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색으로 읽는 감정 (2)
[#2 불안을 삶의 온기로 조리하는 법]
오늘의 재료는 불안 두 스푼, 용기 한 조각, 그리고 약간의 호흡입니다.
불안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마치 물이 끓기 직전처럼, 내 마음이 ‘보글보글’ 요동칠 때가 있죠.
그 순간 나는 냄비 속 재료처럼 들썩이며, 곧 무언가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긴장 속에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불안을 나쁜 감정이라 말하지만,
사실 불안은 삶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완전히 식은 냄비는 더 이상 끓지 않듯, 불안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그 불을 너무 오래 켜두는 데 있습니다.
약불일 때 불안은 따뜻하지만, 강불이 되면 마음을 태워버립니다.
때로는 불을 잠시 꺼도 됩니다.
너무 불안할 때는 잠깐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불을 낮추듯 마음의 요동도 잠시 멈춥니다.
그제야 마음속 속 재료들이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려움도 있고, 기대도 있고, ‘지금의 나로 충분할까?’라는 조용한 질문도 숨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준비된 에너지’ 라고 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몸이 예열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나는 오늘 그 에너지를 흘려보내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그 열로 내 안의 가능성을 천천히 볶아보기로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뒤섞으며, 너무 익히지 않고, 너무 식히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불안이라는 재료로 요리를 완성합니다.
맛은 묘하게 따뜻합니다.
불안은 여전히 내 안에서 끓고 있지만,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그 열이 나를 괴롭히는 대신, 나를 앞으로 데려가주니까요.
오늘의 요리 이름은 ‘주황빛 온기 볶음’ 입니다.
그 안에는 두려움의 향도 조금 섞여 있지만, 그마저도 삶의 향신료가 됩니다.
불안은 여전히 나와 함께 있지만, 이제 나를 흔들지 않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등불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