로 읽는 감정 (4)
[#4 쉼을 우려내는 법]
오늘의 재료는
고요 한 컵, 여유 두 스푼, 그리고 스스로를 위한 시간 약간입니다.
초록은 ‘쉬어도 괜찮다’는 색이에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쉼을 가장 어려워합니다.
불이 꺼지면 불안하고,
냄비가 잠잠하면 왠지 게으른 것 같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게 맞을까?’ 하는 조급함이 올라오죠.
그러나 마음의 요리에는
끓이는 시간만큼 식히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식지 않으면 맛이 깊어지지 않으니까요.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한 모금 들이마시며
냄비에 물을 붓듯, 마음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끓이기 시작했어요.
끓이지 않는 요리, 바로 우려내기.
초록의 요리는 불보다 ‘시간’으로 익힙니다.
재료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섞이고, 스스로의 향을 내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마음의 복원력(Resilience)’이라고 부릅니다.
쉬는 건 멈춤이 아니라, 회복을 위한 예열이에요.
멈춰 서야 비로소 방향이 보이니까요…
나는 오늘 초록빛 수프를 끓였습니다.
피로했던 마음을 잘게 썰어 넣고,
그 위에 ‘괜찮아’라는 말 한 줌을 뿌렸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지나자,
마음의 냄비 안에서 은은한 향이 피어올랐습니다.
그건 평화의 향이었어요.
거창하지 않지만, 사소하게 다정한 향.
불을 끈 뒤에도 오래 남는 따뜻한 여운.
오늘의 요리 이름은 ‘초록빛 마음 수프’.
그 안에는 ‘해야만 한다’는 조급함이 녹아 있고,
대신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온기가 배어 있습니다.
오늘 나는 익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우려냈을 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깊고 따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