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년필 Dec 16. 2022

시간을 지배하는 자

서른 후반이라도 모르는 건 모르는 것

 2022년도 어느덧 한 달이 남은 시점. 선배님이 '다산, 어른의 하루 : 날마다 새기는 다산의 인생문장 365'라는 일력을 샀다고 인스타에 포스팅한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루이스 헤이의 365일 긍정 확언 일력'을 구매했다. 긍정적인 말이 일별로 적혀있는 달력이다. 이 시점에 긍정 확언을 선택했다는 것, 별로 이룬 것도 없이 한 해를 또 지나 보낸다는 것에 우울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긍정적인 말을 통해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을까?


 12월 테마는 사랑인가 보다. 일력은 일주일 넘게 사랑이야기만 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될 때 새로운 좋은 사람들이 내 삶으로 들어온다'라고 적혀있었다. '당신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때 중심 잡히고 안정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나'에게 집중하라는 말로 해석했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심리상담 선생님도 자주 했던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 나의 감정'에 집중하고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종종 친구(상대방)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미리 고려해서 행동을 정한다. 비록 나는 원하지 않더라도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같이 간다. 약속일의 전 후로 일정이 과다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친구를 위해 그날로 약속을 정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내가 필요할 때만 친구를 찾는 것 같아 겸연쩍다. 일정을 정할 때 해당 날자는 불가하다고 퇴짜를 놓고는 자꾸 변명을 늘어놓고 친구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하지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친구들은 자신의 스케줄을 우선으로 하여 날자나 참석 여부를 정하고 있다. 편하게 일정을 조율하고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는 그런 사이가 친구사이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나는 진정한 친구가 없다는 것인가? 친구가 제시하는 무언가에 나 좋을 때만 오케이를 외쳐도 되는 것인가? 서른 후반이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아마 인간관계는 죽을 때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남을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인상 깊었던 학우가 있다. H는 미국에서 살다가 귀국했고 외교관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스케쥴러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일정을 시간 단위로 짜두어 친구랑 만날 때도 몇 시부터 몇 시까지만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게 신기했다. 나는 나의 하루를 통째로 친구에게 바치곤 했으니까. 다른 일정을 만들어 가능한 시간에만 만난다면 상대방이 서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시절에도 나는 내 시간을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써왔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나중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나도 내 일정과 건강 등을 우선해서 판단하는 연습을 하자. 상대방을 믿고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해보자. 나도 내 시간의 지배자가 되어보자!

작가의 이전글 윤서방의 생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