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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火)를 불꽃으로 바꾸는 법]

1부: 색으로 읽는 감정 (1)

by 윤주MAYOOZE


#1 [화(火)를 불꽃으로 바꾸는 법]


오늘의 재료는 분노 한 줌, 참을성 한 스푼, 그리고 이해 몇 조각입니다.


화는 언제나 가장 먼저 끓기 시작하는 감정이에요.

차가운 냄비에 불을 켜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마음속 무언가가 들끓기 시작하죠.


처음엔 그 소리가 무섭습니다.

뜨겁고, 위험하고, 데일 것만 같아요.

하지만 불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익힐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요리는 결국 불에서 시작되니까요.


내가 화를 느낀다는 건, 아직 내 안에 열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무기력은 식은 냄비지만, 화는 여전히 끓을 줄 압니다. 다만 그 불을 너무 세게 켜면, 마음은 금세 타버립니다.


그래서 나는 불을 줄이는 법을 배웁니다.


끓기 시작할 때,

잠시 뚜껑을 덮고 기다리는 것.

그게 어쩌면, 마음의 요리 비법일지도 몰라요.


오늘 나는 나의 화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불을 약하게 줄이고, 그 열로 따뜻한 수프를 끓였습니다.

뜨거웠던 감정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조금씩 저어가며 맛을 보았습니다.


심리학에서는 화를 ‘억눌러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에너지의 방향을 잃은 신호’라고 말합니다.

즉, 그 불은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온도로 다시 사용되어야 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말이 여전히 속을 데워도,

이젠 알 것 같습니다.

태우는 대신, 익히는 법.

파괴 대신, 변화의 열로 쓰는 법을요.


오늘의 요리 이름은 ‘붉은 악마의 수프’.

그 안에는 아직 불이 남아 있지만,

이젠 나를 태우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데워줍니다.

그 불은 이제,

나를 상하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불꽃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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